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전현준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부산의 여름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뜨겁게 달궈진 도심에는 미세한 물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반세기 넘게 마르지 않았던 공동우물에는 긴급 급수가 이뤄졌다. 주민들이 건강을 위해 걸은 발걸음은 취약계층을 위한 냉방용품으로 이어졌고, 거리에서는 생수와 수박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도 펼쳐졌다.
폭염은 도시를 시험하고 있지만, 부산 곳곳에서는 행정과 주민이 함께 생활 속 안전망을 촘촘히 채워가고 있다.
◇ 폭염 대응도 '생활밀착형'…도심은 식히고, 일상은 지켰다
올여름 부산의 폭염 대응은 단순히 무더위를 피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을 지키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정구는 유동인구가 많은 부산대역 일원에 친환경 냉방시설인 쿨링포그(Cooling Fog)를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부산시 폭염대책비를 투입해 부산대역 3번 출구부터 온천2호교까지 약 70m 구간에 설치된 쿨링포그는 미세한 물입자를 분사해 체감온도를 낮추고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구는 오는 2027년까지 설치 구간을 확대해 부산대역 일대를 대표적인 '쿨링포그 로드'로 조성할 계획이다.
폭염은 도시의 모습뿐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도 바꿔놓았다.
부산진구 부암3동에서는 계속된 폭염과 가뭄으로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고지대 공동우물이 55년 만에 처음으로 고갈됐다. 생활용수 부족이 현실화되자 부산진구와 부산진소방서는 약 250m 떨어진 소화전에서 소방호스를 연결해 긴급 급수를 실시했고, 주민들의 물탱크와 공동우물은 다시 물을 채울 수 있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도 식수를 지원하며 주민 불편 최소화에 나섰다.
도시를 식히는 정책과 주민의 일상을 지키는 긴급 대응이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 폭염을 이겨낸 힘은 결국 '사람'이었다
행정의 손길만으로는 폭염을 이겨낼 수 없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역시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동래구 온천1동에서는 주민들이 참여한 '5710 건강 한 걸음' 걷기 사업으로 적립한 후원금을 활용해 홀로 어르신과 중증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폭염 취약계층 40세대에 선풍기와 냉감이불을 전달했다. 올해 상반기 273명이 참여해 190만6천 원의 후원금이 모였으며,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냉방용품 전달과 함께 폭염 행동요령도 안내했다.
북구 덕천1동에서도 자율방재단이 경로당과 공원을 찾아 생수와 수박을 나누고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무더위쉼터를 직접 찾아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는 등 현장 중심의 폭염 대응이 이어졌다.
폭염 앞에서 가장 큰 안전망은 결국 서로를 살피는 지역공동체였다.
◇ 나눔은 이어지고, 기억은 잊히지 않았다
폭염 대응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행정은 계속됐다.
연제구는 올해 100세를 맞은 서정애 어르신 가정을 방문해 장수를 축하하고 공기청정기를 전달했다. 이에 서정애 어르신은 축하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 100만 원을 기탁했고, 전달된 성금은 지역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동구에서는 6·25전쟁 당시 공을 세웠지만 오랜 기간 실물 훈장을 받지 못했던 고(故) 전은달 병장(훈장 수여 당시 상병)의 유족에게 화랑무공훈장이 전수됐다. 육군본부의 '6·25전쟁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통해 뒤늦게 전달된 훈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희생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 시민 곁으로 더 가까이…생활을 지키는 행정의 변화
폭염은 도시의 취약한 부분을 가장 먼저 드러낸다. 그러나 올여름 부산 곳곳에서는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한 생활밀착형 대응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도심을 식히는 쿨링포그, 주민들의 일상을 지켜낸 긴급 급수,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주민 참여형 나눔, 그리고 세대를 잇는 따뜻한 기부와 국가유공자 예우까지.
정책의 중심이 시설에서 사람으로, 행정의 방향이 공급에서 체감으로 옮겨가면서 시민들이 일상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현장 행정도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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