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1분기에만 4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이어진 흑자 행진이 5년 만에 멈추면서 향후 보험료와 보장성, 재정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건강보험 수입은 22조4416억원, 지출은 26조3405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입보다 지출이 3조8989억원 많아 당기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한 분기 동안 약 4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누적수지도 줄었다. 지난해 말 30조2217억원이었던 누적수지는 올해 1분기 26조3228억원으로 3조8989억원 감소했다. 그동안 쌓아둔 재정 여유분에서 적자만큼 빠져나간 셈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건강보험은 2021년 2조822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이후 흑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올해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번 적자를 단순히 한 분기의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건강보험은 매달 보험료를 걷고 병원 진료비 등을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지출이 집중되거나 수입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경우 분기 단위로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전체 재정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건강보험을 둘러싼 구조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 이용량과 진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데다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치료비 상승, 중증·만성질환 관리 비용 등도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보험료를 납부하는 생산연령인구는 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수입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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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보험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나
한국의 건강보험은 국민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사회보험 방식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보험료를 나눠 부담하고,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등을 반영해 보험료가 부과된다. 이렇게 모인 보험료와 정부 지원금 등을 주요 재원으로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다.
쉽게 말하면 국민이 평소 보험료를 조금씩 부담하고,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진료비 전체를 개인이 부담하는 대신 건강보험이 일정 부분을 대신 지급하는 구조다.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부터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중증질환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보험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의료비 부담을 개인이 혼자 떠안지 않도록 위험을 사회 전체가 나눠 갖는 것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이 낸 보험료도 당장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자나 환자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은 단순한 정부 예산과 달리 국민의 의료 이용과 보험료 부담, 의료기관의 수가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보험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정이 충분하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지만, 수입보다 지출이 장기간 많아지면 결국 부족한 재원을 다른 방식으로 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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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자가 계속되면 어떤 일이 생기나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가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고 해서 당장 국민의 병원비가 오르거나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에는 그동안 쌓아온 누적수지가 있고, 정부 지원 등 다양한 재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자가 여러 해에 걸쳐 지속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보험료 부담이다. 건강보험의 주요 수입원이 보험료인 만큼 지출이 구조적으로 수입을 웃돌 경우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자와 회사가 함께 부담하고, 지역가입자는 본인의 보험료 부담이 직접 늘어날 수 있어 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재정 여력이 줄어들면 정부와 건강보험 당국은 모든 의료서비스를 지금처럼 확대하기보다 우선순위를 따져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부 비급여를 급여화하거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도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건강보험 진료비 역시 중요한 문제다.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관리하기 위한 심사와 지출 구조 조정이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의료계에서는 적정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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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세대 간 부담 문제도 커진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층은 늘어나는데 보험료를 부담하는 젊은 세대의 규모는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경우 현재의 의료보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 세대가 더 많은 보험료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건강보험의 적자는 단순히 공단 장부에 적자가 하나 찍혔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적자가 반복되면 보험료 인상, 정부 재정 투입 확대, 보장 범위 조정, 의료비 지출 관리 등 여러 선택지가 동시에 논의될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자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 등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장기 추세인지다. 올해 남은 기간의 수입과 지출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건강보험은 국민이 아플 때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안전망인 만큼 재정 건전성과 보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재정을 지나치게 아끼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반대로 지출 증가를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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