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예로부터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고대 역사나 <성경> 에도 비둘기는 평화·사랑·희망의 동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통신이 끊어진 전선에서 메시지를 전달해 포위된 병사를 구했다는 미담은 유명하다. 성경>
1차 세계대전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전장에서의 일이다. 당시 미군 77보병사단 소속 500여명이 적진 가운데 갇혀 우군으로부터 오인 사격을 받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몇 차례 날린 비둘기는 적의 총격에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비둘기 한 마리인 ‘셰르아미’는 날아가던 중 총상을 입고도 끝까지 버텨 본부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덕분에 194명의 생존자가 극적으로 구조되었다고 한다.
구약성경 <창세기> 8장 노아의 방주 기록도 있다. 홍수가 끝난 후 땅이 말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아는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감람나무 새 잎사귀를 물고 온 것을 보고 그제야 땅이 말랐다는 것을 알고 1년 만에 밖으로 나왔다는 대목이다. 창세기>
거실 실외기에 둥지 튼 불청객
요즘 거실 창밖으로 비둘기가 자주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웬일인가 싶어 창문 에어컨 실외기 쪽을 살펴보니 실외기 뒤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평소 비둘기에 대해 호감이 있었던 터라 우리 집에 비둘기가 찾아와 둥지를 트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실외기는 거실 창고 한쪽 편에 있다. 조용하고 나름대로 알을 낳고 키우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바깥에서 보면 실외기 뒤쪽은 아늑한 곳이라 이만한 장소도 없다. 지상에서 높은 아파트 8층에 있으니 부화한 알이나 새끼가 고양이나 다른 짐승의 표적도 되지 않는다.
방해가 될까 싶어 자주 들여다보지 못하고 궁금해서 가끔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았다. 창문 여는 소리가 나면 비둘기는 바짝 긴장하고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비둘기가 밖으로 나간 틈에 살펴보니 부화하는 알이 4개가 되었다. 암수가 번갈아 들락거리며 알을 품었다. 그러다 언제 부화했는지 알도 새끼도 없어지고 빈 둥지만 남았다. 인사도 없이 떠난 것에 서운함마저 들었다.
비둘기가 새끼를 치고 나간 지 몇 달이 지났다. 창밖에 비둘기가 나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다시 비둘기가 찾아와 알을 품고 있었다.
비둘기는 번식력이 강해 조건이 맞으면 1년에 4~6회까지 알을 낳고 부화한다고 한다. 비둘기는 집으로 돌아오는 성질이 있어 한 번 둥지를 튼 곳은 또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찾아왔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다. 일부러 새장 안에 새를 기르는 사람도 있는데 야생 비둘기가 우리 집에 둥지를 튼 것이 반갑기도 했었다.
하지만 새를 좋아한다 해도 야생에서 날아다니는 새가 집안에 둥지를 틀고 함께 산다는 것은 무리였다. 우선 위생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털이 날리고 비둘기 배설물은 산성이 강해 베란다 구조물을 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배설물이 말라 가루가 되면 공기 중에 날려 아토피나 호흡기 질환 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생명 존중과 위생 사이의 선택
비둘기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으려 가까이 접근한다. 아이들이 장난치러 날리면 후다닥 날개를 펴고 나는 모습이 평화롭기도 하다. 그런데도 집안에서 함께 살기란 위생에 문제가 있어 힘든 일이다.
결국 비둘기와 헤어질 것을 결심했다. 우선 지금 품고 있는 알이 부화해서 날아갔을 때 날을 잡기로 했다. 귀한 생명이 우리 집에서 탄생하여 자연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지켜주기로 했다. 비둘기는 알을 낳은 후 암수가 번갈아 품으며 부화 후 약 30일이면 둥지를 떠나게 된다. 한 달을 기다리니 비둘기는 둥지를 떠났다.
아쉬움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선 비둘기가 살았던 둥지를 걷어내고 청소를 시작했다. 살균제와 소독제로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고 물을 뿌려 깨끗이 씻어냈다. 자신의 냄새가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성질이 있어 계속 돌아온다고 한다. 그리고 퇴치망을 구입하여 실외기 설치 공간 전체를 뒤집어씌웠다.
그 후에도 비둘기는 다시 찾아와 실외기 주변을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 야생에서 둥지를 틀고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귀하게 찾아온 손님인데 이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 아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여전히 비둘기는 내 마음속에 평화·사랑·희망의 상징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부부간에 싸우고 이별하는 인간 세상과 대비된다. 비둘기 암수 한 쌍이 다정하게 번갈아 알을 품고 부화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 감람나무= 올리브나무를 일컫는 말로 성경에서 평화와 희망의 상징으로 쓰임. ☞ 셰르아미= 1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전서구(통신용 비둘기)의 이름으로 ‘친애하는 친구’라는 뜻.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
박종섭 작가
금융권 실무와 대학 사회복지 강의를 거쳐 정년퇴직 후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 민간전문강사로 활동했다. 교육 현장과 군부대, 기업 등에서 인성교육에 힘써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학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슬기로운 은퇴설계 지혜로운 재무설계> , <가슴 떨릴 때 go! 제주 한 달 살기> , <행복노트> 등이 있으며, 현재 은퇴설계 전문강사이자 칼럼니스트로서 후회 없는 제2의 인생을 제안하고 있다. 행복노트> 가슴> 슬기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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