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대한축구협회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10여 년 전 외국인 심판을 상대로 한 이른바 ‘성 접대’ 의혹과 수억원대 법인카드 사적 사용 정황까지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전후로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축구협회가 최근 운영 문제에 이어 과거 회계·행정 문제까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안팎의 압박이 커지는 모습이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진선미 의원실이 제공한 ‘축구협회 비위 조사 결과 종합’ 자료에는 2017년 경찰 수사 결과 발표와 당시 언론 보도에서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외국인 심판 접대 관련 내용이 담겼다.
자료에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와 올림픽 예선 등에 참가한 일부 외국인 심판과 관계자들을 상대로 모두 8차례에 걸쳐 안마시술소 등을 이용한 접대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관련 비용은 축구협회 법인카드로 결제됐으며, 한 차례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을 넘긴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료에는 당시 심판국 직원들이 관련 비용을 ‘식사 접대’, ‘경기 후 음주’, ‘단순 마사지’ 등의 명목으로 정산하고 내부 결재를 받은 정황도 담겼다.
문화체육관광부 설명에 따르면 관련 내용은 2016년 축구협회 감사 과정에서 파악됐지만, 당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듬해인 2017년 조중연 전 축구협회장과 이회택 전 부회장 등 임원 11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공개된 수사 내용은 임원들의 골프장 이용비 약 5천200만원과 유흥주점 사용액 약 2천300만원, 조 전 회장의 배우자 동반 출장 관련 비용 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번에 진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자료에는 당시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담겼다.
자료에 따르면 2011~2012년 축구협회 임직원 18명은 골프장과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등에서 법인카드로 총 1천501차례에 걸쳐 2억1천600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두고 사적 사용 의혹이 제기됐다.
임직원 15명이 주유소에서 1천186차례에 걸쳐 모두 1억500만원을 결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래방에서는 14차례에 걸쳐 197만3천원이 사용됐으며 안마시술소 608만원, 유흥·단란주점 2천334만600원의 결제 내역도 자료에 담겼다. 백화점에서 사용된 270만4천350원 역시 뚜렷한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퇴임 임원에 대한 지원 문제도 다시 거론됐다.
자료에는 축구협회가 2015년 퇴임 후 비상근 자문역으로 물러난 한 임원에게 매달 500만원의 보수와 월 2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 업무용 차량 리스비와 전담 기사 급여 등을 지원한 내용도 담겼다.
축구협회는 2024년 7월 홍명보 전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이후 줄곧 절차적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약 5개월간 후임자를 물색한 끝에 당시 K리그 현역 감독이던 홍 전 감독을 선임했지만, 선임 과정과 절차를 놓고 축구계 안팎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당시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주호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부 위원들이 외국인 지도자보다 국내 축구인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몰아갔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이후 문체부가 특정감사에 착수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현안 질의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홍 전 감독 선임 과정과 정몽규 전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 운영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문체부는 2024년 11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 전 회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축구협회가 이에 불복하면서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경찰 수사도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홍 전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둘러싼 고발 사건은 당초 서울 종로경찰서가 맡았으나 지난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관됐다. 경찰은 지난 6일 충남 천안의 축구협회 시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압수수색했다.
최근 축구협회 운영을 둘러싼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과거 외국인 심판 접대 의혹과 법인카드 사용 문제까지 다시 공개되면서 협회는 현재 진행 중인 논란과 과거 비위 의혹을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
축구협회는 과거 법인카드 사용 문제와 관련해 “지금은 법인카드와 관련해 철저한 시스템을 마련해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측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내용이 확인됐지만, 경찰 수사에서는 뇌물 등 형법상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전 감독 선임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한 데다 향후 국회에서도 축구협회 문제가 다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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