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가 호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과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서 양대 반도체 기업의 노동조합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분산된 교섭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전 직군 단일 노조 출범이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에서는 사업부별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으로 기존 노조에서 조합원이 이탈하는 등 상반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 '단일 대오' 구축…보상안 원안 사수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는 생산직과 사무직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교섭 구조에서 벗어나 전체 임직원을 아우르는 단일 노동조합 출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준비 모임이 결성된 지 사흘 만에 전체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3500명 이상의 직원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관할 행정기관에 노조 설립신청서도 제출된 상태로, 이르면 다음 주 정식 출범이 예상된다.
통합 노조 추진의 배경에는 성과급 체계 변경을 둘러싼 직원들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지급 상한을 없애고 해당 기준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이 올해 교섭에서 성과급 일부를 매도 제한이 있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반발이 커졌다.
주가 변동에 따라 실질적인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기존 합의 내용을 다시 협상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기존 노조의 분리된 교섭 구조에 대한 불만도 통합 노조 추진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한국노총 소속 생산직 노조와 민주노총 소속 사무직 노조로 나뉜 구조에서는 사측을 상대로 한 교섭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협상 과정과 내용이 조합원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제도와 노사 교섭 범위 등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전달할 대표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설 노조는 교섭 창구를 일원화하고 성과급 문제를 임금·단체협약 교섭과 별도로 다루는 한편, 기존에 합의된 성과급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차등에 내부 균열…과반 노조 지위 상실
삼성전자에서는 사업부 간 성과 보상 격차가 노조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조합원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때 임직원의 절반 이상인 7만6000여 명까지 조합원을 확보하며 과반 노조 지위를 얻었던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최근 조합원 이탈이 이어지면서 과반 지위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협상 타결 직후 보상 수준에 대한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이 빠져나가면서 한 달 사이 1만 명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이탈의 배경에는 사업부별 성과급 차등 지급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DS) 부문 메모리사업부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급과 자사주 보상이 집중된 반면, 완제품(DX) 부문과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비메모리 사업부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직원들의 보상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 노조 집행부가 메모리사업부 중심의 협상안을 유지하면서 DX 부문과 비메모리 사업부 소속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졌다. 초기업노조를 이탈한 조합원 가운데 일부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동행노조 등 다른 노조로 이동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위원장 재신임안 가결과 함께 사업부별 협상단을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수습에 나섰다. 다만 조합원 규모 변화에 따라 향후 교섭 대표권을 둘러싼 노조 간 경쟁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문제는 지급액의 많고 적음만으로 끝나지 않고 직원들의 조직 선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사업부와 직군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각 노조가 조합원들의 요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하느냐가 향후 노사 협상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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