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신건강 문제가 갈수록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중증 환자를 위한 치료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예방부터 치료, 재활까지 이어지는 지역사회 중심의 지원 체계와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은 27.8%로, 2011년 이후 매년 평균 0.4%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도 73.6%에 달해 정신건강 문제가 일부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과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정신질환 진료비는 7조7000억원에 달했다.
현재 전국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정신재활시설, 정신요양시설, 정신의료기관 등을 포함해 모두 3,051개의 정신건강 관련 기관과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중증 환자를 위한 입원 치료 여건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수도권 정신의료기관 165곳 가운데 입원이 가능한 곳은 110곳에 그쳤으며, 정신전문병원은 의사 1명이 평균 60명의 환자를 맡는 등 의료 인력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복지부가 공개한 국립정신병원 종합감사 결과에서도 5개 국립정신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은 올해 기준 49.1%에 머물렀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외래 치료 접근성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입원이 필요한 급성기 환자나 정신재활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전문의를 확보하기 어려워 병상 축소가 이어지면서 급성기 환자의 치료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들은 약물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회복을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 확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재활과 쉼터, 동료지원 프로그램 등 회복을 돕는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다"며 치료 방식의 다양화를 주문했다.
사회 복귀를 위한 고용 환경도 열악하다. 전체 장애인의 고용률은 37.2%인 반면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4.8%에 그친다. 위기 상황을 겪은 정신질환자가 일정 기간 머물며 회복을 지원받는 동료지원쉼터도 전국에 7곳뿐이다.
정부는 정신건강 지원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정신응급을 필수의료로 지정한 데 이어,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통해 권역응급의료센터 17곳, 공공병상 180개, 급성기 집중치료병상 2,000개, 동료지원쉼터 17곳 등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또 최근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병원을 추가 지정하면서 전국 38개 기관, 789개 병상과 정신응급 병상 130개를 확보했다. 본인의 신청이 없어도 위기 상황에서 치료와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지출 가운데 정신건강 분야 예산 비중은 약 2.9%로 주요 선진국 평균인 5% 안팎에 크게 못 미친다. 2022년 기준 지역사회 정신건강 예산은 국민 1인당 8,710원, 정신건강증진 교육 수혜율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장기 입원 중심의 기존 체계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며 "예산 확대와 함께 필요한 시기에 신속하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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