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정부가 부동산 세제의 기준을 ‘몇 채를 보유하는가’에서 ‘얼마짜리 집에 실제로 살고 있는가’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은 완화하거나 유지하는 대신 초고가 주택, 비거주 1주택,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야당은 이를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올리는 ‘세금폭탄’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비거주·초고가 주택에 집중됐던 혜택을 걷어내는 ‘조세 정상화’라고 맞섰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취득세를 올리는 전형적인 거래세 인상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의 공제로 바꾸고, 비거주·초고가·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다. 동시에 다주택자에게는 일정 기간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매도 기회도 열어뒀다. ‘보유와 처분의 양쪽 문턱을 모두 높였다’는 야당의 주장과 ‘퇴로까지 마련했다’는 정부의 설명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번 논쟁은 세율 몇 퍼센트를 올리고 내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집을 주거권으로 볼 것인지, 재산권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세계관의 충돌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수도권 유권자를,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에 반감을 가진 중산층을 각각 겨냥하고 있다. 세제개편안이라는 경제정책 안에 차기 총선을 향한 여야의 정치문법이 숨어 있다.
‘주택 수’에서 ‘실거주’로
이번 정부안의 가장 큰 변화는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현행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연 4%씩, 최대 80%를 공제한다. 정부는 이를 거주기간에 따라 연 8%씩 공제하는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다주택자 역시 보유기간 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재편한다.
종부세도 같은 방향이다. 거주용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 등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2028년 이후 80%까지 상향한다.
종부세율은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가액을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일원화한다. 고가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저가인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에게 주택 수만으로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시가 약 20억원, 공시가격 14억원 이하의 거주용 1주택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고, 시가 30억원 수준까지는 부담이 오히려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시가 40억~50억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과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은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정책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집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세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래 보유한 집’보다 ‘오래 거주한 집’을 보호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부동산을 투자자산보다 생활공간으로 규정하려는 진보 정부의 전통적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장기간 보유했지만 직장, 자녀 교육, 질병 등으로 거주하지 못한 국민에게는 국가가 개인의 주거 선택을 세금으로 평가한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취학, 직장 변경, 질병 치료, 해외 체류 등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한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재개발·재건축 공사기간이나 일부 임대주택 보유기간도 거주기간으로 간주한다.
결국 정부가 새로 그은 선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 사이가 아니다. ‘실거주자’와 ‘비거주 보유자’ 사이다. 이 선이 국민에게 공정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질지, 또 다른 징벌적 기준으로 인식될지가 정치적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정부의 문법, 증세 아닌 정상화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단어는 ‘증세’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개편의 목적이 부동산 시장을 단기적으로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과세와 과세형평성 제고라고 강조했다. 거주용 1주택자는 보호하면서 비거주 주택과 초고가 주택에 제공됐던 과도한 공제를 조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인상’ 대신 ‘정상화’, ‘축소’ 대신 ‘합리화’라는 말을 반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순간 야당은 정책 전환이 아니라 공약 파기로 규정할 수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근거로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덮으려 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청와대는 세제개편 발표 이후에도 세금과 집값 대책을 분리하는 방어선을 쳤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세제개편은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정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집값 안정의 해법으로는 공급 확대와 주택금융 합리화를 제시했다.
정치적으로는 절묘한 구분이다. 세 부담 강화는 조세정의의 영역에 두고, 집값 안정은 공급정책의 영역에 놓는 방식이다. 집값이 안정되면 세제와 공급정책의 복합적 성과가 되고, 집값이 오르면 세제개편은 애초 시장안정책이 아니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가 정한 정책의 목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종부세와 양도세가 달라지면 보유자는 보유와 매도, 임대 여부를 다시 계산한다. 세제개편이 과세형평성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매물과 전월세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종부세는 2027년부터 2년에 걸쳐, 양도세는 1년 유예 후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설계했다. 2027~2028년에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세금을 올리기 전에 집을 팔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치적 계산은 ‘다수의 실거주 1주택자’와 ‘소수의 초고가·비거주·다주택자’를 분리하는 데 있다. 전자를 보호 대상에 묶고 후자를 과세 정상화 대상으로 한정하면 세금폭탄이라는 야당의 프레임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면 오늘의 초고가 주택이 내일의 보통 주택이 될 수 있다. 과세 기준이 시장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소수 부자 증세’라는 정부의 설명은 순식간에 ‘중산층 증세’ 논란으로 바뀔 수 있다.
민주당의 문법, 엄호와 거리두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번 세제개편을 “성장과 민생을 위한 조세 정상화”라고 규정했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는 보호하고 초고가·비거주 주택에 집중된 혜택을 실제 거주 여부와 주택가액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라며 ‘세금폭탄’ 주장을 반박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대다수 1주택 실거주자의 보유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 부담이 급격히 변하거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지도부의 문법은 ‘정부안 지지’와 ‘국회 보완’의 결합이다. 정책의 방향은 옳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과세 기준과 시행 시기는 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라기보다 정치적 안전장치에 가깝다. 세제개편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기준을 조정했다고 설명할 수 있고, 반발이 크지 않으면 정부안의 조세정상화 취지를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의 온도는 지도부와 다르다.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제개편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고 공급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호 의원은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안을 여당이 만들어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도 부동산 문제의 근본은 공급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도권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이 과거보다 늘었다. 비거주 1주택자 역시 투기 목적이 아니라 직장 이동,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의 이유로 기존 주택을 임대하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을 모두 ‘비거주 보유자’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으면 정책 취지와 달리 중산층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 특히 종부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늘어난다고 느끼는 순간 조세형평이라는 설명보다 재산권 침해라는 정서가 앞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조세정의를 요구하는 전통적 지지층과 자산가격 상승에 민감한 수도권 중산층을 동시에 붙잡아야 한다. 초고가·다주택자 과세 강화는 전자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후자에게는 언제든 자신의 세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을 준다.
따라서 국회 심의에서 실제로 쟁점이 될 부분은 세제개편의 방향보다 비거주 인정 예외, 장기거주 공제한도, 고령자 납부유예, 시행 시기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정부안의 간판은 지키되 수도권 민심을 자극하는 모서리는 깎으려 할 것이다.
국민의힘의 문법, ‘文정부 시즌2’
국민의힘은 이번 세제개편을 정권의 약속 위반으로 규정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가·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을 함께 높이는 것은 사실상의 징벌적 증세라고 비판했다. 당 재정경제기획위원들은 정부안을 “역대 최악의 세제개편”이자 “닥치고 세금”이라고 몰아붙였다.
야당이 꺼내든 핵심 프레임은 문재인 정부다. 세금과 대출 규제로 수요를 누른 결과 집값과 전월세 가격만 올랐다는 기억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한다’는 구도를 만들면 복잡한 세율과 공제 논쟁을 단순한 정치적 기억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세 부담이 결국 임대료에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임대료를 올릴 수 있고,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 집을 팔지도 보유하지도 못하는 거래절벽이 생긴다는 논리다.
이는 수도권 중산층뿐 아니라 무주택 세입자까지 야당의 반대 전선에 묶으려는 전략이다. ‘부자 감세를 지키려는 정당’이라는 여당의 공격을 피하려면 세금 부담의 최종 피해자가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야당에는 유용한 무기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약속과 현재의 세제개편을 대비시키면 정책의 효과를 따지기 전에 신뢰 문제로 전환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정치적 효과는 세 가지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를 다시 결집시키고, 집값이 높은 수도권에서 중산층의 불안을 자극하며, 내부적으로는 부동산과 조세 문제를 통해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문법에도 빈틈은 있다. 실거주 1주택자의 공제 확대와 다주택자의 한시적 양도세 중과 완화까지 모두 세금폭탄이라고 부르면 정부가 설계한 차등 과세의 취지를 외면한다는 반론을 피하기 어렵다.
부동산 불평등과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형평 문제에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도 숙제다. 공급 확대만으로 장기간 누적된 자산 격차와 비거주 보유에 대한 조세 논란을 모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의 승부처는 정부안 전체를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거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선의의 1주택자’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찾아내느냐에 달렸다. 정책의 사각지대가 실제 사례로 등장할수록 세금폭탄 프레임은 힘을 얻게 된다.
세제보다 빠른 정치의 시간
부동산 세제는 발표되는 순간 정책이 아니라 정치가 된다.
정부는 2027년과 202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간표는 훨씬 빠르다. 과세가 실제로 시작되기 전부터 예상 세액과 매도 시기, 임대료 전가 가능성을 둘러싼 불안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1주택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초고가·비거주·다주택자만 부담을 정상화한다고 설명한다. 국민의힘은 ‘오늘의 초고가 주택 기준이 내일의 중산층 주택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맞선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들은 정부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선거 현장에서 이 구분이 제대로 전달될지 걱정한다.
세제개편안의 정치적 성패는 실제 납세자 수보다 ‘나도 언젠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심리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조세정책은 소수에게 적용되더라도 다수의 불안을 만들 수 있다.
정부가 서둘러 공급대책을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을 최대한 빨리 확대할 방안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급대책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실제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면 야당은 세금만 먼저 올렸다고 공격할 것이다. 반대로 재건축·재개발, 공공택지, 도심 주택 공급이 속도감 있게 제시된다면 정부는 세제와 공급을 병행하는 구조개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기보다 예외규정과 유예기간을 넓히는 방식으로 수도권 민심을 달랠 가능성이 크다. ‘조세 정상화’라는 정책 이름은 유지하되 납세자의 체감 충격을 줄이는 절충안이 등장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보유자에게 집중된 혜택을 조정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동시에 보유와 거래의 부담을 함께 높여 시장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위험도 안고 있다.
‘정상화’가 될지 ‘세금폭탄’이 될지는 정부나 야당이 붙인 이름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거주자와 세입자, 장기보유자와 은퇴 고령자가 정책 시행 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가 답을 내놓을 것이다.
세금을 고치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국민이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일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반복된 실패는 세율이 낮거나 높아서가 아니라,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집을 보유하고 처분하는 규칙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넘어야 할 문턱도 여기에 있다. 세금의 크기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을 둘러싼 진짜 정치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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