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1번째,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 축제가 가을 부산에서 다시 문을 엽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10월 부산에서 개막!
1996년, ‘작지만 권위 있는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31번째를 맞습니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169편의 작품으로 조심스레 첫걸음을 뗐던 이 축제는 어느새 도쿄, 상하이와 함께 아시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자리에 올라섰는데요. 이번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부산 일대에서 펼쳐집니다. 같은 기간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산업 플랫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이 나흘간 함께 열려 그 규모를 더하죠. 이제는 영화를 넘어 콘텐츠 산업 전반을 아우르게 된 이 거대한 축제가 올가을 또 한 번 부산을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확장되는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단연 신설된 ‘경쟁 부문’입니다. 비경쟁을 기본 틀로 삼아온 영화제가 칸, 베를린, 베니스처럼 공식 경쟁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지 벌써 한 해가 지났는데요. 이 새로운 실험이 두 번째 해를 맞아 얼마나 안정적으로 안착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첫 회에서는 장률(張律)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이 경쟁 부문의 대상을 차지하며 화려한 첫걸음을 뗀 만큼, 이번에는 어떤 작품이 그 흐름을 이어갈지 궁금해지죠. 여기에 산업 프로그램의 확장도 뚜렷합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안에서 플랫폼 부산, 프로듀서 허브, 시네마 바이 브랜드 같은 프로그램들이 계속 규모를 넓혀가고, 부산스토리마켓과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역시 영화라는 틀을 벗어나 OTT와 드라마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이 두 흐름은 결국 부산국제영화제가 단순 상영 행사를 넘어, 작품성과 산업이라는 두 축을 함께 완성하는 아시아 영화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김민하의 개막식, 그리고 양자경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올해 개막식의 문을 여는 얼굴은 배우 김민하입니다. 2016년 데뷔한 그는 애플TV ‘파친코’에서 젊은 선자 역을 맡아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강인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이후 ‘조명가게’,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태풍상사’ 등 다양한 작품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죠.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작품마다 깊이 있는 해석으로 인물의 내면을 충실히 대변해 온 배우 김민하의 독보적인 행보에 주목한 결과”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는데요. 2024년 박보영과 안재홍, 2025년 이병헌에 이어 김민하가 이끄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같은 개막식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순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배우 양자경(楊紫瓊)이 ‘2026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15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는데요. 1985년 ‘예스마담: 황가사저’로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와호장룡’으로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랐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쓴 배우입니다. 이번 방문에 맞춰 그가 직접 선정한 ‘검우강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산디와라’와 신작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까지 총 네 편을 상영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기대를 모으죠. 개막식의 문을 여는 새로운 얼굴과, 오랜 세월을 건너 다시 한국을 찾는 거장의 등장까지. 10월 부산의 밤은 이미 첫 페이지를 넘길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완성을 잇는 두 개의 장
영화제 기간 함께 열리는 부산스토리마켓(BSM)과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서는 아시아 콘텐츠의 다음 얼굴들이 공개됩니다. 도서와 웹툰, 웹소설 같은 원천 IP(영상화 가능한 콘텐츠, 원작)를 소개하는 부산스토리마켓은 올해 한국 15편, 대만과 일본 각 4편, 인도네시아 2편, 총 25편이 선정됐는데요. 말기 암을 앓던 어머니와 함께 스위스 조력사망기관 ‘디그니타스’로 떠났던 마지막 여정을 기록한 에세이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선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 ‘서울의 선인’처럼 삶과 죽음, 가족, 인간의 관계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한편, 제작 단계 장편영화 프로젝트를 투자·배급사와 연결하는 아시아프로젝트마켓은 올해 20개국 30편이 선정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을 동시대적으로 재창조한 이상철 감독의 ‘박들비’를 비롯해 총 7편이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 영화계 안에서 굳건한 위상을 빛냈죠. 자신의 원작 소설을 직접 영화화하는 김진영 감독의 ‘괴물 용혜’처럼, 창작자가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하나의 이야기를 확장해가는 모습도 이번 선정작들 속에서 눈에 띄는 지점이고요. 원천 IP를 소개하는 자리와 완성 단계의 프로젝트를 투자로 연결하는 자리. 두 마켓이 한 영화제 안에서 나란히 열리는 만큼, 도서나 웹툰 한 편이 스크린까지 가는 과정을 이번에도 여러 작품에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네요.
1996년,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시작된 이 작은 도전은 어느새 31년째 아시아 영화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관문 위로 올해는 새로운 얼굴의 개막식 사회자가 등장하고, 한 시대를 상징하는 배우가 15년 만에 돌아오죠. 여기에 저마다의 다음 페이지를 기다리고 있는 25편의 원천 스토리와 30편의 영화 프로젝트까지. 이 모든 순간들이 한꺼번에 펼쳐질 10월의 부산, 그 열흘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