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기상청 '적시타'에 MLB 뺨치는 KBO '폭염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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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기상청 '적시타'에 MLB 뺨치는 KBO '폭염 홈런'

연합뉴스 2026-08-09 08:09: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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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재난상황 심각성 간파하고 이해관계보다 안전 선택

기상청 '중대경보' 신설로 과감한 대응 판단 기준 제공

열화상카메라로 바라본 야구 경기 열화상카메라로 바라본 야구 경기

[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극한 폭염이 찾아왔다. 재난급 위세를 떨친 폭염 속에서 모두가 당혹스러워할 때 프로야구는 발 빠른 대처에 나서 재난 대응의 '벤치마크'로 떠올랐다.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주 전국 구장에서 예정된 30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주말 3연전까지 열지 않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대회를 위한 것 빼고는 프로야구 리그가 중단된 것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 이후 처음이다.

프로야구 경기를 취소하는 것은 선수와 구단의 이해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경기장 관중은 물론 중계방송을 통해 경기를 즐기는 야구팬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될 수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고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KBO 폭염 대응 긴급 실행위원회 KBO 폭염 대응 긴급 실행위원회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KBO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폭염 긴급 대책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6.8.6 pdj6635@yna.co.kr

KBO는 폭염 초기인 지난달 말 부산 사직구장 경기에서 선수들이 두통과 구토나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일부 경기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폭염 단계별 운영 세칙'을 발표했다. 폭염경보 이상이 발효되면 경기 시작을 최대 1시간 늦추고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면 당일 오후 1시까지 취소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했다.

프로야구는 일반적으로 한 경기를 치르는데 3시간가량이 걸린다. 연장전까지 하면 4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축구보다 선수나 관중이 훨씬 더 오랜 시간 폭염에 노출된다.

KBO의 폭염 대응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없었던 것이다. MLB는 폭염 발생 시 경기를 연기하기는 하지만 취소하지는 않는다. 돔구장이 많아 한국보다 대응이 용이한 일본에서도 폭염을 이유로 리그경기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KBO가 전례 없는 폭염에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 상업성을 추구하는 프로야구에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안전을 우선한 조치에 나선 것은 재난 상황의 심각성을 정확히 간파한 행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선수와 관중을 안전한 홈으로 불러들이는 '폭염 홈런'을 친 셈이다.

KBO의 신속한 판단에는 기상예보 행정의 '적시타'가 밑바탕이 됐다. 기상청은 지난 5월 극단적인 폭염 대응을 위해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했다. '주의보-경보' 2단계 경보체계를 '주의보-경보-중대경보' 3단계로 세분했다.

[글로컬] 기상청 '적시타'에 MLB 뺨치는 KBO '폭염 홈런' - 3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철 폭염 기간이 길어지고 강해지면서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기상청은 '극단적 고온'에 대해 안내할 필요성이 있다는 국민 의견도 받았다. 최상위 단계인 중대경보로 건강한 사람도 위험할 수 있을 정도로 극단적이고 생명 위협 가능성이 있는 더위라는 경각심을 높였다.

기상청이 예보시스템 개선을 통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며 '비빌 언덕'을 만들어 준 덕에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KBO가 MLB에서도 보기 힘든 과감한 폭염 대응에 나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KBO의 행보는 축구나 골프 등 다른 실외경기 종목에서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극단적인 폭염이 '뉴노멀'(새로운 일상)로 다가온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기존 방식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화재나 전염병 등 철저한 사전 대비로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재해와 달리, 지진이나 태풍·홍수·폭염 등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지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재난은 안일함을 먹고 자란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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