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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전통 제조업 공식 벗고 지능형 솔루션으로 비상

이슈메이커 2026-08-10 09:5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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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전통 제조업 공식 벗고 지능형 솔루션으로 비상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엔진이었던 HD현대가 격변의 시기를 순항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10월, 37년여간 이어져 온 전문경영인 체제의 마침표를 찍고 그룹의 수장으로 등극한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있다. 1982년생, 만 44세의 젊은 리더는 단순히 선대(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관리자’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전통적인 제조업의 한계를 깨고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반의 ‘지능형 솔루션 기업’으로 그룹의 정체성을 탈바꿈시키는 ‘게임 체인저’다.

 

 

ⓒHD현대
ⓒHD현대

 

과감한 합병과 사업 재편, ‘글로벌 톱티어’를 향한 빅픽처
정기선 회장 체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사업의 통합’과 ‘조직의 효율화’다. 글로벌 경기 변동과 기술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계열사별 각개전투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생산거점, 기술개발, 글로벌 영업, 사후 서비스가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로 움직여야만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장 눈에 띄는 승부수는 그룹의 심장인 조선 부문의 합병이다.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전격적으로 결합해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를 넘어,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를 정조준한 전략적 포석이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기존의 대형 함정 건조 노하우에 HD현대미포가 보유한 방산 전용 도크와 설비를 결합해 미국 전략 상선과 군함 건조의 최적화된 기지로 거듭났다. 정 회장은 이를 발판 삼아 2035년까지 방산 부문 매출을 10조 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현재 한화오션과 ‘원팀’으로 참여 중인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CPSP) 역시 이러한 방산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건설기계 부문 역시 지각변동을 마쳤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올해 1월 ‘HD건설기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건설장비, 엔진, 애프터마켓(AM)을 단일 축으로 묶어 중복 투자를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 수준인 매출 14조 1,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전격적으로 결합해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정식 출범했다. ⓒHD현대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전격적으로 결합해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정식 출범했다. ⓒHD현대

 


  국내 조선소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과 방산 등 핵심 기술에 집중하는 동안, 해외 사업장 확대를 통해 생산 유연성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 신설된 해외사업 총괄 통합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필리핀, 친환경 탱크 및 항만 크레인을 생산하는 HD현대에코비나 등 생산 거점을 관리하는 허브 역할을 맡아 중국이 장악한 일반 상선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사업 재편의 성과는 이미 눈부신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HD현대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71조 2,594억 원, 영업이익 6조 996억 원(전년 대비 104.5% 증가)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나아가 2030년 그룹 합산 매출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정 회장의 목표는 흔들림 없이 현실을 향해 전진 중이다.

 

책상 위 보고서보다 직접 발로 뛰는 것을 선호하는 정기선 회장은 해외 생산 시설 등을 쉼 없이 누비며 글로벌 밸류체인을 직접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
책상 위 보고서보다 직접 발로 뛰는 것을 선호하는 정기선 회장은 해외 생산 시설 등을 쉼 없이 누비며 글로벌 밸류체인을 직접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

 

초격차 이끄는 ‘디지털 혁명’
정 회장의 시선은 하드웨어의 결합을 넘어 ‘소프트웨어의 지배’로 향해 있다. 조선과 건설기계라는 튼튼한 ‘신체(하드웨어)’에 인공지능이라는 ‘두뇌’를 이식해 ‘지능형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단행한 조치는 일관된 AI 거버넌스 구축이다. 정 회장은 기존 계열사 산하에 흩어져 있던 AI 조직을 그룹 대표이사 직속의 ‘AIX추진실’로 격상시켰다. 강력한 통합 컨트롤타워의 지휘 아래, 선박 설계 단계부터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최적의 모델을 단숨에 도출해 내는 혁신이 일어났다. 야드 현장에서는 1만 3,000개의 특화 용어를 학습한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의 번역 서비스 ‘HD Agent’가 다국적 근로자 간의 언어 장벽을 허물고 있으며, 숙련된 명장의 노하우를 학습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선 AI 명장 에이전트’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의 ‘글로벌 혁신 동맹’은 철저한 실리주의에 바탕을 둔다. 정 회장은 독자 개발에만 매몰되지 않고 글로벌 톱티어 테크 기업들과 기꺼이 손을 잡았다.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와 함께 2030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는 가상 공간에서 선박 건조를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을 현실화하고 있다. FOS가 완성되면 생산성은 30% 향상되고 건조 기간은 30% 단축될 전망이다.

 

HD현대의 거대한 체질 개선이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정기선 회장 특유의 유연하고 소탈한 ‘소통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HD현대
HD현대의 거대한 체질 개선이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정기선 회장 특유의 유연하고 소탈한 ‘소통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HD현대


  올해 1월 열린 ‘CES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극찬한 지멘스와의 협업 사례도 HD현대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다. 최신 블랙웰 GPU 기반의 디지털 트윈 시스템은 현재 HD현대삼호 조선소에 적용되어 실증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여기에 HD현대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피지컬 AI(Physical AI)’가 결합하여, 로봇 스스로 현장의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자율적으로 용접 등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가 HMM과 공급계약을 맺은 대형선박용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이나, HD한국조선해양의 바이오 계열사 AMC사이언스를 통한 신약 연구개발 등 다각화된 신성장 동력 역시 정 회장의 ‘기술 초격차’ 의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HD현대는 사업 통합을 통해 수익의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테크 연합으로 AI·로봇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하며 100년 기업의 새 항로를 개척 중이다. ⓒHD현대
HD현대는 사업 통합을 통해 수익의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테크 연합으로 AI·로봇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하며 100년 기업의 새 항로를 개척 중이다. ⓒHD현대

 

현장에서 리스크 관리의 답을 찾다
HD현대의 거대한 체질 개선이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정 회장 특유의 유연하고 소탈한 ‘소통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정주영 창업주의 ‘아산(娥山) 정신(어떻게든 해내는 실행력)’을 계승하면서도, 수평적 피드백 구조를 접목해 조직의 경직성을 깨트리고 있다.


  회장 취임 첫날 거창한 행사를 생략하고 판교 GRC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국수 미팅’을 가진 일화나, 저연차 MZ세대 직원들과 만난 ‘하이파이브 데이’는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월 진행된 새해 시무식 ‘오프닝 2026’에서도 정 회장은 일방적인 훈화 대신 임직원들의 질문을 직접 메모하고 답하는 파격적인 형식을 선보였다.


  이러한 소통은 단순한 ‘스킨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규모 수주와 정밀한 공정이 생명인 조선·중공업 분야에서 현장의 결함을 상부에 숨기는 경직된 문화는 치명적인 재앙으로 직결된다. 정 회장이 “조직 내 위험 신호가 감지될 때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건강한 업무 방식”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통을 조직 화합을 넘어 핵심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기선 회장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한계를 깨고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반의 ‘지능형 솔루션 기업’으로 그룹의 정체성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HD현대
정기선 회장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한계를 깨고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반의 ‘지능형 솔루션 기업’으로 그룹의 정체성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HD현대


  동시에 ‘WHY 캠페인’과 ‘CL(Change Leader)’ 제도를 통해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재설계도 주도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기계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대신 업무의 목적을 묻고 현장의 비효율을 스스로 개선하도록 독려함으로써 통합 이후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의 업무 기준을 하나로 맞춰가고 있다.


  책상 위 보고서보다 직접 발로 뛰는 것을 선호하는 정 회장은 울산, 청주 등 국내 사업장은 물론 스위스 연구소, 필리핀 수빅 조선소, 베트남 LNG 모듈 생산 시설 등을 쉼 없이 누비며 글로벌 밸류체인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HD현대의 전망이 밝은 이유는 정기선 회장이 그리는 궤적이 모호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합리적 실행’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통합을 통해 수익의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테크 연합으로 AI·로봇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하며, 소통을 통해 유연한 조직 문화를 뿌리내리고 있다.


  거대한 하드웨어에 최첨단 소프트웨어의 영혼을 불어넣은 정기선 회장.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한계를 돌파하는 그의 ‘게임 체인저’ 행보가 100년 기업 HD현대의 새로운 역사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 전 세계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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