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복약 편의성을 앞세운 제형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효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알약 크기와 복용 방식 등 사용 편의성을 경쟁력으로 키우려는 전략이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5년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자료제출의약품(248품목) 가운데 새로운 조성 의약품(68품목)이 가장 많았고 새로운 제형(67품목), 함량 증감 의약품(37품목)이 뒤를 이었다. 자료제출의약품은 신약은 아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가 필요한 의약품으로 새로운 투여 경로나 용법·용량, 제형 등을 변경한 제품이 해당된다.
올해 국내 제약사들은 복용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종근당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에소듀오미니'를 출시했다. 장기 복용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줄여 목 넘김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재발이 잦아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제형 개선을 통해 환자 이탈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대원제약도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업타바서방정'으로 복약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캡슐을 서방정으로 바꾸고 주성분을 변경해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알약 부피도 기존 대비 약 43% 줄여 동일 성분 복합제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를 구현했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제형 다양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복약 순응도가 처방 확대와 제품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 성분 의약품이 늘어난 상황에서 편의성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일반의약품(OTC)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소아용 의약품은 같은 증상이라도 연령과 복용 방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만큼 제형 세분화가 활발하다.
한미약품은 '써스펜'과 '맥시부펜' 시리즈를 중심으로 좌약·츄어블정·스틱형 시럽 등 다양한 제형을 갖췄다. 증상과 연령, 복용 환경에 맞춘 제품군을 확대하며 복약 편의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동아제약도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는 감기약과 영유아용 구강 스프레이형 감기약 등을 선보이며 복약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형 개선 시도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 성분 제품이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약효만으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운 만큼 알약 크기와 복용 횟수, 식사와의 관계 등 실제 복용 경험이 처방과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 기전과 약효를 가진 제품이 많아지면서 기존 영업력만으로는 시장을 넓히기 어려워졌다"며 "결국 의료진의 처방과 환자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기준은 얼마나 부담 없이 꾸준히 복용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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