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21.6%로 평년 절반 수준…남조류 증가에 긴장
(임실=연합뉴스) 김문경 기자 = "임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렇게 바닥을 드러낸 옥정호는 성인이 된 이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6일 전북 임실 토박이들은 바닥을 드러낸 옥정호의 풍경에 당혹스러워했다.
주민 황모(63)씨는 "원래 매년 여름에는 옥정호의 수위가 좀 낮아지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마르지는 않았었다"며 "임실은 농촌 지역인 만큼 물을 사용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비가 오지 않으면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옥정호의 맨살을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한모(40대)씨도 "물이 많을 때는 건너편 절벽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제대로 비가 오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이대로 계속 가면 그나마 남아있는 물까지 다 말라버릴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을 보탰다.
전북 전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이날 오전 임실군 운암면 옥정호 붕어섬 생태공원.
오전부터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붕어섬으로 향하는 흔들다리에는 옥정호의 수려한 경관을 보려는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연신 이마와 목덜미의 땀을 훔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고대했던 드넓은 호수는 온데간데 없었다.
짧았던 장마 이후 기나긴 폭염에 물이 바짝 마른 옥정호는 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하늘을 담은 푸른빛 대신 '황토색'만 보여줬다.
이미 호수가 마른 지 오래된 듯 바닥 곳곳은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자리를 잡았다.
이날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물이 하나도 없네", "비가 안 와서 말라버렸나"라는 아쉬움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충남에서 옥정호를 방문했다는 전모(40대)씨 부부는 "날씨도 덥고 물도 말라버렸으니 굳이 붕어섬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흔들다리 앞까지만 관람할 생각"이라며 "주변의 조경 관리는 잘 된 것 같아 호수에 물만 좀 차 있었으면 훨씬 보기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준 옥정호의 저수율은 21.6%로 평년(42.1%)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폭염 등의 영향으로 그나마 물이 남은 옥정호 유역의 남조류 세포 수가 최근 급속도로 증가해 전북도가 모니터링에 나섰다.
옥정호 칠보발전방류구 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 3일 기준 ㎖당 693개로 측정됐다.
지난달 20일 ㎖당 80개, 27일 ㎖당 146개와 비교하면 4∼8배 늘어나 독성물질 생성이나 수생태계 파괴, 수질 악화 등이 우려된다.
도는 폭염 장기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하천으로 영양염류가 유입되면서 남조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도내 강수량은 평년(787.1㎜) 대비 69.8%인 549.5㎜에 그쳤다.
나머지 도내 2천153개 저수지의 저수율도 44.6%로 나타나 평년(70.2%)보다 훨씬 낮다.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임실에는 가뭄 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정읍과 남원에는 '주의' 단계가 내려졌다.
완주와 장수, 고창, 부안에도 가뭄 위기 경보 관심 단계가 내려진 상태다.
옥정호는 우리나라 첫 다목적댐인 섬진강댐 준공으로 생긴 인공호수다.
유역 면적 763㎢, 저수량은 4억천만t에 달하는 큰 규모의 호수로, 드넓은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대고 있다.
도는 9월까지 대체로 적은 강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가뭄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오는 10일 선제적으로 가뭄 대비 재난 관리 기금 10억 원을 지원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섬진강댐 인근 지역은 요일제 급수를 운영 중이며, 퇴수 재활용 등을 통해 수량을 확보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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