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이 4월 휴전 이후 가장 심각한 직접 군사 교전을 벌인 가운데, 양측이 24시간 내에 잇달아 군사 행동 중단을 선언했다.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터키·파키스탄 3개국이 '메카 공동방위 협정'에 서명하며 중동 안보 구도의 근본적 재편 신호가 나왔다.
현지시간 7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국제연합 레바논 임시군(UNIFIL)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발사한 포탄은 113발로, 올해 6월 21일 레바논-이스라엘 충돌 재개 이후 단일 최대 규모다. 이 공습으로 인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진행 중이던 레바논-이스라엘 제7차 안보 회담이 중단되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7일 밤 이스라엘을 향해 최소 3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나스르' 작전이라 명명한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의 라마트 다비드 공군기지 등 군사 목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언론은 수도 테헤란과 주요 도시 타브리즈, 이스파한 등에서 8일 새벽 폭발음이 보고되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8일 새벽 성명을 통해 이란 서부 및 중부 군사 목표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확인했다. 이번 공습에서는 이란 남서부 마흐샤헤르 석유화학 단지 일부 시설이 타격되어, 그간 유지되던 '에너지 시설 불공격'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처음으로 깨졌다. 다만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교전 급등 직후 미국의 개입이 이어졌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과 8일 이틀 연속 내타냐후 총리와 전화통화를 다. 첫 통화에서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보류하라고 내타냐후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측 소식통은 두 번째 통화가 이란의 군사 행동 중단 선언 직전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란 무장군 핵심 기구인 하탐 안비야 중앙사령부는 8일 성명을 통해 대이스라엘 군사 작전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의 침략을 계속할 경우 더 가혹하고 파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페제시안 대통령은 7일 취임 2주년 연설에서 "이란은 협상에서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회·사법부·군이 완전히 단결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24시간도 안 되어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고 지적하며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페제시안은 사임설을 부인하며 "결코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중동 안보 지형을 뒤흔드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 파키스탄 셰바즈 총리가 메카에서 '메카 공동방위 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3개국 중 어느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 방위 조항을 담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협정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이란을 공습한 이후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이 배경이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이 지속되고 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 통항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터키 통신국은 "이 협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제5조와 충돌하지 않는다"며 "기존 국제 동맹과 상충하지 않는 보완적 협력 메커니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 언론은 이를 '이슬람판 나토'라고 부르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 소속 레자이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사우디는 터키와 파키스탄과의 일지필 계약이 자국에 안보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협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스탄불 마르마라 대학 국제관계학과 도스테르 교수는 신화통신에 "이 협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공동 순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테헤란을 자극하는 행동은 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외교 역사에는 수천 개의 조약이 효과 없이 사라졌다"며 실질적 효과에 대한 회의를 표명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통행 협상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 대변인 카슈카비는 7일 "이란과 오만이 해협 통행谅解 각서의 전체 틀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 관리도 "오만과 이란이 곧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며 "공식 발표 후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주의 사건들이 중동 안보 구도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한다고 본다. 이란-이스라엘 직접 교전의 재발과 사우디 주도의 집단 방위 협정 체결은, 기존 미국 중심의 중동 안보 체제가 붕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페제시안 대통령의 "미국이 24시간도 안 되어 입장을 바꿨다"는 발언은, 미국의 중동 약속에 대한 신뢰가 극히 낮아졌음을 방증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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