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홍기원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거래금액 규모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살아나려면 글로벌 수준에 맞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9일 암호화폐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거래금액이 6년 만에 최저인 287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디지털자산 월별 거래규모가 300억달러 미만이 된 때는 2020년 10월 이후 이번이 최초다.
이들의 거래규모를 보면 업비트가 183억7000만달러(점유율 63.85%), 빗썸은 84억7000만달러(점유율 29.44%)로 두 거래소가 시장을 양분했다. 그 다음인 코인원은 17억달러(점유율 5.91%)를 거둬들였다.
올해 들어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규모는 지난 2월 855억달러대까지 올랐지만 그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한 상황이다. 지난 2월 6일 빗썸이 60조원 대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오지급한 금융사고가 일어난 직후부터 하락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 증시나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자금이 옮겨졌을 것이라 해석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역시 올해 상반기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자산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 시세는 이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6월초 7만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AI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호조를 보였고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자금 유출도 계속됐다.
이어 비트코인은 6월 30일 기준 5만8462.15달러까지 가격이 뚝 떨어졌다. 미국의 주요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42억800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되는 등 순매도가 이어졌다. 같은 시기 이더리움은 1573.83달러로 5월말 대비 21.5% 하락했으며 솔라나 가격도 73.6264달러로 5월말 대비 10.6% 떨어지는 등 맥을 추지 못했다.
다만 지난달 전체 디지털자산 시총이 2조3000억달러로 전월 대비 1000억 달러 증가하고 비트코인 가격도 7월 20일 기준 6만4716.9달러로 6월말 대비 10.4% 상승하면서 본격적으로 반등할지 주목받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디지털자산 현물 ETF의 자금 유출이 진정되는 흐름”이라면서도 “개인투자자의 투자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해외로의 ‘코인무브’가 지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코인무브는 국내 투자자들이 원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해 해외 거래소로 이전하는 현상으로 현재 18개월 연속 국내 5대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나가는 스테이블코인 출고액이 입고액을 초과하고 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국내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출고된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2조7625억원에 달했다. 같은달 반대로 입고된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2조2022억원으로 순출고액은 5603억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4억7265만달러이다. 이를 6월 평균 원·달러 환율(1527.95원)로 환산하면 7220억원으로 스테이블코인 순출고액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초까지 스테이블코인 순출고액은 해외 주식 순매수액의 20% 안팎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스테이블코인 순출고액 규모는 1조6872억원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던 서학개미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와 오히려 해외 주식을 1조6185억원 순매도 하기도 했다. 서학개미들이 돌아오는 기간에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코인무브’가 지속된 것이다.
해외 거래소는 이미 국내 주식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무기한 선물, 실물연계자산 등의 상품이 나와 국내 자본시장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상태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아직 제도적으로 체계를 갖추지 못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지성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원화 환율, 원화 스테이블코인 같은 외환 기초자산도 무기한 선물 형식을 빌려 거래되고 있다. 온체인 거래소 라이터(Lighter)에는 환율을 기초로 한 무기한 선물이 상장돼 거래 중이고 글로벌 중앙화 거래소인 EDXM 인터내셔널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무기한 선물이 등장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달러 외환시장을 24시간으로 열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으로 빠져나가던 원화 거래를 국내 제도권으로 되돌리려 한다. 하지만 원화 무기한 선물은 국내 제도의 보호 밖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기존금융과 디지털자산의 결합을 촉발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 역시 지난달 14일 경제성장전략에 ‘블록체인 이코노미 활성화 방안’을 포함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조성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문제는 속도다. 정부는 아직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관련한 정부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속한 정부안 제출과 국회에서의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느냐가 중요한 대목이다. 일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음달 정기국회 내에 당정 통합안 발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블록체인 기술과 AI 기반의 금융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단순한 가장화폐의 개념을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디지털자산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디지털자산 시장질서 확립과 금융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해당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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