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중국 업체에 내줬던 로봇청소기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반격이 시작됐다. AI와 보안 기술을 앞세운 신제품이 잇달아 판매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중국 로봇 규제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2년 만에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로보락·에코백스 등 중국 업체들이 장악해온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으로 격차를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LG 홈봇 AI 오브제컬렉션 로니'는 초기 판매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가 2003년 국내 시장에 청소로봇을 선보인 이후 출시한 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초기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존 흡입·물걸레 겸용 제품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판매량이 약 3배 늘었다.
로니는 LG전자가 2024년 8월 이후 약 2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이다. 본체와 스테이션 모두에 100℃ 스팀 기능을 적용했고 120여종의 사물을 인식하는 AI 기술을 탑재했다. 제품 데이터를 보호하는 자체 보안 시스템 'LG 쉴드'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삼성전자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3월 출시한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은 지난 5월 월간 판매량 2만대를 넘어섰다. 프리미엄 제품에 이어 일반형 모델까지 추가하며 제품군 확대에도 나섰다.
양사가 로봇청소기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이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가정용 청소로봇 시장 상위 5개 업체는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샤오미, 나르왈 등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로보락의 점유율은 17.7%로 1위였고 에코백스(14.3%), 드리미(10.5%), 샤오미(6.7%), 나르왈(5.3%)이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54.5%에 달한다.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을 추격하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이 빠른 신제품 출시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환경 변화가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해외 생산 첨단 로봇 기기를 국가안보 위험 장비 목록에 추가했다. 로봇청소기 역시 자율주행 센서와 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만큼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규제 대상은 원산지를 구분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중국 로봇 업체들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데이터 유출과 원격 제어 가능성 등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로보락 등 중국 업체들은 미국 시장 확대를 주요 성장 전략으로 삼아왔다. 미국 내 사업 확장에 제약이 발생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글로벌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 시장의 경쟁 기준이 가격과 성능에서 AI와 데이터 보안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의 빠른 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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