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스페이스X가 미국 이동통신시장에 직접 진출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통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를 앞세워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이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이동통신 서비스까지 노리면서 미국 이동통신 3강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신규 사업 진출이 아니라 위성통신 기업이 기존 이동통신사와 정면 승부를 선언한 첫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최근 투자자와 증권 시장을 상대로 내년부터 차세대 위성을 발사하고, 이르면 내년 말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성망을 넘어 지상 이동통신망까지 구축해 버라이즌, AT&T, T모바일 등 미국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페이스X의 그윈 샷웰 사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에코스타(EchoStar)로부터 확보한 주파수에는 지상망 구축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도 포함돼 있다”며 “스타링크를 진정한 모바일 서비스(true mobile service)로 만들기 위해 지상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스타링크는 이동통신사와 협력하는 방식이었다. 대표적으로 T모바일과 손잡고 D2D(Direct-to-Cell, 위성이 스마트폰과 직접 통신하는 기술) 서비스를 통해 기지국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 문자와 긴급 통신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번 전략은 다르다. 협력 사업자가 아니라 소비자와 직접 계약하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브랜드의 소비자용 이동통신 서비스와 자체 지상망 구축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X는 2025년 9월 위성 통신 기업 에코스타(EchoStar)의 주파수 자산을 17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는 모바일 직접 통신(D2C, Direct-to-Cell)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지금 스타링크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우산 정도 크기의 접이식 안테나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도 위성 통신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통신사들이 구축한 물리적 한계를 초월해 전 세계 2500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강력한 통신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의 최대 강점은 세계 최대 저궤도 위성망이다. 스타링크는 이미 수만 기 규모의 저궤도 위성망을 구축하며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위성과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하는 D2D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기지국이 없는 지역에서도 일반 스마트폰으로 통신이 가능해지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사는 수십 년간 구축한 기지국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지만, 위성이 이를 일부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의 축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산악 지역과 해상, 사막, 재난 현장 등 기존 이동통신망이 닿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위성통신이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 시장도 스페이스X의 선언을 주시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미국 이동통신시장 공략 의지를 밝힌 직후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 등 미국 주요 통신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기존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기반이 장기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가 단기간에 기존 통신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도심에서는 LTE·5G 기지국이 여전히 속도와 용량에서 우위를 갖고 있고, 위성통신은 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하는 환경에서 한계가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스페이스X가 독자 이동통신망을 구축하기보다 기존 사업자의 망을 임대해 활용하는 MVNO(알뜰폰) 형태나 협력 모델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스타링크의 이번 선언이 이동통신시장에 장기적인 변화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은 기지국 구축 경쟁이었다. 정부도 하지만 6G 시대에는 지상망과 위성망을 결합한 비지상망(NTN) 이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이스X가 이동통신 사업자로 자리 잡을 경우, 기존 통신사들도 단순히 기지국 경쟁을 넘어 위성통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장 위성통신이 LTE나 5G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이동통신의 영역을 지상에서 우주까지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향후 경쟁력은 기지국 숫자가 아니라 지상망과 위성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합하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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