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공짜 물’ 내준 여주, 정치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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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공짜 물’ 내준 여주, 정치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경기일보 2026-08-06 16:34: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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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동 경기일보 지역사회부 기자
유진동 경기일보 지역사회부 기자

 

여주시 세종대왕면의 들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공업용수 관로가 마침내 완성된다. 남한강 여주 왕대리 취수장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까지 이어지는 이 관로는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혈맥이자 국가 경쟁력을 떠받칠 생명선이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준공을 바라보는 여주시민들의 마음은 결코 축하 일색이 아니다. 허탈함과 박탈감이 먼저 밀려온다. 정작 국가 산업의 생명수인 물을 내어준 여주에는 남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중첩 규제를 감내하며 개발 기회를 포기해 온 도시가 여주다. 그런데 이제는 국가 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물까지 공급하면서도 돌아오는 대가는 지방세 0원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대가치고는 너무도 참담한 결과다.

 

이 모순은 법의 빈틈에서 비롯됐다. 현행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주에 설치된 용수공급시설은 사업 완료와 동시에 용인시로 무상 귀속된다.

 

이어 ‘지방세법’은 지방자치단체 소유 시설에 재산세와 취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결국 여주 땅 위에 설치된 시설이지만 소유권은 용인시가 갖게 되고, 여주시는 환경 부담과 개발 제한만 떠안은 채 세금 한 푼 거둘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법은 완벽했을지 몰라도 정의롭지는 않았다. 용인과 이천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며 수천억 원의 법인지방소득세와 양질의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막대한 혜택을 누린다. 반면 여주는 기업 유출과 경기 침체로 지방세 기반마저 흔들리는 현실에 놓여 있다.

 

국가 발전의 명분은 함께 누리되 희생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구조. 이것이 과연 국가균형발전인가. 그래서 지금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여주의 정치인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용인 반도체 용수 공급 사업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사업이 아니다. 2022년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여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현안이었다. 지자체 간 협상이 진행되고 법적·재정적 보완장치를 마련할 수 있었던 시간도 충분했다.

 

그 골든타임 동안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시·도의원들은 무엇을 지켜냈는가. 국가사업이라는 명분 앞에서 침묵하고 방관했으며, 법의 허점을 방치해 결국 오늘의 ‘세수 0원’이라는 결과지를 받아든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치는 명분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몫이다. 지역 주민이 억울한 희생을 강요받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내는 것이 정치의 존재 이유다. 법이 문제라면 법을 고쳐야 하고, 제도가 부족하다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이제라도 여주 정치권은 행동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혜택을 공유하는 ‘상생기금 특별법’을 추진하든, 원천 자원 제공 지역에 대한 ‘재정보전 특례’를 신설하든, 국가 첨단산업 지원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 특별법’을 관철시키든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

 

더 이상 “법이 그렇다”, “국가사업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시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여주의 물은 단순한 공업용수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개발을 포기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켜온 여주시민들의 희생이고, 대한민국 산업을 살리는 생명수다.

 

그 물로 용인의 반도체가 세계 시장을 향해 달려간다면, 그 결실 역시 여주와 함께 나누는 것이 상식이고 정의다.

 

희생은 여주가 하고, 열매는 다른 도시가 가져가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국가균형발전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여주시민은 더 이상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만 강요받는 도시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공은 여주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도 침묵한다면 시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반드시 묻게 될 것이다.

 

“당신들은 여주의 물을 지켜내지 못했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해 정치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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