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Again, Made in Korea’…정부, 유턴기업 판 다시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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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Again, Made in Korea’…정부, 유턴기업 판 다시 짠다

뉴스락 2026-08-07 15:01: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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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정부가 '유턴기업'의 문턱을 낮춘다.

해외 공장을 통째로 국내로 옮겨야 지원받을 수 있었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해외 생산거점을 유지하더라도 첨단 생산시설과 핵심 제조역량을 국내에 구축하면 유턴기업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반도체·배터리·소재 등 첨단산업과 공급망 분야의 핵심 생산시설인 '마더팩토리'를 국내에 세우는 기업은 해외사업장을 청산하거나 축소하지 않아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대규모 지방·첨단산업 투자에는 정부와 기업이 직접 지원 규모를 협의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단순히 해외 공장을 국내로 되돌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핵심 기술과 생산능력을 국내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유턴 정책의 중심축을 옮기는 셈이다.

다만 정책의 성패는 '유턴기업 선정'이 실제 국내 투자와 생산, 고용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 유턴기업 상당수가 아직 공장 가동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데다 글로벌 수요와 사업성 변화에 따라 투자계획 자체가 흔들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락>은 달라지는 유턴기업 정책과 국내로 생산거점을 옮긴 기업들의 투자 전략, 정책이 넘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AI 이미지 생성. [뉴스락]
AI 이미지 생성. [뉴스락]

 

‘공장 이전’에서 ‘핵심기술 유치’로…유턴의 정의가 바뀐다

대한민국 유턴기업 지원정책 개편 요약. AI이미지생성
대한민국 유턴기업 지원정책 개편 요약. AI이미지생성

산업통상부는 지난 5월 2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내복귀(유턴) 재정립 및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공급망 재편,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첨단 제조시설 유치 경쟁에 대응해 국내 생산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하고 국내에 해외사업장과 같거나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신·증설하는 것이 유턴기업 인정의 기본 조건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생산시설은 유지하면서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과 첨단·고부가가치 공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생산망을 재편하면서 '해외공장 철수'를 전제로 한 기존 유턴 정책이 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해외사업장과 국내복귀사업장의 업종 동일성 판단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소재와 부품, 생산공정뿐 아니라 제품의 기능과 용도, 핵심기술, 공급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성을 판단한다. 신산업 진출이나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국내 투자도 유턴 정책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첨단산업·공급망 분야의 핵심 생산시설인 '마더팩토리' 투자에 대해서는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요건을 면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마더팩토리는 제조공법 개발과 시제품 생산, 품질관리 등을 담당하며 해외 생산거점을 지원하는 일종의 핵심 생산기지다. 해외 대량생산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기술과 제조 혁신의 중심을 국내에 두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중 관련 유턴법령을 정비해 2027년부터 개편된 제도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보조금 지급 방식도 바뀐다.

첨단산업·공급망 등 전략 분야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의를 거쳐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협상 방식'이 도입된다.

비수도권 투자 여부와 청년 중심의 고용 창출, 첨단전략기술 적용, 마더팩토리 해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지원 수준을 차등화한다.

현재 투자 건당 300억원, 첨단산업 400억원인 정액 한도 방식도 보조비율 상한 중심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프로젝트별 전담 매니저(PM)를 지정하고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유턴투자지원단'도 구성해 기업의 투자 검토부터 실제 이행까지 지원한다.

자동화와 인공지능 전환(AX)이 빠르게 진행되는 제조현장의 변화도 반영한다.

기존 사업장의 고용·면적 유지 현황은 계속 관리하되 이를 보조금 정산에 기계적으로 연동하던 방식은 개선하고, 당초 계획보다 고용을 더 늘린 기업에는 사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유턴은 단순한 공장 이전을 넘어 기술 개발과 생산, 공급망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유턴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지원 방식도 과감하게 개편·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선방안을 신속히 이행해 지방 중심의 유턴을 촉진하고 양질의 유턴기업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감소하는 유턴기업 수도 있다.

유턴기업 선정은 2020년 17개사에서 2021년 25개사까지 늘었지만 이후 2022년 23개사, 2023년 22개사, 2024년 20개사, 지난해 14개사로 4년 연속 감소했다.

정부가 기업의 해외공장 철수 여부보다 '국내에 어떤 생산능력과 기술을 새로 확보하느냐'에 정책 초점을 맞춘 이유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해외 생산기지를 완전히 철수하기보다 핵심 공정과 첨단 생산설비를 국내에 구축하는 형태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모비스 울산 친환경차 부품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모비스는 중국 부품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2019년 울산 북구 이화일반산업단지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친환경차 핵심부품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복귀기업으로 인정받은 사례다.

울산공장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차량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시스템 등 전동화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충주 친환경 부품공장 전경. [뉴스락DB]
현대모비스 충주 친환경 부품공장 전경. [뉴스락DB]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차 핵심부품 생산 확대를 위해 울산공장을 신설했다"며 "울산 친환경차 부품공장에서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시스템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후에도 울산 투자를 이어갔다. 2024년 울산시와 약 900억원 규모의 전기차 전용 모듈 공장 신설 투자협약을 맺었다. 새 공장에서는 제네시스 전기차 등에 공급되는 샤시와 운전석 모듈을 생산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국내 생산거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원익큐엔씨는 경북 구미에 반도체용 쿼츠 생산기지 '캠퍼스S'를 구축하며 국내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 네패스 역시 국내복귀기업으로 선정된 뒤 국내 첨단 패키징 투자를 확대하며 AI 반도체와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첫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한국콜마도 국내 생산기지 확대에 나섰다.

한국콜마는 중국 베이징 공장을 철수하고 중국 생산체계를 우시 공장으로 일원화하는 한편 세종 전의산업단지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약 1만㎡ 규모 부지에 1870억원을 투자해 기초화장품 생산공장을 건립하고 자동화와 AI 기술을 적용한 생산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뉴스락>< trong> > 과의 통화에서"증설되는 세종 공장은 국내 화장품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세종시 내 추가 고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턴 선정'이 끝이 아니다…공장 가동은 46.3%

유턴기업 주요 사례. AI이미지생성
유턴기업 주요 사례. AI이미지생성

문제는 유턴기업으로 선정되는 것과 실제 국내 공장이 돌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KOTRA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2025년 3월 유턴기업 국내 정착 현황'에 따르면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147개사 가운데 국내 투자를 완료하고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은 68개사였다.

전체의 46.3%다.

이 수치는 전체 투자계획 가운데 46.3%만 집행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정된 기업 가운데 국내 투자를 마치고 실제 공장 가동 단계까지 도달한 기업의 비중이다.

일부 기업은 공장 건설과 설비투자,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선정된 기업은 애초 투자 이행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나머지 기업 모두를 '투자 미이행 기업'으로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유턴기업 선정 이후 투자계획이 지연되거나 지정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해온 만큼 정책의 성과를 단순한 선정 기업 숫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도 이번 대책에서 "유턴기업 선정 이후 실제 국내복귀 투자가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아 지정이 취소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유턴기업 선정 단계부터 국내 투자계획의 구체성과 투자 이행역량 등을 평가하고 보조금 지원 이후 실제 투자 여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유턴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LG화학은 첨단기술 국내복귀기업으로 선정돼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생분해성 소재 PBAT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시생산을 중단하고 양산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해당 생분해성 소재 PBAT 공장은 오래전에 유턴기업 및 기술로 언급된 적이 있으나 그 이후 급격한 시장 악화와 공급 과잉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부득이하게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양산 시점도 무기한 연장했다"고 말했다.

LG화학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뉴스락]
LG화학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뉴스락]

기업들은 인정 요건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존 국내 생산시설을 활용한 신규 공정 구축이나 첨단 설비 도입 등 실제 국내 생산역량을 높이는 투자를 폭넓게 유턴 정책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정부 역시 기존 공장 안에서 새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에 대한 인정 범위를 넓히고 제조업의 자동화·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과 사업장 면적 변화가 지원금 환수로 기계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결국 새 유턴 정책의 성패는 해외공장 몇 곳을 국내로 옮겼는지가 아니라 국내에 어떤 기술과 생산능력, 공급망을 남겼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혁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해외사업장 청산이나 축소를 전제로 한 기존 요건은 글로벌 경영을 하는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반도체·배터리·소재 등 핵심 산업의 생산시설과 마더팩토리 투자가 국내에서 이뤄지면 공급망과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협력기업 수와 유발투자, 생산유발 효과, R&D 투자·개발 건수 등을 지역 산업 생태계 지표로 볼 수 있다"며 "공급망 측면에서는 공급처 다변화율과 수입대체율, 국내 공급 비율, 핵심기술 국내 개발 건수 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유턴의 정의를 넓히면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국내 투자 방식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해외 공장을 유지한 채 국내에도 첨단 생산시설을 만드는 '전략적 재배치'가 실제 지역 투자와 양질의 고용, 공급망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원 대상만 넓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턴기업 숫자보다 실제 투자금액과 공장 가동률, 국내 공급망 기여도까지 따져야 하는 이유다.

'공장을 얼마나 국내로 옮겼느냐'에서 '무엇을 국내에 남겼느냐'로 바뀌는 유턴 정책의 진짜 성적표는 2027년 제도 시행 이후 기업들의 투자 현장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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