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성 기자] 날아오는 공에 대한 정보는 피한 순간부터 필요가 없게 된다. 하지만 날씨처럼 서서히 변하는 정보는 한동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데이터의 기억 시간이 한 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었다. 이는 AI가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데이터 특성에 맞춰 이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인AI 반도체, 일명 ‘카멜레온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최신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석좌교수팀은 데이터의 입력 속도 변화에 따라 반응 특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새로운 AI 반도체 소자, ‘프로그래머블 동적 멤트랜지스터(PDM)’와 이를 집적한 어레이(Array, 반도체 소자를 집적한 구조)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PDM은 마치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는 속도를 높이고 골목길에서는 속도를 줄이는 것과 비슷하게 동작한다. 데이터가 입력되면 전기적 정보를 저장하는 층(전하 저장층)에서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그 후 반도체의 반응속도를 조절하는 ‘전자 포획층’에서 다음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조절한다.
연구팀이 이렇게 만든 반도체의 성능을 확인한 결과, 입력 신호에 반응한 뒤 시작 단계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약 5배 범위 내에서 조절했다. 그 결과 빠르게 반복되는 신호를 처리하는 능력도 10배 이상 폭넓게 조절할 수 있었다. 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속적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예측하는 성능이 기존 고정형 반도체보다 40배 가량 높아졌다. 한 번 설정한 반응 특성은 전원을 계속 공급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비휘발성(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유지되는 특성)을 갖춰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 반도체를 어레이 형태로 만들어 실제 시스템에 적용할 경우,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 AI 시스템과 비슷한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4분의 1정도 에너지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복잡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AI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상용 반도체 공정(CMOS 공정)과도 호환돼 대량 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최신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로봇,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AI 기기의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모는 줄이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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