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프랜차이즈 업계의 오랜 과제로 꼽혀온 가맹본부와 점주 간 협상력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이 구체화되고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공식 등록하고 가맹
본부가 등록단체의 거래조건 협의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제도가 오는 연말 시행되면서, 개별 점주 중심이던 가맹시장 협의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도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는 협의요청권은 있었지만, 단체의 대표성을 확인할 기준이나 가맹본부의 협의 거부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점주단체를 공식적인 협의 주체로 인정하고, 가맹본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해 기존 협의요청권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점주들은 협의 창구가 제도적으로 강화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반면 가맹본부들은 낮은 등록 기준으로 여러 점주단체가 동시에 등장할 경우 대표성 논란과 반복 협의로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같은 제도를 놓고 점주와 본부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실제 시행 이후 어느 수준에서 협의의 균형점을 찾을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 고시 제정안의 주요 내용, 가맹본부와 점주단체·전문가의 입장을 통해 새 제도가 프랜차이즈 시장의 협의 구조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10%·30명'이면 등록…본사, 14일 안에 협의 시작해야
새 제도의 핵심은 일정 수준의 대표성을 확보한 점주단체를 공식 등록하고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데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및 거래조건 변경 협의절차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마련해 입법·행정예고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가맹사업법의 후속 조치다. 개정 가맹사업법은 올해 12월 31일부터 시행된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전체 가맹점주의 10% 이상이 가입하고 가입 점주가 최소 30명 이상인 단체는 공정위에 가맹점사업자단체로 등록할 수 있다.
가입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가입 점주가 1000명 이상이면 등록이 가능하다.
최소 가입 인원이 30명으로 정해진 만큼 전체 가맹점 수 자체가 30개에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 브랜드에서는 등록단체 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등록단체는 가맹계약 조건과 광고·판촉비 부담 등 거래조건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협의 요청을 받은 가맹본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4일 이내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협의는 원칙적으로 2회 이상 진행하고 협의 과정에서 작성한 회의록은 종료일부터 3년간 보관하도록 했다. 협의가 끝난 뒤에는 협의절차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사업자에게도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결과를 알리도록 했다.
등록단체의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가입률이 전체 점주의 30%에 미치지 못하는 단체는 거래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점주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반복적인 협의 요청에 따른 가맹본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한도 둔다.
동일한 협의 주제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재협의를 요청할 수 없도록 하고 별개의 주제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추가 협의 요청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특히 가맹점 수가 적은 가맹본부에는 협의 부담을 고려한 별도의 기간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가맹본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단체와의 협의를 거부하거나 정해진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의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개정의 핵심은 점주단체에 새로운 협상권을 처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했던 거래조건 협의요청권에 '등록제'와 '가맹본부의 협의의무', '불응 시 제재'를 결합해 실효성을 높이는 데 있다.
"문턱 더 낮춰야" vs "대표성 높여야"…10% 기준 놓고 충돌
새 제도를 바라보는 점주와 가맹본부의 시각은 엇갈린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전체 점주의 10%라는 가입 기준이 시행령에 반영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개별 점주가 가맹본부를 상대로 거래조건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았던 현실을 감안하면 일정 규모 이상 단체의 협의요청권에 실효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전됐다는 평가다.
다만 함께 규정된 '최소 30명' 요건은 오히려 점주단체 구성의 문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10%가 30명이 되려면 가맹점이 최소 300개는 있어야 하는데, 300개 이상 점포를 보유한 브랜드는 전체의 5%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폐점 증가 등으로 전체 점포 수가 줄어든 브랜드에서는 가입률 10%를 충족하더라도 30명을 모으지 못해 등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생 점주단체 역시 소수의 점주로 출발한 뒤 구성원을 늘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최소 30명 기준이 단체 설립 초기부터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협의 제한 규정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위원장은 "점주단체끼리 같은 안건을 반복해서 협의하지 못하도록 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본사가 개별 점주와 상생협약을 맺고 이를 이유로 단체와의 협의 요청 자체를 미루는 방식으로 제도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가맹본부 측은 등록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 점주단체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10% 기준을 적용하면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나의 영업표지 아래 여러 개의 등록단체가 동시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팀장은 "협회 입장에서는 단일 단체가 가장 바람직하고, 그게 어렵다면 2~3개 수준까지는 감수할 수 있다고 봐 왔다"며 "이번 10% 기준이 적용되면 그보다 훨씬 많은 단체가 하나의 브랜드에 등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단체가 같은 사안을 각각 협의 안건으로 제시할 경우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유사한 논의를 되풀이해야 하고, 단체마다 요구사항이 다르면 브랜드 전체에 일관된 정책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협회는 그동안 50%를 최선으로, 최소 35% 정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공정위와도 30% 수준을 전제로 논의가 이어져 왔는데 이번 시행령에서 10%로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협회는 점주단체가 전체 가맹점주를 대표한다고 인정하려면 등록 기준을 30~35%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복수 단체의 협의 요청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시행 이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이번 시행령이 점주단체와 가맹본부의 이해관계를 일정 부분 절충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소수 대형 브랜드와 다수 소형 브랜드로 양극화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등록 기준 자체가 크게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교수는 "10%라는 숫자만 보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가입률이 낮은 단체는 협의 과정에서 다른 점주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도록 한 절차가 함께 들어가 있다"며 "이런 보완 장치를 감안하면 기준 자체는 어느 정도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 브랜드에서 여러 등록단체가 동시에 등장할 경우 같은 안건에 대한 협의 요청이 잇따를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표성을 어느 한 단체에 부여하는 방식보다는, 동일한 안건에 대해 여러 단체가 각각 협의를 요청하는 상황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재협의 제한 규정은 하나의 단체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여러 단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에 대한 보완책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브랜드 점주를 위한 별도의 장치도 과제로 꼽았다.
최소 30명의 등록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브랜드에서는 등록단체를 통한 공식 협의 절차를 활용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을 위한 별도의 의견 전달 통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맹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점주들의 의견을 전달할 통로까지 없어져서는 안 된다"며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협의를 지원하는 별도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와 협의의무제는 점주와 본부 사이에 없던 협의 구조를 새로 만드는 제도는 아니다.
기존 제도가 대표성 논란과 강제력 부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문제를 등록제와 절차 규정, 제재수단을 통해 보완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점주에게는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되고, 가맹본부에는 예측 가능한 협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려면 시행 전까지 복수 단체의 대표성과 반복 협의, 소규모 브랜드 문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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