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신규 택지가 고갈된 서울에서 주택 공급의 중심축이 재건축·재개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34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은 사업성과 분양 수요가 뒷받침되는 서울 핵심지와 일부 수도권·지방 광역시로 쏠렸다. 시장은 커졌지만 수주 기회는 이른바 ‘알짜 사업장’에 집중되는 양극화가 뚜렷해진 것이다.
수주전의 승부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브랜드 인지도와 낮은 공사비, 무상 이사비 등 금전적 혜택이 조합원 표심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설계사와의 협업을 비롯해 조경·커뮤니티 특화, 이주비와 사업비 조달, 분담금 납부 조건, 책임준공까지 경쟁 영역이 확장됐다.
이제 정비사업 수주전은 단순히 ‘어느 건설사가 짓느냐’를 넘어 ‘어떤 집을, 어떤 금융 조건과 책임으로 완성할 것인가’를 겨루는 종합 제안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34조원 규모로 커진 도시정비사업 시장의 지역별 수주 경쟁을 살펴보고, 조합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달라지고 있는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과 그 이면의 비용·위험 요인을 짚어봤다.
정비사업 수주 ‘34조 돌파’…택지개발 대신 도심 재건축·재개발로
국내 건설사의 주택사업이 신규 택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에서 노후 도심을 재건축·재개발하는 도시정비사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빈 땅이 줄어든 데다 기존 아파트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정비사업이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을 분석한 결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78%, 2023년 87%, 2024년 81%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의 91%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사 수주 실적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2024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약 27조8609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전국 정비사업 수주액이 약 63조6000억원으로 늘었고, 10대 건설사의 수주액도 48조294억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도 시장 확대 흐름은 이어졌다.
대한도시정비포럼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국 도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수주액은 34조원을 웃돌았다. 이 가운데 10대 건설사가 확보한 수주액은 27조1393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82%를 차지했다.
시장의 외형은 커졌지만 수혜는 일부 대형 건설사에 집중됐다.
건설사별로는 현대건설이 7조6947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GS건설이 7조4694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삼성물산은 4조7163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이어 대우건설이 2조9153억원, 두산건설이 2조6426억원을 확보했다. 롯데건설의 상반기 수주액은 1조5049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과 GS건설, 삼성물산 등 상위 3사의 수주액은 총 19조8804억원이다. 10대 건설사 전체 수주액의 약 73%가 3개 회사에 집중된 셈이다.
다만 업체별 수주액은 집계 시점과 리모델링·소규모 정비사업 포함 여부, 공동도급 지분 반영 기준 등에 따라 일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신규 주택 개발사업의 불확실성도 자리 잡고 있다.
건설사가 토지를 직접 매입해 주택을 공급하는 자체 개발사업은 초기 토지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분양까지 부진하면 토지비와 금융비용이 대규모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반면 재건축·재개발은 조합이 확보한 사업 부지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만큼 건설사가 직접 토지를 매입하는 자체사업보다 초기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서울 핵심지처럼 조합원 자산가치와 일반분양 수요가 뒷받침되는 사업장은 공사대금 회수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뉴스락>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에는 1990~2000년대 지어진 아파트가 많고 이들 주택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재건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도심에는 가용토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택의 노후화와 도심 내 신규 택지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한 시점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압·잠·성·여’ 이어 목동까지…대형 건설사 ‘알짜 수주전’
정비사업 시장의 외형이 커지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은 서울 강남과 한강변, 목동 등 사업성이 검증된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다.
올해 최대 격전지는 압구정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압구정2구역에 이어 올해 압구정3구역과 5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가운데 3개 구역을 차지한 것이다.
압구정3구역은 총공사비 5조5610억원으로 단일 도시정비사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압구정5구역은 총공사비 약 1조4960억원 규모로, 현대건설은 DL이앤씨와의 경쟁입찰 끝에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건설이 확보한 압구정2·3·5구역의 공사비를 합하면 약 9조8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총공사비 약 2조1154억원 규모의 압구정4구역 시공권을 가져갔다. 압구정4구역을 비롯해 대치쌍용1차, 개포우성4차, 방배신삼호, 신반포19·25차 등 강남권 핵심 사업장을 잇달아 확보한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를 기존 7조7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상향했다.
잠실·송파권에서는 GS건설이 6856억원 규모의 송파한양2차 재건축을 시작으로 개포우성6차와 서초진흥아파트 등 강남권 사업장을 확보하며 수주액을 늘렸다.
한강 북쪽에서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GS건설은 지난 4월 총공사비 2조1540억원 규모의 성수1지구 시공사로 선정됐다. 성수1지구는 최고 69층, 3014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상반기가 지난 7월 5일 성수4지구 시공권을 확보했다. 성수4지구는 최고 64층, 1439가구 규모로 총공사비는 1조3628억원이다. 롯데건설 자체 집계 기준 공사 규모와 계획 가구 수에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해당 수주가 7월 실적이라는 점에서 상반기 수주액과는 구분해야 한다.
성수2·3지구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준비하고 있어 한강변 정비사업을 둘러싼 건설사들의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의도에서는 삼성물산이 대교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한 데 이어 시범아파트가 새로운 대형 수주처로 떠올랐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시공사 선정 입찰은 오는 8월 25일 오후 2시 마감된다. 입찰보증금은 현금 500억원이며 공동도급은 허용되지 않는다.
강남과 한강변을 중심으로 이어진 수주 경쟁은 서울 서남권 목동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목동6단지는 지난 6월 27일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목동6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49층, 11개 동, 2184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며 공사비는 1조2868억원이다.
목동10단지도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목동10단지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제일건설, 금호건설, CA이앤씨 등 6개사가 참석했다. 입찰 마감은 8월 10일 오후 2시다.
현대건설이 단지 인근에 전용 홍보공간을 마련하고 수주 참여 의사를 공식화한 가운데 실제로 복수의 건설사가 입찰서를 제출해 경쟁 구도가 성립할지가 관건이다.
서울 핵심지의 수주 열기는 경기권과 일부 지방 광역시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정비사업장이 대형 건설사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서는 부산처럼 정비사업 규모가 크고 일반분양 수요가 기대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 두산건설은 올해 부산에서 망미5구역과 명장3구역, 용호7구역 등의 시공권을 확보하며 1조2623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반면 분양시장이 침체된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는 일반분양 수입을 예측하기 어려워 반복적인 유찰과 시공사 미선정이 나타나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건설사들이 외형 확대보다 분양성과 사업 속도, 공사비 회수 가능성 등을 우선하는 ‘선별 수주’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교수는 “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나와야 한다”며 “사업성이 담보되는 핵심지역은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만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지역은 사업 추진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의 지역별 격차가 대형 건설사의 수주 전략만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합 방식의 정비사업은 공사비와 금융비용의 상당 부분을 일반분양 수입으로 충당한다. 주택가격과 분양 수요가 낮은 지역일수록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들고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최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 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핵심지는 높은 일반분양가와 자산가치 상승 기대를 바탕으로 공사비와 금융비용 증가분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반면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은 분양가 상승에 한계가 있고 미분양 위험도 커 공사비가 조금만 상승해도 조합원 분담금이 급증하거나 사업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락>
이어 “사업성이 높은 지역에는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과 금융지원이 집중되는 반면 사업성이 낮은 지역은 반복적인 유찰과 시공사 미선정, 사업 지연을 겪는 이중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방과 저사업성 지역에서는 용적률·높이 등 도시계획 인센티브뿐 아니라 기반시설 설치비 지원, 공공보증과 저리 융자, 공공시행 또는 공동시행 등 별도의 사업성 보완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상 이사비’ 옛말…설계·인프라·금융까지 ‘패키지 경쟁’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합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낮은 공사비와 무상 이사비 등 조합원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금전적 혜택이 주요 경쟁 수단이었다. 최근에는 특화설계와 조경, 커뮤니티 시설부터 사업비·이주비 조달과 분담금 납부 조건, 책임준공까지 경쟁 영역이 확대됐다.
과거 정비사업 수주전을 상징한 것은 파격적인 현금성 혜택이었다.
2017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은 조합원에게 5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거나 이에 상응하는 7000만원을 무상 이사비로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사회통념상 이사비 수준을 넘어선 제안은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한 재산상 이익 제공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시정을 지시했다. 이후 수주전에서 과도한 현금성 혜택을 앞세우는 방식은 크게 위축됐다.
최근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주거상품과 금융 조건이다.
삼성물산은 압구정4구역 수주 과정에서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포스터앤드파트너스 등과 협업해 조합원 전 세대 한강 조망과 전 세대 테라스, 세대당 평균 21.83평의 서비스 면적 등을 제안했다.
목동10단지 수주에 나선 현대건설도 글로벌 건축설계사 모포시스와 디자인 그룹 사사키와의 협업을 내세웠다.
사계절 입체 녹화와 리조트형 워터테라스, 힐링 산책로를 조경에 적용하고 단위세대에는 조망과 채광을 고려한 가변형 평면을 제시했다. 실내외 공간을 연결한 커뮤니티와 호텔식 인테리어도 제안했다.
건설사들이 세계적인 설계사를 잇달아 불러들이고 조망과 조경, 커뮤니티, 단위세대까지 차별화하는 것은 정비사업을 바라보는 조합원의 눈높이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진형 교수는 “조합원은 결국 주택이라는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라며 “소비자가 인지도 있는 제품을 선택하려는 것처럼 조합원도 인지도와 사업 수행 능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상품뿐 아니라 조합원의 초기 금융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도 핵심 경쟁 요소가 됐다.
압구정5구역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은 이주비를 담보인정비율 기준 100% 수준으로 조달하고 추가 분담금 납부를 입주 후 최대 4년까지 유예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사업비에는 COFIX에 0.49%포인트를 더한 금리를 적용하고 실제 조달금리가 제안 금리를 웃돌 경우 그 차액을 회사가 부담하는 조건도 내걸었다.
경쟁사였던 DL이앤씨는 이주비 LTV 150%와 추가 분담금 최대 7년 유예, COFIX 신잔액 기준 가산금리 0% 등을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LTV 100%나 150%로 완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본 이주비에 더해 시공사가 추가 자금을 조달할 금융기관을 주선하거나 자금 조달을 보완하는 구조다. 실제 대출 한도와 금리, 담보 인정 범위는 금융기관의 평가와 개별 심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지원이 조합원의 최종 부담을 없애는 것도 아니다.
추가 이주비 조달과 분담금 납부 유예는 사업 초기 현금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보증료, 자금조달 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산 연구위원은 “이주비 추가 조달과 분담금 납부 유예는 조합원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고 이주율을 높여 사업 진행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도 “이는 비용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급 시점이 뒤로 이동하거나 다른 금융비용으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사가 추가 이주비를 조달하거나 분담금 납부를 유예하면 금리와 보증료, 자금조달 위험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비용은 결국 사업비나 공사비, 조합원 분담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건설사의 금융지원 경쟁이 확대될수록 당장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와 납부 유예 기간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까지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연구위원은 “금융조건에 대해 명목 대출금이나 유예기간뿐 아니라 적용금리, 금리변동 위험, 보증료, 이자 부담 주체, 총사업비 증가액을 현재가치 기준으로 함께 공개해야 한다”며 “조합원 총회에서는 ‘당장 납부할 금액’과 ‘최종적으로 부담할 총액’을 동시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책임준공도 사업 안정성을 보여주는 주요 조건으로 부상했다.
책임준공은 통상 시공사가 시행 주체의 자금 사정이나 공사비 지급 지연 등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약정된 기간 안에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확약이다. 금융기관이 대출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서 교수는 “책임준공은 통상 조합보다 금융사가 자금조달 과정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사가 시공사 등에 완공 책임을 지우면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을 여러 참여 주체에 분산시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책임준공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오히려 공사비 상승과 선별 수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 연구위원은 “시공사의 자금조달 실패, 공정관리 실패, 하도급업체 관리 부실 등 시공사가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은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면서도 “인허가 지연이나 조합의 의사결정 지연, 예상하기 어려운 원자재 가격 급등과 국가적 공급망 차질 등은 시공사가 단독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러한 사유까지 시공사에 부담시키면 건설사는 위험비용을 공사비에 미리 반영하거나 사업성이 매우 높은 현장만 선별적으로 수주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조합이 요구한 안전장치가 공사비 상승과 수주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비사업에서 건설사의 홍보와 제안은 브랜드를 알리는 수준을 넘어 주거상품과 금융, 사업 안정성을 하나로 묶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화려한 설계와 파격적인 금융 조건만 볼 것이 아니라 이주비와 분담금 부담을 어떻게 조달할지, 공사 지연과 비용 상승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 조합원이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할 총액은 얼마인지까지 확인해야 하는 수주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조합의 마음을 얻기 위한 승부처가 브랜드와 현금성 혜택에서 ‘어떤 집을, 어떤 조건과 책임으로 완성할 것인가’를 겨루는 종합 제안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최산 연구위원 "공사비 검증, 강제보다 투명성 높여야"
규제 완화만으론 부족…사업기간·공사비·금융비용 예측 가능해야
정비사업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공사비 증액과 사업 지연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
공사비 검증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고 사업기간과 금융비용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최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정비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제도 개선 방향을 물었다.
◆ 공사비 갈등이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는 시공사 선정 당시 제시되는 공사비와 실제 착공 단계의 공사비 사이에 시간적·정보적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부터 착공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그사이 자재가격과 인건비, 금리, 설계와 공사범위 등이 달라진다. 그러나 최초 계약에서는 이런 변화를 충분히 구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단계에서 총액만 정하기보다 직접공사비와 간접공사비, 특화설계비, 금융비용, 철거비, 기반시설비 등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조정 기준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물가변동은 객관적인 지수에 따라 조정하고 설계변경이나 조합의 추가 요구에 따른 비용은 별도로 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 현행 공사비 검증제도에 강제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현행 공사비 검증은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협상의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검증 결과는 전문적인 의견의 성격이 강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렇다고 검증 결과에 일률적으로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장마다 설계와 지반, 공기, 마감재, 계약조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검증기관이 모든 사업 위험과 시공조건을 하나의 금액으로 확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검증 결과와 크게 다른 금액으로 계약한다면 조합과 시공사가 그 차이와 사유를 총회에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일정 범위를 넘으면 재검증이나 독립적인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본다."
◆ 정비사업이 안정적인 도심 주택공급 수단이 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단순히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기간과 공사비, 금융비용, 위험분담 구조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 단계별 법정 처리기간과 관계기관 협의기간을 명확하게 하고 공사비 계약에서는 물가변동 지수와 기준일, 조정주기, 설계변경에 따른 비용 산정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지방과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는 기반시설 설치비 지원과 공공보증, 저리 사업비 융자, 공공시행자 참여 등 별도의 보완책도 필요하다. 조합에는 충분한 정보와 전문성을 제공하고 건설사에는 통제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만 책임을 부과하며, 사업성이 낮은 지역의 위험은 공공이 적절하게 분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Copyright ⓒ 뉴스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