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해군 군함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고 의회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국 법은 해군 함정을 원칙적으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조선소의 생산 능력만으로는 필요한 함정을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동맹국 조선소 활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만일 이 요청이 의회에서 수용되면 한국 조선업체의 수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건조 금지' 국방수권법에 행정부 의견 제출…"해외건조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부 해군 함정을 불가피하게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의회에 전달했다. 의회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한국 조선소가 수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악관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하원에 제출한 '행정부 정책 성명(SAP)'에서 "해군이 전투함 2척과 비전투 보조함 2척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를 계기로 미국 조선소에 외국 직접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기존 '번스-톨레프슨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외국 조선소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해외 조선소의 우수한 기술과 생산 능력을 활용하면 미국 조선업 기반을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며 해당 조항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미 하원이 공화당 주도로 통과시킨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전투함 해외 건조 금지' 조항을 포함시키자 백악관은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백악관은 이 조항이 해군에 해외 조선소와 계약해 수상 전투함 2척과 비전투 지원함 2척을 건조하도록 허용하려는 행정부의 입법 제안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조선산업 역량이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 비해 뒤처진 상황에서 해외 조선소에서 초도 물량을 건조하며 기술을 흡수한 뒤 장기적으로 자국 내 건조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구상은 백악관이 새로 내놓은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지난 5월29일 의회에 제출한 입법제안서에 먼저 담겼다.
제안서에 따르면 전투체계의 최종 조립과 통합은 미국 조선소에서 이뤄져야 하며, 핵심 임무체계와 지휘통제 장비, 보안 통신체계는 미국이나 보안이 확보된 동맹국 시설에서 설치하도록 했다. 해외 건조를 통해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때보다 인도 시기를 앞당기거나 전력 대비 태세에 실질적인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운영하는 해군·해양안보 전문 매체인 USNI 뉴스는 지난달 24일 "이번 성명은 미 국방부가 해외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려는 계획을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 해군은 해외 군함 건조 후보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검토해 왔다"면서 "다만 미국 조선업계는 첨단 군함에 기밀 기술과 민감한 전투 체계가 탑재되는 만큼,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할 경우 기술 유출과 안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해군력 증강 위해 한국기업 살펴볼 것"
靑 "한국 건조 염두에 둔 듯" 정부 "조선 제반분야 협력 방안 모색"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강하게 '전투함 해외건조'를 요구함에 따라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조선소에 군함 초기 물량을 맡기되, 이를 계기로 해외 조선사의 미국 내 직접 투자(FDI)와 기술 이전을 유도해 미국 조선 산업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이른바 '핀란드 모델'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미 국방부는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 18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조 7030억원)의 연구 개발(R&D)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만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군함 10척 신속 건조'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군 함정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지난달 15일에는 미군의 해군력 증강을 위한 조선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 기업을 콕 찍어 지목했다.
그는 '국방혁신서밋' 행사에서 미 해군력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아마 한국과 다른 지역에서 오는 기업들 몇몇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와 선박(건조)에 있어 협력하고 있다"면서 "지역 밖에서 만들어진 일부 선박도 구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선 관련 제반 분야에서 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한미는 한미동맹의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의 발전에 있어 조선 협력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조선 관련 제반 분야에서 협력 증진 방안을 지속 모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일본 등 동맹국 유력…'MASGA' 협력 기대
'황금함대' 핵전함 건조에 2750억 달러 투입…韓 조선 잭팟 터질까
현재 NDAA는 하원 통과 단계로, 상원 심의와 양원 단일안 도출 과정이 남아 있다. 의회가 백악관 요구를 일부 반영할 경우 함정 4척의 해외 건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의회 내에서도 입장은 엇갈린다. 하원은 전투함과 보조함의 해외 건조 금지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원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보조함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일 미 의회가 '해외 건조'를 승인한다면 이번에 백악관이 거론한 전투함 외에도 한국 조선업계에는 엄청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은 내년 예산으로 3770억 달러를 요청했으며, 이 중 660억 달러가 함정 건조에 배정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이 절반씩 나누더라도 330억 달러(약 5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핵 추진 전함 건조 비용은 275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황금 함대'(Golden Fleet) 핵 추진 전함 15척의 건조 비용이 27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첫 번째 전함 'USS 디파이언트'는 약 234억 달러가 소요되고, 이후 건조되는 함정은 척당 18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됐다. 또한 첫 번째 전함 건조에 8년 이상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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