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다음 시장 잡아라”···시장 주도권 놓고 삼성·SK하닉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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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다음 시장 잡아라”···시장 주도권 놓고 삼성·SK하닉 ‘2라운드’

이뉴스투데이 2026-08-07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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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zHBM 목업.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 등장할 차세대 메모리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HBM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로 경쟁했다면 이제는 AI 시대에 맞는 차세대 메모리 구조를 누가 먼저 제시하느냐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른 것이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접근 방식은 정반대다. 삼성전자는 HBM 자체를 더욱 고도화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고, SK하이닉스는 HBM과 SSD 사이에 새로운 메모리 계층인 HBF(High Bandwidth Flash)를 만들어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FMS(Future of Memory and Storage) 2026’에서 차세대 메모리를 각각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3D 메모리인 ‘zHBM’과 ‘z낸드-O’를,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공동 개발한 HBF의 첫 표준 규격을 선보이며 차세대 AI 메모리 해법을 알렸다.

HBM은 생성형 AI 시대를 연 핵심 반도체다. GPU와 함께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대규모 AI 모델 학습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AI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HBM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도 나타나고 있다. 초기 AI 시장이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Training)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AI 에이전트와 개인화 서비스 확산으로 실시간 추론(Inference)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추론 과정에서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작업이 훨씬 많아진다. 메모리 속도뿐 아니라 용량과 전력 효율까지 모두 확보해야 AI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 결국 메모리 병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AI 성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삼성전자의 해법은 기존 HBM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FMS 2026’에서 공개한 zHBM은 GPU나 AI 가속기 위에 HBM을 직접 수직으로 적층하는 구조다. 데이터가 이동하는 거리를 줄여 더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유하면 기존의 고속도로를 더 넓히고, 입체 교차로를 만들어 차량이 더 빠르게 이동하도록 만드는 것과 같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통해 현재 개발 중인 HBM5보다 최대 8배 높은 성능과 최대 3배 향상된 전력 효율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 분야에서도 같은 전략을 이어간다. ‘z낸드-O’는 여러 개의 V낸드를 수직으로 적층해 AI 추론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즉, ‘더 빠른 메모리’를 만드는 것이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함께 차세대 스토리지 기술인 HBF의 첫 표준 규격을 OCP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HBM을 더욱 빠르게 만드는 대신 HBM과 SSD 사이에 새로운 메모리 계층인 HBF를 추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HBM은 속도는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고 용량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반대로 SSD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SK하이닉스는 이 둘의 중간에 HBF를 배치해 각각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쉽게 말하면 고속도로와 대형 창고 사이에 물류센터를 하나 더 만드는 것과 같다.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는 HBM에서 처리하고, 자주 쓰지는 않지만 빠르게 접근해야 하는 데이터는 HBF에 저장한다. 장기 보관 데이터는 SSD가 담당한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전체 AI 시스템의 데이터 이동이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특히 HBF는 개방형 인터페이스인 UCIe를 적용해 GPU와 CPU, AI 가속기 등 다양한 반도체와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의 핵심이 단순한 제품 성능이 아니라 생태계와 표준 선점에 있다고 본다. HBM 역시 GPU 업체와 메모리 기업 등이 함께 생태계를 구축하며 시장을 키웠다. SK하이닉스는 구글과 텐스토렌트 등이 참여하는 HBF 컨소시엄을 통해 개방형 표준 확산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AI 반도체 업체들이 HBF를 채택하도록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할수록 메모리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HBM이 AI 시대 1라운드의 승부처였다면, 앞으로는 ‘더 빠른 메모리’와 ‘더 효율적인 메모리 구조’ 가운데 어떤 방식이 차세대 AI 인프라의 표준이 되느냐가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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