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위력 전술핵 비중 강화" 외신 보도…韓 전술핵 재배치 논의는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헌 기자 = 올해 초 국방전략(NDS)을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러의 위협 등에 대응한 핵전략 재검토도 진행 중이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이 관심이다.
특히 전장에서 보다 유연하게 사용 가능한 저위력 전술핵무기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최근 미 언론 보도대로 새 핵전략이 확정된다면 미 핵전력 태세와 확장억제 운용 방식에도 중요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7일 외신 보도와 당국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정부는 지난 1월 전반적 국방전략에 해당하는 NDS를 발표한 후 핵전략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미 간에도 이에 대한 교감 및 소통이 이뤄져 왔다.
미 역대 행정부들은 보통 국가안보전략서(NSS)와 NDS를 뒷받침하는 성격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해 핵무기 정책과 전략 등을 기술해 왔다.
미국의 가장 마지막 NPR은 바이든 정부 당시인 2022년 발표됐으며, 트럼프 정부는 1기 당시인 2018년 NPR을 내놓았고 2기 출범 이후에는 아직 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과거와 같은 NPR 대신 이른바 '핵전략 검토 보고'(Nuclear Strategy Review·NSR)를 성안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3월 의회에 출석해 "우리는 공식적 형태의 핵태세 검토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과거 NPR 성안 당시 미 행정부가 사전에 동맹국들과 관련 동향을 공유하며 협의했듯 이번에도 한미 간에 소통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핵전략 보고서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한미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미국이 새 핵전략에서 '단거리 전술핵'의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는 미 NBC의 최근 보도다.
NBC 보도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고위력 전략핵무기에 견줘 위력이 상대적으로 작아 사용 문턱이 낮은 전술 핵무기의 비중을 현재보다 높이는 방향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백∼수천 kt(킬로톤)의 고위력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장거리 투발 수단에 실어 발사하는 전략핵은 냉전기부터 강대국 간 핵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이었다.
내가 상대에게 핵을 사용하면 상응 보복공격을 불러 상호 간 대규모 살상을 초래, 결국 '공멸'로 귀결된다는 '공포의 균형'을 성립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성격 때문에 핵무기 사용이 사실상 금기시돼 실제 위협 수단으로서는 의미가 감소할 수도 있다.
반면 전술핵은 수십 kt 내외 위력의 핵탄두를 비교적 제한적인 표적에 대해 운용한다. 저위력 핵무기는 보통 전구(theater) 내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단거리 투발 수단에 싣지만, 미국이 최근 개발하는 핵탄두 탑재 해상 발사 순항미사일(SLCM-N)은 사거리가 2천km 이상에 달하기도 한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최근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할 전구급 핵무기를 갖추고 있다.
중·러와 경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이런 추세에 대응할 억제 수단으로서 미국도 저위력 핵 옵션을 강화하는 등 핵전력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인식으로 보인다.
미국 새 핵전략에서 이런 정책 방향이 현실화할 경우 인도·태평양 내 미국의 핵 태세 변화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주한미군에도 냉전기인 1958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철수했다.
반면 북한은 다양한 전술미사일에 핵탄두 탑재 가능성을 공언하며 한반도 전장에서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핵을 토대로 한 기존 확장억제 체제와, 새롭게 대두한 북한의 전술핵 위협 사이의 공백을 메울 대비책이 한미간 확장억제 논의의 중요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대비책 모색을 곧 전술핵 재배치 검토로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정부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새 핵전략이 곧바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은 시기상조란 지적이다.
한미 간에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미국이 대규모 전략핵 보복 외에 제한적이고 비례적인 핵대응 수단을 보유한다면, 북한은 전술핵을 사용하더라도 한미동맹이 (섣불리)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어려워진다"면서도 "이러한 구상이 곧바로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 연구위원은 "동북아 안보질서가 기존의 전략핵 중심 상호억제에서 전술핵이 실제 작전계획에 편입되는 보다 불안정한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것이 역내 군비경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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