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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제조업계가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 높은 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노동자가 늘면서 수산물과 의류 등 주요 산업에서는 임금을 올리고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트남 내무부는 매년 13만~15만 명의 베트남인이 해외 취업에 나서는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 노동시장에 진출한 베트남인은 약 90만 명에 달했다.
베트남 해외노동국이 지난 6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월 한 달에만 베트남인 1948명이 중국과 일본, 한국, 싱가포르, 유럽 등으로 일하러 떠났다.
해외에서 일하는 베트남인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돈도 상당하다. 연간 송금액은 60억~70억 달러(약 8조4000억~9조9000억 원) 규모로 베트남 경제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력의 해외 유출이 이어지면서 베트남 국내 산업계에서는 일손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베트남 해산물수출생산자협회(VASEP)가 지난 6월 말 재무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콩 델타와 호찌민시 등 주요 생산 거점에서 인력 부족이 업계의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임금을 25~30% 올려도 신규 인력을 확보하거나 기존 노동자를 붙잡는 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섬유의류협회 역시 노동력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의류업체들은 해외 일자리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전자·기계 제조업체들과도 인력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산업 콘퍼런스에서는 상당수 의류 공장이 주문 기한을 맞추거나 신규 계약을 수주하는 데 필요한 인력조차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자국에선 월 250~350달러…한국·일본 가면 3~5배
베트남 청년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큰 임금 격차가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빈곤한 베트남 중부 지역에서는 지역 내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수산물 수출과 의류업계에는 일자리가 많지만 월급은 대체로 250~350달러(약 35만~49만 원) 수준이다. 가계 지출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북부나 남부의 산업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아예 해외 취업을 택하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일할 경우 베트남 국내보다 3~5배 많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의 높은 임금이 그대로 높은 실질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베트남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에 따르면 현지에서 받는 월급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주거비, 공과금 등이 빠져나가면 실제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기대보다 줄어들 수 있다.
취업 알선과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문제다. 해외로 나가기 위해 빚을 진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괴롭힘이나 임금 체불, 과도한 노동을 겪거나 당초 약속과 다른 업무를 맡더라도 쉽게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등 착취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서 일하는 베트남인 14만9000명…1년 새 21% 증가
한국 역시 베트남 노동자들의 주요 취업지 가운데 하나다.
국가데이터처와 법무부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11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베트남 국적 취업자는 14만9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13.4%를 차지했다. 한국계 중국인(34만1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베트남 국적 취업자는 2024년 12만3000명에서 지난해 14만9000명으로 1년 만에 2만6000명(21.3%) 증가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제조업과 농축산업 등에서 일하는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가운데 베트남 국적자는 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캄보디아와 네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한국행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임금이었다. 비전문취업(E-9) 체류 외국인에게 한국을 해외 취업지로 선택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74.4%가 ‘임금이 높아서’라고 답했다. ‘작업환경이 좋아서’는 9.3%, ‘한국 취업 경험이 있는 친구·친인척의 권고’는 7.1%였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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