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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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일상화

평범한미디어 2026-08-07 14:36: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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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 오목렌즈] 130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한민국 전체가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8월 초 현재 전국이 38도 이상을 넘어 41도까지 치솟았다. 찜통 더위 그 자체인데 밤마다 이어지는 열대야 속에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의 오목렌즈 대담(6일 14시반)에서는 스포츠부터 노동, 취약계층 대책, 기후위기 담론에 이르기까지 폭염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다각도로 다뤄봤다.

 

최근 KBO 리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폭염으로 인해 전 구장 모든 경기를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돌입했고 그 결과 8월10일까지 ‘폭염 브레이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선수와 심판은 물론 관중들이 더위에 실신하거나 헛구역질을 하는 등 현장의 위험 수위가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일단 KBO는 11일(화)부터 경기를 재개하기로 했는데 △고척돔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평일과 주말 19시에 시작하고 △클리닝 타임 개념으로 ‘쿨링 타임’을 신설해서 선수와 관중을 보호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주말 동안 세부적인 폭염 대책을 수립해서 적용할 계획이다. 박 센터장은 “야구를 보면서 폭염으로 전 구단 경기가 취소되는 건 처음 봤다”면서 “우천 취소 우취는 흔하지만 이젠 폭염 취소 폭취까지 야구팬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용어로 자리잡고 있다”고 환기했다.

 

한 여름 폭염은 한국 사회의 문화와 구조를 뒤흔들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래픽=챗GPT AI>

 

현재 야구계에서 나오고 있는 주요 장단기 대안들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①경기 시작 시간을 20시로 연기 ②개폐식 돔구장 건립 ③혹서기(7월 말~8월 초)에 맞춰 고척돔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하고 그 이후 2주간 ‘올스타 브레이크’ 돌입 등 3가지다. KBO는 당장 초단기 대책으로 부분적으로 ①을 단행했는데, 박 센터장은 결국 ②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임시방편을 넘어 ‘정규 시즌 경기 수 축소’라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 경기 수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되면 결국 정규 시즌이 뒤로 밀리게 되고 임시방편 밖에 안 된다. 경기 수 자체를 줄여서 혹서기 한 2주 정도를 아예 비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10~20경기 정도를 줄여서 가장 더울 때 아예 쉰다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 야구의 시장성이 입증된 상황에서 경기 수를 줄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경기당 관중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수익을 계속 몇 프로 이상 늘려야 한다는 목표를 조금 내려놓는다면, 경기당 관중 밀도가 높아지므로 작년 수준의 수익은 유지할 수 있다. 이미 예전에 122경기 체제를 해본 적이 있는 만큼 팀당 두 경기씩만 줄여도 2주의 시간을 벌 수 있다.

 

무엇보다 경기 시간을 20시로 미루는 단기 대책에 대해 박 센터장은 선수단 이동, 다음날 아침 출퇴근 관중의 부담을 고려해 ‘연장전 폐지’나 ‘승부치기 도입’, ‘클리닝 타임 단축’ 등등 경기 지연 요소를 엄격히 제한하는 부수적 조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힘을 실었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만 버텼다. 그때는 은행으로 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는데, 요즘엔 아예 휴가와 피서를 실내 공간으로 떠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밤에도 30도가 넘는 열대야가 길어지면서 야간 소비 활동이 늘고 대형 쇼핑몰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몰링족’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여름 대목을 누리던 유명 해수욕장들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닷물의 시원함도 뜨거운 직사광선 앞에는 깨갱할 수밖에 없어서다. 대신 전국에 있는 ‘동굴’이나 지대가 높아 시원한 태백시 같은 곳들이 새로운 피서지로 떠오르고 있다. 박 센터장은 23시에도 30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낮에 무언가 액티비티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인 분위기라며 “일단 소비 문화 자체가 야간에 이뤄지는 것들이 굉장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열대야에 잠도 안 오고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계속 뭔가가 있어야 되니까. 편의점 같은 데 얼음을 주로 써야 되는 곳들도 그렇고 밤에 무언가를 제공해주는 그런 소비 포인트들이 꽤 있을 거다. 사실 공공기관의 어떤 무더위 쉼터 같은 게 있지만 개방 시간을 좀 조정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지금 무더위 쉼터들이 보면 주로 행정기관들인데 18시 이후에는 무더위 쉼터의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조정이 좀 필요하고 23시에도 30도이니까 적어도 저녁에도 마땅히 쉴 수 있는 쉼터가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여름에는 누구나 덥다. 그러나 폭염은 평등하지 않다. 폭염의 피해는 경제적 계층과 직종에 따라 잔인하게 갈린다. 에어컨이 완비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과, 야외에서 몸을 써야 하는 노동자 그리고 쪽방촌 취약계층의 온도차는 삶의 질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과거 전단지 알바를 하던 20대 청년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례처럼, 당장의 생계를 위해 땡볕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적 가난이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농촌 지역 고령층의 온열질환 사고는 고질적인데 이 문제애 대해 박 센터장은 강한 우려와 함께 과감한 설득을 주문했다.

 

하절기 에너지 바우처로 전기세를 낮춰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어컨을 실제로 쐴 수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게 먼저다. 폭염 노동을 자제하라고 시간대를 정해주고 주의를 아무리 줘도 어쩔 수 없이 야외 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들이 혹서기에 무리한 야외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농촌 어르신들에게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드려야 한다. 요즘 물론 대부분 농촌에서도 땡볕에 밭일 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겠지만 매년 여름 대비를 하고 조금만 밭일을 하려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어르신들이 허무하게 돌아가시지 않도록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그런 폭염 노동을 말려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더위를 넘어 인류의 존립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담론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는 지난 수십년간 단기 집중 성장에 세팅되어 있다 보니 탄소 배출 감축이나 휴식권 보장 등 기후 대책에 소극적이었다. 여전히 경제 성장 패러다임이 견고하다. 덩치가 커진 ‘선진국’의 지위를 갖게 된 현재에도 국제사회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지적 받고 있는 부분이다. 사실 정치권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대기업에 탄소 배출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것 못지 않게 수많은 개인들의 일상 속 실천과 정치적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

 

박효영 기자: 예전에는 단순히 한국은 대기업들의 수출과 경제성장이 중요하니까 물건을 만들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전체 탄소 배출의 비중에서 가장 크니까 그걸 줄이는 걸 요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시민들에게 텀블러를 사용하라고 하고 1회용품을 줄여야 한다고 하고, 아나바다 운동 같은 걸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박진희 배우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배우처럼 진정성을 갖고 일상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캠페인을 하고 실천을 강조하는 것도 꽤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을 아끼고, 자동차를 덜 타는 등등 이런 작은 실천을 계속해 나가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그들이 선거에서도 기후위기 정책을 내는 정치 세력에 표를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준 센터장: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시민 개개인이 주권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작은 실천이나 캠페인이 사회를 바꾸는 작은 나비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노동조합이나 제도적 힘을 통해 혹서기에 연차를 몰아 쉬며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확 줄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의 기후위기 논의는 여전히 ‘생산과 성장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의 기술 전환(전기차 늘리기)에만 머물러 있다. 생산과 소비 자체를 점차 줄여가야 하고, 조금씩 편리한 문명의 혜택을 줄이는 것을 시작해야 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전기차도 매연을 내진 않아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훨씬 낫지만 어쨌든 탄소 배출을 대량으로 하는 공장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아예 차를 덜 타고 많이 걷고 자전거를 늘리는 환경과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집과 일터가 그리 멀지 않도록 직주 조건을 합리화시켜야 하고 근본적인 삶의 방식 전환을 다루는 정치적 담론이 더욱 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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