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마드리드 이강인(7번)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시티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감사를 전하고 있다. 상암|뉴시스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활짝 웃어도 되는 자리, 특별한 순간조차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스페인)의 ‘골든보이’ 이강인(25)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기대감보단 축구국가대표팀을 향한 사랑부터 당부했고, 반성을 언급했다.
이강인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잉글랜드)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통해 새 출발을 알렸다. 지난달 25일 몸값 4000만 유로(약 654억 원)에 ‘레드 & 화이트’ 클럽 일원이 된 그가 첫 선을 보인 무대였다.
팀은 1-3 역전패를 당했으나 이강인은 인상적이었다. 후반 18분 교체로 투입돼 최전방 투톱의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30여분 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5만 관중의 환호를 이끌었다. 날카로운 킥과 정확한 패스, 정교한 공간 활용 등 번뜩인 장면이 적지 않았다. 팀 훈련은 두 차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이강인은 옅은 미소만 보였다. 월드컵 실패 파장으로 뒤숭숭한 한국축구의 분위기를 알고 있어서다. 대한축구협회 전·현직 인사들은 국회 청문회로 불려갔고, AT 마드리드 선수단이 입국한 6일엔 경찰이 협회를 압수수색했다. 또 아주 오래 전 국제심판들에 대한 협회의 ‘성 접대’ 파문까지 불거졌다.
정치권이 움직이고 여론은 들끓는다. 사면초가에 놓인 협회는 돌팔매질을 당한다. 이강인은 동조하지 않았다. 대신 따스하게 감쌌다. AT 마드리드가 경기 후 마련한 입단식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많이 사랑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강인의 당부는 믹스트존서도 계속됐다. 그는 “선수들도 반성하고 있다. 계속 관심을 갖고 사랑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기도 전이었다. 이강인은 “해외에 있는 선수, K리그서 뛰는 선수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안 좋은 부분만 보지 말고 좋은 부분도 많이 봐달라”고 재차 호소한 뒤에야 데뷔전 소감을 이어갔다.
모든 실패엔 원인이 있다. 행정 난맥상을 반복한 협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도, 홍명보 감독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 선수들의 부진도 빼놓을 수 없다. 이강인의 담담한 목소리가 더 인상적인 이유다. 실력에 태도까지 갖춘 ‘골든보이’가 ‘골든리더’로 진화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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