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 흥행으로 아이맥스(IMAX) 특별관 예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정가의 수배에 달하는 영화 티켓 암표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공연·스포츠와 달리 영화는 온라인 암표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 요구 어렵다”는 이유로 관객들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영화사상 최초로 전편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지난 5일 국내 개봉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각색해 트로이 전쟁 이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10년에 걸친 귀환 여정을 그린다. 놀란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큰 규모의 제작비인 2억5000만달러(약 3577억원)를 들인 <오디세이>는 70㎜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됐다.
5배 이상
가격으로
일반 상영관보다 폭이 약 두 배 넓은 필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영상 정보를 담아 대형 화면에서도 뛰어난 화질과 선명도를 구현할 수 있다. 물리적 필름을 온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특별관은 미국 내 25개, 전 세계 41개소에 불과하다. 국내에는 해당 특별관이 없지만, 전국 총 27개의 아이맥스 디지털, 아이맥스 with Laser 등의 상영관을 통해 잘리지 않은 화면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오디세이>는 개봉 3주 차 주말 동안 전 세계 누적 수익 9억1100만달러를 돌파, 10억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특히 아이맥스 흥행이 압도적이다. 3주 차 주말에 거둔 1억3620만달러의 수익 가운데 6800만달러가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발생했다. 아이맥스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주말 흥행 기록으로 중국, 일본, 한국을 제외한 수익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을 안겼다.
아이맥스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한 관람객들의 예매 전쟁도 치열하다. 미국 개봉일이었던 지난 7월17일 전후로 중고 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에는 아이맥스 상영관의 티켓 두 장이 999달러(한화 148만원)에 판매됐다. 6장을 998달러, 3장을 899달러에 내놓은 판매자도 있었다.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는 “남은 좌석은 장애인용뿐인데, 비장애인들이 해당 좌석들을 사들이고 있다”며 “비장애인이면 휠체어석과 동반석은 사재기하지 말라”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폭발적 예매율에 관객들은 “아침 7시 영화도 맨 앞줄만 남았다” “아이맥스로 보려면 인기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별관 좌석을 중심으로 정가의 수배에 달하는 웃돈을 얹어 파는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오디세이> 아이맥스 상영관 티켓과 <스파이더맨> 스크린 X 상영관 티켓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공연·스포츠는 법 개정으로 막는데
‘신고 창구도 없는’ 영화 암표 거래
이른바 ‘용아맥’이라고 불리는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의 ‘명당 자리’는 값이 더 붙어 한 장당 10만원에서 최대 11만5000원선에 거래됐다. 동일 상영관의 2D 아이맥스 티켓 가격이 1만7000원에서 2만1000원 선인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판매자들은 거래 후 구매자의 번호로 티켓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선물하기 기능을 악용해 카카오톡으로 티켓을 전송한다.
한 회차당 10장이 넘는 티켓을 내놓아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재기도 빈번하다. 매크로는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보안 문자 등을 반복적으로 자동 입력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한 판매자는 예매가 시작된 직후 8월8일 자부터 8월16일 자까지 총 58석의 용산 아이맥스관 좌석을 예매한 후 당근에 판매 글을 게시했다. 그중 56석은 연석이었으며, “안전하게 모바일 티켓으로 보내드려요”라고 안내했다. 또 다른 판매자도 “CGV 선물하기로 보내드립니다”라며 거래 방법을 작성했다.
공연과 스포츠의 경우 암표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이 전격 개정돼 이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티켓을 불법 거래하는 이른바 ‘플미’ 리셀러가 기승을 부려 콘서트를 개최하는 가수들은 이들을 직접 잡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암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콘서트 중 하나인 ‘싸이 흠뻑쇼’에 대해 가수 싸이는 “관련 법이 강화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오는 15일 자 ‘싸이 흠뻑쇼’의 리셀 티켓은 70만원으로, 10만원대 후반인 기존 가격의 3배가 넘는다.
개정법은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를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해 실질적인 단속에 한계가 있었던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한다. 매크로 이용과 관계없이 정당한 구매 절차를 우회하거나, 재판매 목적으로 부정 입수 및 부정 판매하는 행위 자체에 해당한다. 또 부정 판매액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과징금과 부당이득 몰수·추징 규정이 도입된다. 신고 기관 지정 및 신고 기관의 거래 관련 자료 제출 요구권과 신고 포상금 제도의 도입을 통해 불법 거래 현황 파악과 단속의 실효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순식간에
58석 사재기
반면 공연이나 스포츠 분야와 달리 영화는 온라인 암표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경범죄처벌법상 오프라인 암표 거래만 최대 20만원의 벌금이나 구류 처분이 가능할 뿐, 정작 피해가 집중되는 온라인 암표 거래를 직접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극장 측이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암표 신고센터 또한 공연·스포츠에 한정돼 영화 티켓에 관련해서는 신고할 창구가 없다.
국회에는 2024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입장권 부정 판매 및 알선을 금지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돼있는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 부정 판매 규제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검토 의견을 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작 개봉 시에 한정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며 법 개정의 필요성은 있지만 그 시급성은 비교적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화제작이 개봉할 경우 특별관 위주로 암표 및 리셀 거래가 나타나고 있어 스포츠나 공연에 비하면 그 규모는 작지만, 문제 인식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적 거래의 경우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부재하며 고소 등 법적 제재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책임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는 영진위는 영화관을 주체로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영화관 기업들과 긴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암표 거래의 사각지대인 “중고 거래 플랫폼 거래의 경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각 플랫폼의 자체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한 암표 리셀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며 “다만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직접적인 요구는 어렵다”고 전했다.
얼마나
벌길래
문제는 암표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화관들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각종 굿즈 역시 리셀 시장의 표적이 되고 있다.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 CGV의 ‘필름마크’, 롯데시네마의 ‘아트카드’ 등은 흥행작일수록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더 큰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영화 티켓과 마찬가지로 현행법상 개인 간 사적 거래로 분류돼 이를 직접적으로 제재할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영화 티켓과 마찬가지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성사되는 거래는 개인 간 거래다 보니 조치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영화관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개인 간 거래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한정 수량의 굿즈를 받기 위해 관객들이 새벽부터 영화관을 찾고, 특정 회차의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예매 경쟁을 벌이는 것은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디세이>의 흥행은 영화관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OTT의 확산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감소하고 있지만, 모든 영화가 외면받는 것은 아니다. 대형 스크린과 압도적인 음향, 아이맥스와 같은 특별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작품에는 관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요를 영화관이 얼마나 제대로 소비로 연결시키고 있는지다. 정부는 침체된 극장가에 관객을 되돌려놓기 위해 관람료 6000원 할인권을 배포하고 있다. 관객에게 영화관에 다시 방문할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극장에 와달라”라며 할인권을 제공하는 동안, 정작 제값을 주고 영화를 보려는 관객의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OTT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대형 화면과 고음질 음향 등으로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만들어냈지만, 정작 그 경험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일부 리셀러들이 선점하고 있는 셈이다.
“안전하게 모바일 티켓 보내드려요”
개인 간 온라인 판매 ‘개입 불가’
CGV 관계자에 따르면, “CGV는 일부 업체의 비정상적인 예매 행위와 티켓 부정 거래 가능성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정한 예매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 이용약관에 따라 계정 이용 제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 규정에는 로그인 제한 등 상응하는 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다수의 개인 간 리셀 게시물이 확인되고 있다. CGV는 국내 극장 시장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을 보유한 1위 영화관이자 국내 주요 아이맥스 상영관을 확보한 기업이다. 공정한 예매 환경을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암표 거래에 활용되는 ‘선물하기’ 등 티켓 전달 방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교수는 영화 암표에 대해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영화관을 포함한 영화 산업이 코로나 이후 힘든 상황이고, OTT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규제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판매 규제는 중고 거래 플랫폼 사업자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은 온라인 영화 티켓 리셀을 명확한 판매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번개장터는 암표 거래를 특정 상품 제외 운영 정책 완화로 판매 가능한 상품임을 안내하고 있으며, 거래 금지 품목에서 규정하는 암표는 경범죄처벌법상 오프라인 암표 거래를 의미한다.
당근마켓 역시 오프라인 암표와 철도 승차권,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한 티켓의 재판매 등을 제한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영화 티켓 리셀은 별도의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교수는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뿐 아니라 영화관의 경쟁력 강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영화관을 영화뿐만 아니라 리얼타임 콘서트, 월드컵 기간 진행됐던 실시간 중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소비자가 정당한 가격에 영화를 관람할 권리도 중요하지만, 암표를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인식과 책임도 함께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제도 밖
공연과 스포츠 분야는 온라인 암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영화는 지난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지난 2022년 <아바타: 물의 길> 등 대작이 개봉할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법과 플랫폼 운영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정한 예매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다시 극장을 찾기 시작한 관객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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