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식사비와 영화관람비 등을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1·2심의 공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정보 자체가 비공개 대상이라는 판단 때문이 아니라,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면서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소송을 이어갈 실익이 남아 있는지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 6월 24일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의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정보공개제도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현 상태 그대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라는 점을 짚었다. 공개를 청구한 정보를 해당 기관이 보유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거부 처분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도 없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에서는 2심 변론이 끝난 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4일 파면된 후 같은 해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기까지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물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다.
대법원은 "납세자연맹이 공개를 청구한 정보는 대통령기록물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됨으로써 대통령비서실장이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보에 대한 공개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소멸했는지 등에 관해 새롭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대통령비서실이 실제 해당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는지와 납세자연맹이 소송을 계속할 법률상 이익이 남아 있는지를 다시 따지게 된다.
다만 대법원이 1·2심과 달리 식사비나 영화관람비 자체를 비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하급심에서 공개 필요성에 대한 판단까지 나왔지만 대통령기록관 이관이라는 2심 변론 종결 이후의 사정 변경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번 소송은 납세자연맹이 2022년 대통령실 예산 집행 내역 등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납세자연맹은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소재 음식점에서 사용한 저녁식사 비용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영화관람 비용 등 4개 항목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공개 대상에는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13일 서울 강남구 한식당에서 결제한 것으로 알려진 저녁식사 비용과 같은 해 6월 12일 김건희 여사와 서울 성동구 영화관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며 지출한 비용 등이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업무추진비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안보와 외교·경호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고 공정한 업무수행이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납세자연맹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2023년 4월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통령실은 같은 해 5월 영화관람 비용이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포함됐다고 답변했지만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고 특활비와 식사비 역시 비공개했다.
1심은 2023년 9월 납세자연맹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은 이미 홈페이지에 공개됐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특활비 지출내역과 식사비, 영화관람비 등은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식사비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관련 정보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외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 없고 비용도 지출됐을 텐데 관련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실의 정보공개 대응 방식도 지적했다. "불투명하고 모호하게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인 알 권리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화관람비에 대해서도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로 볼 수 없다며 공개 대상으로 판단했다.
대통령실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2024년 4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개인정보와 특활비 확인자 실명 등을 제외한 결제금액과 영수증, 예산 항목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상고로 대법원 심리가 진행되는 사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과 조기 대선이 이어지면서 관련 기록의 관리 주체가 바뀌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는 식사비나 영화관람비를 국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보다 먼저 대통령실이 해당 자료를 현재 보유하고 있는지와 그에 따라 기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할 실익이 남아 있는지를 판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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