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갈등이 증폭되는 사회, 혐오의 굴레를 끊을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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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갈등이 증폭되는 사회, 혐오의 굴레를 끊을 해법은?

이슈메이커 2026-08-07 09:26: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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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갈등이 증폭되는 사회, 혐오의 굴레를 끊을 해법은?


최근 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영상 매체에서 무심코 내뱉은 “무섭노”라는 한마디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것이 단순한 동남방언(사투리)인지, 아니면 특정 극우 커뮤니티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혐오 표현인지를 두고 거센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 논란은 유력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전하며 순식간에 전국적인 이념 대립으로 비화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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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을 던지는 정치권과 천문학적 갈등 비용
‘무섭노’ 논란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갈등 증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싹튼 작은 이슈가 혐오의 언어를 입고 수면 위로 올라오면, 정치권이 개입해 이를 날카로운 무기로 벼려낸다. 양극단의 진영이 서로에게 말 폭탄을 쏟아내는 사이, 정작 사건의 시시비비나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증발해 버리고 만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간 굵직한 갈등 사례들을 되짚어보면 그 패턴은 놀랍도록 일정하다. 게임사 넥슨과 편의점 GS25 홍보물에서 불거진 이른바 ‘집게손’ 논란은 젠더 갈등의 뇌관을 건드렸고, 유명 배우 조진웅의 10대 시절 소년범 이력 보도는 공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좌우 진영의 정치적 배후설 공방으로 변질됐다.


  가장 뼈아픈 사례는 최근 고교 야구판을 흔들었던 ‘배재고 사태’다. 야구 시합 중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던진 조롱성 응원 구호가 발단이 된 이 사건은, 당사자인 학생들의 역사 인식 부재를 교육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그러나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야구부 해체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성역화 논란을 제기하며 학교 앞을 근조화환과 응원 화환이 뒤엉킨 전쟁터로 만들어버렸다. 갈등을 중재하고 봉합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지지층 결집을 위해 땔감을 던지며 혐오를 부추긴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모전이 국가 경제를 좀먹는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무조정실의 의뢰로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32년 동안 대한민국이 지불한 사회적 갈등 비용은 약 2,628조 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대한민국 전체 국가 예산의 41%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특히 쟁점을 흐리고 장기화하는 특징을 가진 ‘이념 갈등’ 비용이 1,981조 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념 대립의 블랙홀이 엄청난 국가적 역량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지만, 정작 낙태죄 폐지 후속 입법 방치 사례에서 보듯 정치권은 첨예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할 때는 책임을 회피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극단의 진영이 서로에게 말 폭탄을 쏟아내는 사이, 정작 사건의 시시비비나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증발해 버리고 만다. ⓒPixabay
양극단의 진영이 서로에게 말 폭탄을 쏟아내는 사이, 정작 사건의 시시비비나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증발해 버리고 만다. ⓒPixabay

 

혐오를 넘어서는 힘, ‘용서’와 ‘증언 교육’
어른들이 만든 갈등의 진흙탕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피어났다. 배재고 사태의 당사자인 학생과 교직원들이 직접 광주를 찾아가 머리를 숙였고, 광주일고 측은 “어깨를 펴라”며 이들의 사과를 흔쾌히 수용했다. 정치권의 날 선 공방을 압도한 것은 결국 당사자 간의 진심 어린 사과와 너른 용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화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놀이 문화처럼 일상으로 스며든 교묘한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현재 대다수 교사들은 학생들의 혐오성 발언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중립성 시비나 학부모 민원 우려 탓에 선뜻 지도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USC 쇼아 재단(Shoah Foundation)이 운영 중인 ‘증언으로 가르치기(Teaching with testimony)’ 프로그램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홀로코스트나 르완다 대학살 같은 비극의 생존자, 혹은 혐오의 표적이 되었던 이들의 생생한 육성을 학생들에게 직접 들려주는 방식이다. 이념의 잣대를 들이미는 대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게 함으로써 나와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부족주의’를 학생들 스스로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나아가 혐오와 조롱이 ‘밈(Meme)’의 탈을 쓰고 무한 복제되는 진원지, 즉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제도적 접근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처벌이라는 강력한 철퇴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에서 벗어나 보다 세밀한 단계적 조치가 요구된다. 불법 정보는 엄단하되, 형사처벌 수준에 이르지 않는 유해 표현에 대해서는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경고, 노출 축소, 계정 제재 등을 단행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처럼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알고리즘 위험 평가와 운영 투명성 의무를 지워, 혐오 콘텐츠가 수익화되는 구조 자체를 끊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혐오의 언어는 방치할수록 날카로워지고, 정치적 목적과 결합할 때 사회를 붕괴시키는 파괴력을 지닌다. 갈등 증폭의 무한궤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자성,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교육, 그리고 건강한 온라인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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