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막대한 현금 보유고를 쌓으면서 주주환원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며 실적과 현금 창출력이 동시에 개선됐지만, 투자자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와 LSEG 자료를 인용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순현금은 2630억달러, 우리 돈 약 37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AI 반도체 대표 기업 엔비디아의 예상 순현금 102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두 회사가 이처럼 현금을 빠르게 늘린 배경에는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과 서버용 D램, 고성능 낸드 수요가 강세를 보였고, 메모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주주들의 시선은 현금 보유보다 자본 배분으로 옮겨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두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시장이 AI 호황의 지속성에 대한 회사의 확신 부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자유현금흐름의 약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자유현금흐름 전액을 주주환원에 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 자산운용사 자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리처드 클로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자유현금흐름 환원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결국 매우 비효율적인 대차대조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이 장기적이고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약속하지 못한다면, AI 호황이 일시적이고 순환적이라는 시장의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며, 올해 안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은 더 명확하고 공격적인 자본 배분 정책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낮추며 “회사는 주식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본 배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올해와 향후 주주환원 정책을 논의 중이며 세부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산업의 경기 순환 위험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더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국내 소액주주 플랫폼에서는 삼성전자에 임시 주주총회 개최와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 상장사들이 낮은 주주환원율과 지배구조 우려 등으로 글로벌 동종 기업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업황 변동성이 크다. AI 수요 대응을 위해 HBM과 첨단 패키징, 신규 생산설비 투자도 지속해야 한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 확대와 주주환원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AI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주요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이 늘어나는 만큼 과거보다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막대한 현금 보유고는 AI 메모리 호황이 만들어낸 성과인 동시에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두 회사가 미래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요구에 얼마나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느냐가 향후 시장 신뢰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Copyright ⓒ M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