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HMM(컨테이너)·팬오션(벌크·탱커)·현대글로비스(완성차) 등 화종별 국내 대표 선사의 2분기 실적이 이란 전쟁 등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각사별 운송 항로, 화물 수요(물동량), 탱커 운임 및 용선료 상승 등 미시적 관점의 호재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국 주요 수출기업들이 해운업계 성수기인 3분기 이전에 미리 화물을 선적하고 운송한 것이 운임을 끌어올리면서 정기(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된다.
2분기 원유·석유화학제품을 운송하는 탱커 시황이 상승했고 건화물선(드라이 벌크) 시장 역시 물동량 증가를 기록하며 운임 지수가 오르면서 팬오션의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운임 상승이라는 공통 변수가 작용했지만 선사별 주력 선종과 계약 구조에 따라 수익성 측면에선 희비가 교차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HMM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34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선 매출은 31% 증가한 2조8510억원, 벌크선 매출은 29% 늘어난 5140억원으로 추정했다.
▲ 평균 SCFI 2336 반등...미주 조기 선적 호재
시장에서 2분기 HMM의 호실적을 예상한 가장 큰 근거는 해상운임 반등이다. 이 기간 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336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 직전 분기(올해 1분기)보다 55% 상승한 수치다. 지난달 3일 기준 SCFI는 3327포인트까지 급상승하며 2024년 홍해 통항 중단 당시 기록한 3733포인트에 근접했다.
올해 초 업계에서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적지 않은 규모의 신조 선박이 시장에 새로 공급되고 수에즈 운하 통항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컨테이너선 운임의 추이는 정반대였다. 홍해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선박 운항이 여전히 불안정했고 변동성이 심한 미국의 관세 정책 등이 운송 수요를 자극했다. 이는 미국 주요 화주들이 관세 부담이 커지기 전에 제품을 미리 보내려 하면서 선적 수요가 앞당겨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따라서 운임 하방 압력도 예상보다 더디다는 설명이다.
운임 상승 효과는 하반기 실적에 더 크게 반영될 소지가 높다는 견해도 나온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계약 구조상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2분기보다 3분기 실적 개선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HMM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000억원을 상회하며 연간 영업이익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 팬오션, 벌크·탱커 고른 성장...영업익 전망치 24.4% 상회
팬오션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137억원, 영업이익은 193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최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9%, 57.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인 1557억원을 24.4%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
팬오션의 사업 부문별 2분기 영업이익은 드라이벌크 부문이 전년 동기 대비 59.8% 증가한 847억원으로 집계됐다. 남미 지역의 곡물 시즌이 본격화 단계에 진입했고 이란 전쟁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 대체용 석탄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톤마일 상승 효과를 누렸다. 여기에 대형 벌크선인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시황 강세까지 겹치며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 건화물선 대표 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6월 초 3114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전년 동기 대비 88% 가까이 급증했다.
탱커 부문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및 호주산 수입 수요 강세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7% 증가한 43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팬오션은 올들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척을 1조3445억원에 신조 발주했다. 지난 2월 SK해운으로부터 VLCC 10척을 리세일(중고선 거래) 방식으로 도입한 물량까지 합하면 보유 VLCC는 19척으로 늘어나게 된다. LNG 사업도 모든 선박의 인도가 완료돼 장기계약 기반의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33.6% 증가한 49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8조7054억원, 영업이익은 495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달 말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와 견줘 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PCTC, 유류비 인상분 先 반영·後 운임 보전
이 기간 현대글로비스의 해운 사업 부문은 1조6441억원의 매출과 13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4.6% 줄었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중국 현지 완성차 제조사(OEM) 등 비계열 물량이 늘어 매출은 상승했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수익성에 제한이 있었다”며 “2분기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업이익은 하반기 운임 보전이 진행될 예정인 만큼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운반선(PCTC) 운임은 유류비 변동분을 유류할증료에 반영하는 구조이지만 미리 장기 계약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실제 운임 보전까지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2분기에는 중동 사태로 급등한 연료비가 비용에 먼저 반영된 반면 관련 운임 인상분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2분기 운임에 반영되지 못한 유류비 상승분이 6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 PCTC 사업 자체의 경쟁력이 둔화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연료비 부담이 먼저 반영되고 운임 인상은 뒤늦게 반영되는 사업 구조특성상 일시적으로 수익성 하락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도 선사별 실적 흐름이 엇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MM은 2분기 후반에 나타난 운임 상승효과가 3분기에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며 현대글로비스는 2분기에 먼저 비용에 반영된 연료비 부담이 운임 보전을 통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오션은 벌크선·탱커 시황과 선대 운용 효율성이 3분기 이후 실적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SCFI, BDI 등 선종별 시황을 나타내는 지표가 실적의 방향을 좌우했지만 최근에는 주력 운항 선종 구성과 계약조건, 연료비 전가 구조, 선대 운영 방식 등이 회사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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