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남성이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 여자친구가 집에서 나가달라고 한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500개가 넘게 달린 댓글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동거하기로 한 적도 없는데 왜 안 나가느냐"는 질책이 압도적이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작성자 A씨가 쓴 글은 8일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A씨는 퇴사하고 기숙사에서 나온 뒤 본가에 들어가면 불편하고 돈도 절약할 겸 여자친구 집에 들어가 함께 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같이 산 지는 두 달쯤 됐다.
문제가 불거진 건 여자친구가 뉴스를 보다 "요즘 월세가 씨가 말랐다는데 집을 빨리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다. A씨가 "같이 살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여자친구는 "퇴사하고 잠깐만 있으려던 것 아니었느냐"며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게 불편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사 비용으로 자신의 돈도 일부 들어갔다는 점, 퇴사 전에도 주 4일은 여자친구 집에서 지냈지만 그때는 기숙사에 가지 말라고 했다는 점을 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데이트를 제대로 못 하고 애정 표현을 못 받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크다고 덧붙였다.
댓글에서 A씨가 밝힌 사정을 종합하면 이렇다. 집 보증금은 여자친구가 냈고, 월세와 관리비는 이사 이후부터 반반 부담하기로 했다. 이사한 지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A씨는 부업으로 수입이 있어 재취업이나 전업 전환을 준비 중이라고 했고, 이사 비용으로는 70만원가량을 보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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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반응은 A씨가 나가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었다. 한 이용자는 "결혼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불편하다. 상대방은 그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고민했겠느냐"며 "네가 안 불편하다는 건 누군가는 불편함을 참고 있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애초에 동거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짚는 목소리도 컸다. 한 이용자는 "동거하기로 한 것도 아니면 당연히 잠깐 머무는 것으로 생각한다. 돈도 다 여자친구가 부담했고 이제야 같이 부담하기로 말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거의 아무 대책도 돈도 없이 퇴사하고 부모 집도 있는데 단순히 불편하다고 나가라는 여자친구 집에 붙어 사는 사람을 부모가 잘 키웠다고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A씨의 경제적 상황을 문제 삼는 반응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정상적인 사회초년생은 보증금으로 쓸 목돈을 모으기 위해 본가에서 산다. 여자친구는 너를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아니다"라고 했다.
A씨가 댓글에서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자 관계가 사실상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냉정한 분석이 뒤따랐다.
한 이용자는 A씨가 겪는 상황을 조목조목 해석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데이트를 안 하는 건 피곤함을 무릅쓰고 나가서 놀 만큼 재미있지 않다는 뜻이고, 동네에서 손잡지 말라는 건 애인인 게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며, 두 달 만에 나가라는 건 같이 사는 불편을 감수할 만큼의 애정은 없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서운함을 얘기하면 속은 후련할 수 있지만 문제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애정이 식은 상태라 헤어져야겠다는 생각만 더 확고해질 것"이라고 했다.
스킨십이 줄었다는 점을 두고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한 이용자는 "스킨십조차 안 하는 건 정말 정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관계를 회복하고 싶으면 떨어져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운함을 언제 말할지 고민하는 A씨에게 순서를 정리해주는 조언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일단 나가고 그때도 서운함이 생기면 좀 참아보다가 말할 문제다. 지금 나가라는 시점에서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퇴거 절차를 구체적으로 짚어준 이용자도 있었다. 그는 "퇴거 날짜를 서로 정해 명시하고, 집에서 가만있지 말고 운동이든 아르바이트든 하라"며 "이사 비용으로 준 70만원은 잊고, 짐은 두고 나오는 것 없이 한 번에 빼라"고 조언했다.
동거 경험을 밝힌 이용자는 "5년 동거하고 결혼했다. 동거란 신혼에 겪을 사소한 다툼을 결혼이라는 제도 없이 겪게 돼 헤어질 만한 이유만 쌓이는 것"이라며 "설득할 생각 말고 조용히 나오라"고 했다.
A씨는 댓글이 이어지는 동안 "나가긴 할 것"이라면서도 서운함을 말하고 싶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본가에 들어가기 싫어 여자친구에게 10월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8월까지만 지내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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