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저는 남은 의료인생 동안 계속 수술하겠지만 후배들에게 같은 삶을 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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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째 대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는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필수의료 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의 은퇴가 아니다. 자신이 떠난 뒤 수술실을 지킬 후배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외과 교수라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었다”며 “환자를 살리는 보람 하나로 버틸 수 있었고 나도 그런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외과 전공의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어렵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젊은 의사들도 대학병원보다 개원이나 2차 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다. 대장암이나 직장암처럼 응급수술과 중증환자를 담당하는 분야는 점점 기피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의사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수술 팀 자체가 무너지는 점이다. 이 교수는 “외과는 교수와 전공의, 전임의가 함께 수술과 당직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사람이 줄면서 남은 교수가 빈자리를 메우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환갑을 앞둔 이 교수도 지금까지 일주일에 수 차례 당직근무를 선다. 그는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퇴근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런 삶을 후배에게 권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대장암 수술 성적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현재의 수준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 대장암 5년 상대생존율 74.6%으로 미국(64.9%), 영국(60.0%), 일본(67.8%)보다 월등히 높다. 그는 “지금의 성과는 과거부터 수십년간 선배 의료진들이 축적한 결과”라며 “전공의 교육이 무너지고 젊은 교수들이 계속 떠난다면 10년 후에는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수술 수가를 인상하는 등 필수의료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은 크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상된 수가는 대부분 병원 운영이나 시설 기준을 맞추는 데 쓰인다”며 “정작 밤새 당직을 서는 의사나 수술팀의 삶이 달라졌다고 느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보상 외에도 과거에는 환자를 살린다는 보람과 교수라는 자부심이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메웠지만 지금은 사회적 존중도, 삶의 여유도 모두 줄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젊은 의사 입장에서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필수의료 분야는 젊은 의사가 평생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돼야 한다”며 “병원이 충분한 의료진을 채용해 당직근무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와 전임의를 꾸준히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사고 부담을 줄이는 안전망과 대학병원 교수의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는 보상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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