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모르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 인분을 던지고, 가족의 개인정보까지 퍼뜨린다. 돈만 건네면 타인을 대신 괴롭혀 준다는 이른바 ‘보복대행’이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범행에 미성년자까지 끌어들이는 조직의 실체가 공개된다.
KBS 1TV ‘추적60분-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예고편. / KBS 제공
7일 방송되는 KBS 1TV ‘추적60분’ 1467회는 ‘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편을 통해 의뢰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하는 보복대행 범죄의 구조를 추적한다.
단순한 장난이나 일회성 괴롭힘과는 거리가 멀다.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오물을 투척하고 주변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비방 전단을 뿌리는가 하면, 가족의 집과 직장까지 찾아가는 사례도 확인됐다. 범행에 필요한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어디서 흘러나오는지도 이번 방송의 주요 추적 대상이다.
가족 집·직장까지 찾아갔다
KBS 1TV ‘추적60분-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예고편. / KBS 제공
김대식(가명)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어느 날 김 씨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이 발견됐다. 전단은 한두 장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 한 동에 광범위하게 뿌려졌다.
괴롭힘은 김 씨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범인은 김 씨 누나의 집과 아버지의 직장까지 찾아가 같은 전단을 살포했다. 전단에는 가족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CCTV에 찍힌 범인은 김 씨가 전혀 모르는 남성이었다. 남성이 김 씨에게 요구한 것은 당시 진행 중이던 소송의 ‘고소 취하’였다.
김 씨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개인정보는 텔레그램으로까지 퍼졌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괴롭힘으로 김 씨는 정신과 약을 복용할 정도의 불안 증세를 겪었다고 털어놓는다.
김 씨는 제작진에게 사람을 만날 때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하게 됐다며 사건 이후 자신의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잡혀도 금방 나온다며 모은 ‘특공대’
KBS 1TV ‘추적60분-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예고편. / KBS 제공
제작진은 실제 보복대행 범행에 가담했던 행동대원 조민수(가명) 씨도 만난다. 보복대행 조직 내부에서는 직접 현장을 찾아가 범행을 실행하는 행동대원을 ‘특공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조 씨 역시 경찰에 붙잡혀도 경미한 처벌에 그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조 씨는 범행 이후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작진이 텔레그램에 개설된 보복대행 관련 대화방을 확인하면서 더욱 수상한 정황도 드러났다. 업체들은 ‘고수익’, ‘검거율 최하’ 등의 표현을 내세우며 행동대원을 모집하고 있었고, 실제 행동대원들은 제주와 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일부 모집 글에서는 ‘촉법소년’을 구한다는 문구까지 발견됐다. 미성년 행동대원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인증 사진도 남아 있었다.
제작진이 만난 또 다른 행동대원 민우식(가명) 씨는 만 17세였다. 민 씨는 총책으로부터 미성년자는 경찰에 붙잡혀도 훈방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방송에서는 낮은 연령과 처벌 수위를 악용해 청소년을 범행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보복대행 업체의 모집 방식도 들여다본다.
복수를 맡기려던 의뢰인까지 협박했다
KBS 1TV ‘추적60분-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예고편. / KBS 제공
보복대행 업체는 자신들을 ‘의뢰인의 편’이라고 홍보한다. 피해를 대신 갚아주고 의뢰인의 신원도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제작진이 취재한 실제 사례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거액의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한우진(가명) 씨는 피해금을 돌려받기 위해 보복대행 업체에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 과정에서 업체가 지나치게 많은 선수금을 요구하자 한 씨는 의뢰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상황이 뒤집혔다. 업체는 오히려 한 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한 씨가 업체 측에 직접 알려주지 않았던 개인 연락처로도 협박성 메시지가 도착했다.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던 조직이 의뢰를 거절한 사람의 정보까지 확보해 압박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추적60분’은 피해자뿐 아니라 자신들을 찾아온 의뢰인까지 협박 대상으로 삼으며 돈을 좇는 업체들의 운영 실태를 파고든다.
주소는 어떻게 알아냈나
KBS 1TV ‘추적60분-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예고편. / KBS 제공
보복대행 범죄가 가능하려면 피해자의 집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필요하다. 방송은 이 정보가 흘러가는 과정에도 주목한다.
올해 3월 알려진 ‘배달의민족 콜센터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는 한 남성이 외주 협력사 상담사로 위장 취업한 뒤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남성이 조회한 주소는 1200건 이상으로 조사됐으며, 일부 정보가 보복대행 범행에 이용된 정황도 확인됐다.
제작진은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개인정보를 보복대행 업체에 넘긴 남성을 직접 만나 당시 상황을 듣는다.
민간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내부 직원이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유출한 사건이 발생했고, 행정안전부에서도 해킹으로 8785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가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잇따른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실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KBS 1TV ‘추적60분-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예고편. / KBS 제공
문제는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보복대행 업체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품은 의뢰인, 돈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는 행동대원, 이들을 모집하고 범행을 지시하는 총책, 그리고 범죄의 재료가 되는 개인정보까지. 겉으로는 ‘대신 복수해주는 서비스’를 내세우지만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KBS 1TV ‘추적60분-대신 복수해드립니다. 보복대행 비즈니스 추적기’ 편은 7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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