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법제처·경찰청 업무보고에서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읽어 보지 않았다'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년간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였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수십 년 동안 검찰은 수사부터 기소, 영장 청구 등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걸쳐 매우 과도하고 집중된 권한을 행사해 왔다. 모든 권력기관을 국민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한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며 원안대로 의결했다.
특히,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위헌이나 집행 불능, 국익 위배, 행정부 고유 권한 침해 등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는데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해당 법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주도로 개정된 형소법 내용이 이 대통령 자신의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며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李, 4일 국무회의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의결
5일 업무보고서 "개정형소법 안 읽어봤는데, 檢수사 안된다고 돼 있나"
이재명 대통령은 5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검찰의 직접·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관련, 사법·형사 시스템 변화로 국민 피해가 발생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의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유지될 경우 검사의 수사권에 대해 질문하면서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 법안에 의하면 검사가 수사를 하면 안된다고 돼 있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봤다'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하루 전인 4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검찰은 수사부터 기소, 영장 청구 등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걸쳐 매우 과대하고 집중된 권한을 행사해 왔다"면서 "검찰 내 일부 집단은 기소를 위해서 수사할 수 있다는 이 권한을 무소불위로 악용하며 있는 사건을 덮거나, 누군가를 정해놓고 처벌하기 위해 별건수사, 먼지떨이·표적 수사를 관행처럼 되풀이해 왔다"고 개정안 취지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이러한 비정상적 형사 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라며 "모든 권력 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에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라는 게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서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헌정 질서에 위반된다고 해야 상대의 권한·권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계의 의견이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입법권을 부정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가 참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형사소송법을 읽어 보지 않았다'고 한 것이다.
장동혁, 대통령 발언 맹비난 "대통령 맞나, 정신세계 궁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소송법 관련 발언을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역대급 망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다"며 "국민들이 이게 망언인지조차 느끼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보완수사권 폐지로 국민적 논란이 컸고, 피해자들도 절절히 반대 목소리를 냈는데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며 "대통령이 맞는지, 우리가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잠시 발언을 멈춘 뒤 "지금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 아니냐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짜장면과 짬뽕을 고민하다가 결국 짬뽕을 먹고 '내가 뭘 먹었냐'고 묻는 것과 같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유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의 과거 부동산 거래를 언급하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본인 이익만 챙기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을 빛의 속도로 개정했다면, 대통령이 법조문조차 읽지 않았다면 결국 정권도 빛의 속도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힘 "역대급 망언" "직접 의결해놓고"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소송법 관련 발언을 두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의결한 당사자가 할 말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대통령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저는 안 읽어봐서'라고 말했다"며 "바로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 법을 심의·의결한 사람이 대통령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금지되지 않았으면 검사도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바로잡았다"며 "정 장관은 합동수사본부 운영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까지 말했다"고 꼬집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또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찰은 물론 경찰 수사도 못 믿겠다'고 말해놓고, 정작 그 경찰 수사를 검증할 검사의 손을 묶는 법에 도장을 찍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의 대응도 문제 삼았다. 그는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피해자 이의신청 시 변호사 비용 우려에 '국선변호인이 있다'고 답했고, 업무가 늘면 '한 건을 두 건으로 비용을 더 지불하겠다'고 했다"며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는 19년째 동결돼 있고 미지급 연체액만 100억 원을 넘겼는데, 제 돈이 아니니 이렇게 쉽게 약속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수석대변인은 "대통령도 읽지 않았고, 법무부 장관은 근거가 없다고 했으며, 현장은 준비되지 않았다. 시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았다"며 "법안을 심사하던 자리에서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에게 '속기록이라도 읽어보고 오시라'고 했는데, 이제 그 말을 대통령께 그대로 전해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靑 "李, 형소법 개정안 핵심 내용 당연히 숙지"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대통령이 당연히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정된 형사소송법(형소법)을 안 읽어봐서" 발언 논란에 대해 "개정 형사소송법의 전반적인 취지와 핵심 내용을 당연히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수석은 "어제 업무보고 논의 과정의 맥락을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어제의 질문은 기존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검사가 어떤 수위와 수준, 내용으로 수사에 관여할 수 있고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의 해석이 조금 다른 점도 있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개정 형사소송법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과 이해의 결여를 챙겨 나가는 차원에서 두 장관에게 질문한 것"이라며 "읽어보지 않았다는 말씀은 취지를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검경 합동수사본부 부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성 수석은 "핵심은 새로운 법 체계에서 형성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경우에 대비해 검찰이나 경찰이 준비하라는 것"이라며 "이후 과정에서 국민의 삶에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이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與, 장동혁 대표 발언에 "즉각 사과하라"
더불어민주당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오전 서면 브리핑에서 "장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망언' 운운하며 정신세계를 소환했다"며 "이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모욕하는 역대급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2만4000명 국민의힘 당원이 서명한 대표 사퇴 청구서가 목전에 도착하자 대통령 비방으로 이를 모면하려는 발버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통령의 형사소송법 관련 발언은 내각이 명확한 입장과 추진방침을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다"며 "중요 범죄에 대해 법 개정 후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대통령은 법률 개정의 전반적인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장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에도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는데, 그 뻔뻔함은 국민의힘 당원들을 포함해 국민 모두가 궁금할 따름"이라며 "대통령을 끌어들여 위기를 모면할 생각은 접고, 당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한 거취부터 명확히 하라"고 촉구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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