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6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시장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 시장은 이번 세제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꼽았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시장이 더욱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오랫동안 보유해 온 부동산을 세금 부담 때문에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노년층이 원치 않는 매도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민 여러분들이 이번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보면서 느끼시고 계시는 답답함이나 우려 사항이 있으시면 가감 없이 듣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서울 주택시장과 시민들의 삶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공인중개사·교수·청년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석해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세제 개편안이 전월세 시장과 세입자, 청년 등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인중개사들은 세재 개편안으로 전월세 시장이 빠르게 위축된 것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잠실에서 21년째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박준씨는 “세제개편 이후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려 하면서 잠실 일대 전월세 매물이 크게 줄었다”며 “예전에는 단지마다 50~80건씩 나오던 매물이 지금은 10건 이하로 줄었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재건축 이주까지 본격화되면 전세 물량 부족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국가와 서울시 모두 임차인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서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김용혁씨도 “예전에는 전월세 중개 비중이 훨씬 높았지만 지금은 전월세 매물이 거의 사라졌다”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결국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대사업자를 계속 규제하면 임대 물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집값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의 영향이 고가주택 시장을 넘어 전월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은 초고가 아파트 시장이지만 실제 여파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곳은 전월세 시장”이라며 “서울은 임차가구 비율이 높은 도시인 만큼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규제에 세제 개편까지 더해지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예측 가능한 세제 체계를 마련하고 민간 임대사업자의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청년들은 위축된 전월세 시장에서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민정씨는 “첫 독립을 앞두고 여러 부동산을 돌아다녔지만 대부분 전세 매물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며 “가격과 주택 상태를 비교해 선택할 여건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많지 않아 부모님의 도움과 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하려 했지만 대출 규제는 강화됐고 전세 물량도 부족해 결국 월세를 선택했다”며 “매달 월세와 관리비 부담이 커졌고,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면 어렵게 구한 집을 또다시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집 걱정 없이 서울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동산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2017년 이후 서울의 가구 수 증가 속도가 주택 공급 증가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주거는 필수재인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전월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 주체를 나눠 대립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재개발·재건축, 택지 개발, 유휴부지 활용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제를 강화하기보다 민간 임대 공급 사업자들이 세제와 금융 인센티브를 통해 더 많이 공급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한 정책적 접근”이라며 “민간 임대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정부에 전달하고, 서울시 차원의 보완책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거주용 1주택자는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초고가 1주택자와 비거주 주택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체계는 주택 수 중심에서 주택 가액 중심으로 전환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는 2029년부터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꾸며 공제 한도도 최대 10억 원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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