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프레시안 2026-08-10 10:58:00 신고

3줄요약

지난달 28일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에서 내년 기준 중위소득이 결정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부는 역대 최고 인상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실제 중위소득과의 괴리를 좁히기에 턱없이 모자란 인상률이라는 사실에는 침묵한 채 말이다.

중생보위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는 기구로, 기준 중위소득 외에 수급자 선정 기준도 다룬다. 여전히 남아 있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과 관련해 어떤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켜봤지만, 이번 역시 허탕이었다. 이미 발표된 바 있는 단계적 기준 완화 계획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범 중 하나다. 진작 없어져야 했을 이 악법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경우 수급자 급증에 따른 막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며 찔끔찔끔 기준을 완화하는 데 만족해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 여력이 문제라면,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내년 역대급 세수 확보가 전망됨에 따라 역대급 확장 재정을 추진한다는 지금이야말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적기 아닌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이들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공언이 공언(空言)에 그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때마침 내년은 의료급여 50주년이면서 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이 시작되는 해이다. 제도적 도약의 출발점이자 이정표로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를 천명하기에 딱 좋은 시점 아닌가.

혹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로 도덕적 해이와 부정수급 위험을 말한다. 단지 재정만이 아닌, 사회 윤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나타날지 모른다. 가족에게 재산을 넘기고 수급자가 되려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문제는 그것대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부양의무자 기준의 모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그리고 인공지능 도입 등 갈수록 촘촘해지는 수급 자격 심사 시스템이 예비 부정수급자들에게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부양의무제 폐지 일러스트. ⓒ시민건강연구소

재정 충격에 대한 우려 역시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어진다고 해서 이 기준에 가로 막혀 수급권을 얻지 못한 이들이 대거 수급자가 되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수급 빈곤층을 면담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정보와 이해 부족으로 신청할 생각을 못하거나(진입 단계), 낙인 효과 때문에 신청을 포기하거나(선택 단계), 부양의무자 금융정보제공동의서와 같은 증빙 서류 제출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중도 포기하거나(신청 단계), 소득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결정 단계) 비수급 상태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관련 자료 바로가기)

즉,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더라도 다른 단계에서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수급권을 얻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한국은 가난한 사람과 수급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이 강한 사회이지 않은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복지 신청주의 폐지가 이뤄진다면 다소 상황이 나아질 수 있지만, 수급자에게 따라붙는 낙인까지 함께 없어지지 않는 한 수급을 회피하고 거부하는 이들 역시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로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호모 소시올로지쿠스(Homo Sociologicus)'이기도 하다. 자신의 평판이 어떻게 되든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수급 자격을 획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과연 누구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존치는 가난한 사람을 향한 제도적 모욕이자 차별인 셈이다.

중생보위는 정부 부처 장차관과 대학 교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인적 구성만 보더라도 이 회의에서 빈곤 당사자들의 절실한 사정이 제대로 반영될 리 만무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4일, 중생보위의 반민주적 운영 행태와 가난한 시민의 진짜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열린 '민중생활보장위원회'는 더 큰 관심과 지지를 받아 마땅한 사회운동의 의미 있는 시도였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중앙'이 아닌, '민중'의 자리에서 들리고 느껴지는 진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