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전 영웅' 페도로우 전 장관도 다크호스로 부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서 현직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보다 그의 정치적 라이벌인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국 대사가 더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론조사기관 레이팅에 따르면 지난 5∼6일 전국(러시아 점령지 제외)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주요 인물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루즈니 대사가 '완전히 신뢰한다', '대체로 신뢰한다' 응답을 합산한 수치에서 68%로 1위였다.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비서실장이 62%로 2위였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59%로 3위에 그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경질한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이 58%, 미하일로 드라파티 신임 총사령관이 56%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주요 인물 5명 가운데 '완전히 불신한다', '대체로 불신한다'를 합친 수치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38%로 1위였다. 반면 잘루즈니 대사와 부다노우 실장은 각각 21%였다.
'만일 조만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꼽은 이가 25.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잘루즈니 대사 16.7%, 페도로우 전 장관 12.5%, 부다노우 실장 7.9% 등 순이었다. 이번 조사 표준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지난달 28일∼이달 2일 총 2천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사회연구센터(Socis)의 대면 여론조사(표준오차 ±3.1%p) 결과도 비슷했다.
잘루즈니 대사에 대한 '전적으로 신뢰' 응답이 27.8%로 1위였고, 페도로우 전 장관이 26.8%로 2위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0%로 6위에 머물렀다.
'전적으로 신뢰', '대체로 신뢰', '모른다', '대체로 불신', '전적으로 불신' 등 응답에 각각 별도의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한 신뢰지수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페도로우 전 장관이 63.0%로 제일 앞섰고 잘루즈니 대사가 61.0%로 2위에 오른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42.0%로 전체 명단 중 9번째에 그쳤다.
곧 대선이 치러질 것을 가정한 질문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도가 17.8%였고 잘루즈니 대사가 17.1%, 페도로우 전 장관이 10.5%로 상위권이었다.
다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1위와 2위가 결선을 치르도록 한 우크라이나 선거법을 고려해 양자대결이 열리는 선택지를 제시했을 때는 잘루즈니 대사가 47.4%를 얻어 24.2%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월등히 앞섰다.
페도로우 전 장관(43.4%)과 맞붙는 경우에도 젤렌스키 대통령(24.7%)이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5월 대선에 승리해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4년 5월로 5년의 임기가 종료됐어야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려진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를 건너뛴 채로 계속 재임 중이다.
한편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항전을 이끌어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던 잘루즈니 대사는 2024년 2월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질된 뒤 주영 대사로 부임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5월 잘루즈니 대사를 수도 키이우로 불러들여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면서 대선 출마 의향을 떠봤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 출마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했지만, 잘루즈니 대사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항마로 나설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 대한 드론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다가 지난달 돌연 교체돼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역풍을 불러온 페도로우 전 장관도 우크라이나 정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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