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서 상관에게 사생활 폭로와 보복성 신고를 당한 병사에게 변호사들은 섣부른 맞고소 대신 혐의 방어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 AI 생성 이미지
군부대에서 보안검사를 받던 A씨는 상관인 B하사로부터 공개적인 망신을 당했다. B하사가 A씨의 동의 없이 개인 소유 기기의 인터넷 검색 기록을 뒤져 “성인물 사이트가 나왔다”고 부대원들 앞에서 폭로한 것이다.
억울함도 잠시, A씨는 되레 자신이 ‘성군기 위반’ 혐의로 신고돼 다른 부대로 분리 조치됐다. B하사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보복성 신고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
A씨는 B 하사를 성희롱과 명예훼손, 직권남용, 무고 등으로 맞고소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억울하다고 맞고소부터? "보복 대응으로 읽힐 수 있어 신중해야"
결론부터 말하면, 섣부른 맞고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지적했다. 현재 A씨는 성군기 위반 ‘피신고자’ 신분이므로, 본인 사건에 대한 방어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성군기 위반으로 먼저 신고되어 분리 조치가 된 상태에서는 그 절차가 앞서 진행된다”며 “맞고소를 먼저 앞세우면 보복 대응으로 읽힐 수 있고, 무고는 성립 요건이 까다로워 오히려 방어에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 역시 “이 사건은 맞고소부터 시작하기보다 현재 혐의 방어와 피해 신고를 동시에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진술이 향후 형사·징계 절차에 함께 사용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희롱은 '신고'로, 명예훼손은 '고소'로…죄명별 대응 달라
변호사들은 B하사의 행위를 법적으로 따지기 위해선 죄명별로 대응 창구를 달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희롱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므로 고소가 아닌 ‘피해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황윤경 변호사는 “성희롱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징계와 인권 절차의 문제이므로, 고소가 아닌 피해 신고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솔루젠 법률사무소 송승환 변호사도 “성희롱은 징계 대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여러 병사 앞에서 사생활을 폭로한 행위는 명예훼손죄, 권한 없이 사적 브라우저를 검열하고 서명을 강요한 행위는 직권남용죄로 형사 고소를 검토할 수 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부대원들 앞에서 사적 기록을 공개한 것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권한 없이 전자기기 기록을 뒤지고 서명을 강요한 부분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 가장 급한 건 '증거 확보'와 '피해자 보호조치'
변호사들은 현재 A씨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로 증거 확보와 피해자 보호조치 신청을 꼽았다.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사라지고 목격자들의 기억도 흐려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진술보다 증거 확보가 우선”이라며 “보안검사 결과지, CCTV, 당시 현장에 있던 병사들의 진술, 분리조치 명령서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변호인을 통해 정보공개 청구나 증거보전 요청, 목격자 사실관계 확인 등을 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피신고자 신분이라도 성희롱 피해자로 정식 등록해 보호를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피신고자로 분리된 상태라도 성희롱 피해자로 정식 신고하여 간부 A에 대한 역분리 및 2차 가해 금지 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성고충상담관을 통해 ‘성희롱 피해자’로 정식 등록하면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와의 분리 명령을 군단위 지휘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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