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라면을 둘러싼 미국의 관세 환경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4일 발효된 '강제노동' 무역법 301조 관세에 이어, 이달 말에는 '과잉생산' 부문 관세까지 예고돼 있어서다. K-라면 3사의 셈법은 결국 미국 현지 생산을 어디까지 갖췄느냐에 따라 엇갈리는 양상이다.
'강제노동' 간판 달았지만…라면도 12.5% 사정권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 동부시간 7월 24일 0시 1분부터 한국산 제품에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포함한 12.5%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명칭은 '강제노동 관세'이나, 한국의 노동 실태를 겨냥한 조치는 아니다.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의 수입을 막는 제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한꺼번에 대상에 올랐다.
통상가에서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형식만 바꿔 되살리려는 '징검다리 관세'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무역확장법 232조 품목과 원자재·의약품은 예외로 빠졌지만, 식품은 목록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분석대로라면 라면 역시 12.5% 사정권 안이다.
진짜 고비는 '다음 라운드'…15% 상한 지킬까
업계가 더 주목하는 대목은 아직 나오지 않은 관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과잉생산 부문 301조 조사 결과가 이달 말께 발표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관세가 얹히면 현재 12.5%에서 지난해 한·미 협상으로 확보한 '15% 상한'까지 남은 여력은 2.5%포인트에 그친다.
정부는 과잉생산 몫을 더해도 15% 안에서 묶겠다는 방침으로, 김 장관은 "15% 내로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미국의 301조 조사 상당수가 협상을 거쳐 관세 유예로 마무리된 전례가 있어, 협상 여지가 남았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현지생산 격차가 명암 가른다
관세 형식이 어떻게 바뀌든, 버티는 힘은 현지 생산 기반에서 나온다. 농심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2개 공장에서 주력 제품을 직접 만들어 관세 충격이 제한적이며, 2030년 미국 라면시장 1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수출 물량을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관세를 정면으로 맞지만, 80%를 웃도는 해외 매출 비중과 높은 가격 전가력을 방패로 삼는다.
오뚜기는 캘리포니아주 라미라다에 부지와 창고를 확보하고 인허가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올해 말 착공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잡았다. 국내 대응도 이어진다.
농심은 8월 1일부터 용기라면과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5.8% 올리되, 전체 라면 매출의 63%를 차지하는 봉지라면은 조정에서 뺐다. 관세가 상시 변수로 굳어진 국면에서, 현지화 체력이 K-푸드의 다음 성적표를 가를 전망이다.
[폴리뉴스 조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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