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자 수를 허위로 입력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경기·충북 지역 선관위에 대한 추가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기 김포·의왕과 충북 진천에 이어 서울 강남·서초에서도 투표자 수를 임의로 조정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7일 중앙선관위와 서울시·경기도·충청북도 선관위, 김포시·의왕시·진천군, 서초구·강남구 선관위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전자기록위작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본은 지방선거 당일 투표 관리 관련 지침을 시·도 선관위에 보낸 중앙선관위 관계자 1명도 같은 혐의로 추가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선관위 실무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사실을 상부에 정식 보고하거나 결재받지 않은 채 선거관리시스템상 수치를 임의로 조정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허위 입력 정황이 확인된 곳은 경기 김포·의왕, 충북 진천, 서울 강남·서초 등 5곳이다.
수사는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자 수 오입력 정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본격화됐다. 한 투표소의 투표자 수가 수백 명으로 입력돼야 하는데 수천 명으로 잘못 기재되자 초과한 인원을 다른 투표소 수치에 나눠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산상 숫자를 맞춘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투표자 수나 투표율을 잘못 입력하면 중앙선관위에 보고한 뒤 승인을 거쳐 수치를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실무자들이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이후 시간대 투표자 수를 늘리거나 줄여 최종 수치를 맞췄다는 게 합수본의 판단이다.
합수본은 이 과정에 중앙선관위 차원의 지침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중앙선관위 선거관리과는 선거 당일 오전 8시 30분께 시·도 선관위 실무자들에게 "이 시각 이후로 수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투표자 수 보고 자료에 큰 오류가 없는 경우에는 다음 시간대 투표자 수를 보고할 때 기존 오차를 가감해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후 2시 30분께에는 이전 시간대 투표자 수를 수정하기 어려워 오입력을 뒤늦게 발견하면 차이가 커져 수정조차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안내가 다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해당 지침이 지방선거에 앞서 마련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과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작성·전달 경위와 실제 적용 과정 등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단순히 오류 처리 원칙을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수치 조정에도 관여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합수본은 김포 등에서 투표자 수 오입력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자 중앙선관위 측이 구체적인 수치 조정 방식이 담긴 엑셀 파일을 작성해 전달한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합수본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 수 오입력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조정해 숫자를 맞추는 방안을 논의한 메신저 대화 등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달 23일 중앙선관위 등을 처음 압수수색하며 투표 통계 허위 입력 의혹에 대한 수사에 집중했다.
이후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를 거쳐 서울 강남·서초 등에서도 유사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지난달 30~31일과 이달 5일에도 사건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 범위는 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제9회 지방선거 시간대별 투표자 수' 자료에 따르면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3시간 이상 누적 투표자 수에 변동이 없었던 곳은 51곳으로 집계됐다. 경기 10곳과 전남 8곳을 비롯해 전국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본은 추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중앙선관위 지침이 만들어진 경위와 각 시·도 및 구·시·군 선관위에서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투표자 수를 처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허위 입력이 개별 직원의 임의적 행위인지 중앙선관위 지침에 따라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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