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박정우 기자] "계곡은 누구나 이용하는 공간이고, 문화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올여름 하동군에서는 생활과 맞닿은 두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계곡과 하천을 점유하던 불법 시설물이 하나둘 사라지고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관 나들이는 누적 관람객 2천 명을 넘어서며 지역의 대표 문화복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전과 복지를 따로 떼어놓지 않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 계곡 불법시설 정비… 공공공간 되찾기
하동군은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지방하천 40곳, 소하천 198곳, 세천 125곳 등 모두 363개 하천을 대상으로 불법 시설물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모두 1,914건이다.
조사 결과 하천과 계곡에서 영업을 위해 설치된 불법 시설 58곳이 확인됐고, 현재까지 35곳이 철거됐다. 계곡 주변에 설치됐던 평상은 모두 사라졌으며, 야외식당과 데크 등 나머지 시설도 자진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업주들의 철거 의사도 모두 접수된 상태다.
이번 정비는 단순히 불법 시설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집중호우 때 물길을 막는 시설물을 제거해 재해 위험을 줄이고, 특정인이 계곡을 사실상 독점해 사용하는 관행도 함께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군은 여름철 성수기인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화개천과 주요 물놀이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을 이어가며 불법 시설 재설치를 막고 있다. 정비가 끝난 국·공유지는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 영화 한 편이 만든 새로운 여가문화
같은 시기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는 사업도 있다. 6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어르신 영화관 나들이'는 지난 4일 기준 누적 관람객 2100명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시작된 사업은 오는 10월까지 모두 32차례 운영된다.
이날 하동영화관에서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보스'가 상영됐고 하동읍 어르신들이 함께 영화를 보며 한여름 무더위를 잠시 잊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관람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어르신들에게는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이웃과 함께 외출하고 소통하는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문화에 안전 더한 생활밀착 복지
영화 상영만으로 끝나지 않는 점도 이 사업의 특징이다. 하동군은 경찰서와 소방서, 보건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영화 시작 전 치매 예방과 보이스피싱 예방법, 교통안전, 화재 대응, 응급처치, 고혈압·당뇨 관리 등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무성영화 변사 공연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고 읍·면별 참여 일정 운영과 교통편 지원도 병행하면서 어르신들의 참여 폭을 넓히고 있다.
하동군이 추진하는 두 사업은 분야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공공공간을 주민에게 돌려주고, 문화와 복지의 문턱은 낮추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하천은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공자원인 만큼 불법 점유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며 "어르신들이 다양한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맞춤형 복지사업도 계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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