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훌쩍 넘은 한국 축구 역사에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사상 처음으로 경찰의 압수 수색을 받은 것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6일 오전 서울 축구회관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의 대한축구협회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2024년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에 정몽규 당시 축구협회 회장,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 등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압수수색 영장엔 업무방해 등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서자 축구인들의 반응은 우려와 분노로 압축된다. “이러다 누가 구속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함께 “축구협회가 잘못한 점은 있지만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은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홍 전 감독은 4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경찰은 2년 전 홍명보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장 대행 체제인 축구협회의 앞날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풀어야 할 과제도 첩첩산중이다.
당장 다음 달 A매치를 지휘할 남자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을 선임해야 하고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이끌 정식 국가대표 사령탑도 뽑아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임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지난 4일 선거인단 구성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주요 쟁점이던 선거인단 수는 2만명 수준으로 정해졌다.
직전 2025년 회장 선거 때의 선거인단 192명에서 100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이 권고안에 맞춰 축구협회가 대의원총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하고 전자투표를 어떻게 실시할지 등 선거 방식을 정하는 데에 최소 3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축구계는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대부분 ‘친 정몽규’ 사람으로 구성된 대의원들이 순순히 혁신위의 권고안을 따르겠느냐는 점이다.
축구협회 사정에 정통한 A 씨는 “축구협회 대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정관이 개정된다. 만약 부결된다면 기존 방식으로 회장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부결된다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일전을 각오한다는 얘기이다. 압수 수색이라는 수모까지 당한 마당에 앞으로 대의원들의 선택지는 백기투항 또는 결사항전 2가지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축구협회 대의원들이 혁신위의 권고안을 따를 경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거부할 경우에는 각종 보조금 중단, 관리 단체 지정 등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번 국회 청문회에서는 대한체육회가 축구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등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축구협회가 만약 관리단체로 전락하면 집행부 전원이 물러나고 대신 대한체육회에서 파견한 인사가 축구협회 행정을 맡게 되는 파국적 상황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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