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돌보다] 아파도 집에서 늙고 싶다고요?···‘방구석 요양’ 로망이 생존 다큐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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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의 돌보다] 아파도 집에서 늙고 싶다고요?···‘방구석 요양’ 로망이 생존 다큐가 될 때

여성경제신문 2026-08-07 16:25:00 신고

3줄요약

휴대폰 배터리가 1% 남고서야 보조배터리를 찾는 게 사람 마음이다. 통장 잔고가 바닥나고, 건강검진 결과지에 빨간불이 켜지고, 부모님이 수술대에 누워야 "미리 대비할걸" 후회한다. 초고령사회도 다르지 않다. 2023년 기준 몸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 18.6% 가운데 돌봄을 받는 비율은 47.2%에 그쳤다. 자식도, 국가도 내 노후를 온전히 책임져주지 않는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한다. 복지 전문 기자 김현우의 연재 '돌보다'가 진짜 노후 준비가 무엇인지 뜯어본다. [편집자 주]

노인 10명 중 7명은 건강이 나빠져도 집에 남길 원하지만, 가족의 재택 돌봄 의향은 43.5%에 그친다. 재가·주야간보호·시설을 상태에 따라 연결하는 장기요양 환승체계가 필요하다. /챗GPT
노인 10명 중 7명은 건강이 나빠져도 집에 남길 원하지만, 가족의 재택 돌봄 의향은 43.5%에 그친다. 재가·주야간보호·시설을 상태에 따라 연결하는 장기요양 환승체계가 필요하다. /챗GPT

중학생 사춘기쯤 되면 누구나 가슴속에 원대한 '독립'이라는 꿈을 꾼다. "스무살만 되봐라, 무조건 원룸 얻어서 나간다. 부모님 잔소리에서 벗어나자!". 새벽 3시까지 넷플릭스를 정주행하고 아침엔 마라탕 4단계를 시켜 먹는 자유를 꿈꾼다.

로망에서 벗어나 현실을 보자. 자취 3일 차면 싱크대는 정체불명의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재난 구역으로 전락한다. 빨래는 산처럼 쌓인다. 결국 배를 움켜쥐고 엄마 김치찌개 먹고 싶다며 눈물을 훔치고 만다. 혼자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과 혼자서도 안전하게 살 능력이 있다는 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의 노인 돌봄 현장도 자취의 로망과 닮아 있다.

집에 남겠다는 노인들

보건복지부가 이달 6일 발표한 <2025년 장기요양실태조사>를 보면 장기요양 재가급여 수급자의 69.4%가 건강이 나빠져도 지금 사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2022년(49.8%)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뛴 수치다. 반면 요양원 등 시설에 가겠다는 노인은 17.6%로 떨어졌다.

수치만 놓고 보면 장기요양 정책의 정답은 시설보다 집인 것처럼 보인다. 한데 통계표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낭만적인 드라마는 냉혹한 현실로 돌변한다.

집에 남겠다는 수급자의 절반 가까이(47.3%)가 85세 이상 초고령이다. 게다가 10명 중 4명(43.6%)은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다. 건강 상태는 더 심각하다. 고혈압 치매 당뇨 등 평균 3.3개의 만성질환을 달고 산다. 일반 노인보다 아픈 곳이 훨씬 많다.

가족들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수급 당사자는 70% 가까이 집에 남겠다는데 가족 중 건강이 나빠져도 계속 집에서 돌보겠다는 응답은 43.5%에 불과했다. 부모님의 간절한 소망과 자식의 서글픈 현실 사이에 깊은 틈이 입을 벌리고 있는 셈이다. 요양보험 만족도가 80%를 넘어도 가족의 절반(51.6%)은 여전히 짓눌리는 듯한 돌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집에서 늙고 싶다’는 바람만으로 재택 돌봄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 노인의 건강·인지 기능, 가족 돌봄 여건, 지역 인프라를 따져 방문요양부터 시설 입소까지 맞춤형 선택지를 이어야 한다. /구글 제미나이, 보건복지부 <2025년 장기요양 실태조사>
‘집에서 늙고 싶다’는 바람만으로 재택 돌봄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 노인의 건강·인지 기능, 가족 돌봄 여건, 지역 인프라를 따져 방문요양부터 시설 입소까지 맞춤형 선택지를 이어야 한다. /구글 제미나이, 보건복지부 <2025년 장기요양 실태조사>

방문요양이 만능이라고?

집에서 요양한다고 하면 요양보호사가 24시간 곁을 지켜주는 천사 같은 그림을 상상한다. 착각이다. 장기요양 급여기준상 방문요양은 철저한 시간제 서비스다. 하루에 정해진 몇 시간 동안 밥을 챙겨드리고 청소하고 나면 끝이다.

요양보호사가 현관문을 닫고 나간 뒤 남은 긴 시간 동안 노인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다. 치매로 한밤중에 집 밖을 배회하거나 화장실을 가다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진다면 익숙하고 편안했던 내 집은 순식간에 가장 위험한 밀실이 된다. 특히 배변 관리나 지속적인 복약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집에 있고 싶다는 답변 하나만으로 재택생활을 강행하는 건 무책임한 방치다.

상태에 따른 맞춤형 요양 필요

매운맛 마라탕도 위장 상태에 따라 단계를 골라 먹어야 탈이 안 난다. 요양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집, 무조건 요양원이라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걸어 다닐 힘이 있고 인지능력이 남아있다면 집에서 방문요양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낮에 혼자 있기 불안하거나 가족이 출근해야 한다면 동네 주야간보호센터라는 훌륭한 중간 기착지가 있다. 아침에 센터 차를 타고 가서 친구들과 노래도 부르고 밥도 먹고 저녁에 퇴근하듯 집에 오는 거다. 실제로 가족 만족도(92.4%)가 방문요양(88.8%)보다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진하는 통합재가서비스도 이처럼 노인 상태에 맞춰 주야간보호 방문요양 목욕 간호를 뷔페처럼 조합해 쓰자는 훌륭한 생각이다. 여러 서비스를 섞어 쓰는 방식이 가능해져야 비로소 집에서의 삶이 안전해진다.

시설 입소는 하나의 선택지다

반대로 상태가 나빠져 24시간 내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1~2등급 중증이 되면 어떻게 할까. 이때는 시설급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야간 체위변경과 치매 문제행동으로 상시 관찰이 필요한 사람을 억지로 방구석에 모셔두는 걸 살던 곳에서의 존엄한 노후라고 포장하는 건 기만에 가깝다. 환자의 신체 기능과 의료적 필요도에 따라 결정해야 할 과학의 영역이다.

사실 진짜 문제는 이 제도를 떠받칠 사람이 늙어가고 있다는 거다. 2025년 기준 장기요양요원 즉 요양보호사의 63.4%가 60세 이상이다. 재가 요양 현장에선 5명 중 1명이 70대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늙은 돌봄이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재가기관들은 넘쳐나 과잉경쟁(46.8%)으로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는데 정작 지방소멸지역은 요양 인프라가 텅텅 비어가는 공간적 불일치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돌볼 것인가

2026년 3월 지역 돌봄 통합지원법이 시행됐고 정부는 2026년 관련 예산 914억원을 배정했다. 한데 정책의 성공 기준이 요양원 안 보내고 몇 명이나 집에 남겼느냐는 얄팍한 실적주의가 돼선 곤란하다.

집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재택의료와 방문요양으로 촘촘히 엮고, 낮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주야간보호로 안내해야 한다. 24시간 밀착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적기에 요양시설로 모시는 물 흐르듯 유연한 환승 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

살던 집에서 늙고 싶다는 소망은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통할 법한 낭만이다. 100세 시대의 요양은 철저히 노인의 상태와 가족의 여건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정밀하게 이어 붙이는 생존 다큐멘터리여야 한다. 선택지가 끊기지 않는 장기요양 체계 구축이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무거운 숙제다.

☞통합재가서비스: 장기요양 수급자가 집에서 생활하면서 본인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방문요양,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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