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집 받고 나는 빚만… 상속채무 있어도 유류분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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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집 받고 나는 빚만… 상속채무 있어도 유류분 청구 가능

뉴스로드 2026-08-06 13:46:05 신고

3줄요약

부모가 생전에 특정 자녀에게 아파트를 넘긴 뒤 재산보다 많은 빚을 남기고 사망했다면 다른 자녀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을까. 결론은 가능하다. 다만 생전 증여만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은 재산과 채무, 각 상속인이 부담하는 빚까지 하나의 계산표에 넣어야 한다. 빚이 많을수록 받을 몫이 무조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떠안은 채무가 커지면 유류분 부족액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연합뉴스

▲ 증여와 채무의 동시 계산

6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유류분 계산은 사망 당시 남아 있던 재산에 일정 범위의 생전 증여재산을 더하고, 피상속인이 남긴 채무 전액을 빼는 것에서 시작한다. 민법 제1113조 제1항이 정한 이 금액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이라고 한다. 자녀와 배우자의 유류분은 원칙적으로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생전에 장남에게 시가 8억원의 아파트를 증여하고, 사망 당시 예금 1억원과 금융채무 3억원을 남겼다고 가정해 보자. 계산상 기초재산은 8억원에 1억원을 더한 뒤 채무 3억원을 뺀 6억원이다. 자녀가 장남과 차남 두 명뿐이라면 각자의 법정상속분은 2분의 1이고, 유류분 비율은 그 절반인 4분의 1이다. 차남의 기본 유류분액은 1억5000만원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제 청구액은 유류분액에서 차남이 이미 받은 증여·유증과 순상속분을 빼 산정한다. 순상속분은 상속으로 받은 재산에서 자신이 부담하는 상속채무를 제외한 금액이다. 대법원도 유류분 부족액을 유류분액에서 특별수익액과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사진=연합뉴스 제공

▲빚이 키우는 부족액

상속채무는 부동산처럼 상속인들이 협의해 나누는 재산과 성격이 다르다. 대출금과 같은 금전채무는 사망과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각 공동상속인에게 나뉘어 귀속된다. 상속인끼리 “장남이 빚을 모두 맡는다”고 합의해도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약속만으로 차남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앞선 사례에서 예금 1억원과 채무 3억원이 두 자녀에게 법정상속분대로 나뉜다고 보면 차남은 예금 5000만원을 받는 대신 채무 1억5000만원을 부담한다. 순상속분은 마이너스 1억원이다. 유류분 부족액을 계산할 때 이 마이너스 순상속분을 빼면 결과적으로 1억원이 더해지는 효과가 생긴다. 생전 증여를 받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차남의 부족액은 기본 유류분액 1억5000만원에 1억원을 더한 2억5000만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빚이 많으니 유류분도 없다”는 판단은 틀릴 수 있다. 채무는 먼저 전체 기초재산에서 빠지지만, 각 상속인이 실제로 부담한 채무는 순상속분 계산에도 반영된다. 유류분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부동산의 시가만이 아니다. 사망일 기준 예금과 대출 잔액, 채무의 성격, 상속인별 법정상속분을 함께 확인해야 실제 청구액을 계산할 수 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 [사진=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 [사진=법도종합법률사무소]

▲포기와 한정승인의 갈림길

상속재산보다 빚이 많을 때 가장 먼저 검토하는 절차는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이다. 두 제도는 유류분에 미치는 결과가 정반대다. 상속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기 때문에 유류분권도 함께 사라진다. 반면 한정승인은 상속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물려받은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채무를 갚는 제도여서 유류분 청구 가능성은 남는다.

생전 증여의 대상과 시기도 따져야 한다. 공동상속인이 받은 특별수익은 오래전에 이뤄진 증여라도 유류분 산정에 포함될 수 있다. 반면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전 1년 안의 증여가 대상이며,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줄 것을 알고 있었다면 1년보다 앞선 증여도 포함될 수 있다. 민법 제1114조가 정한 기준이다.

유류분 제도는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도 일부 기준이 바뀌었다. 형제자매의 유류분권은 폐지됐고, 2026년 3월 시행된 개정 민법은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의 유류분 제도를 유지하면서 유류분 상실과 기여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따라서 단순한 가족관계뿐 아니라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과 기여, 학대·유기 여부까지 분쟁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엄정숙 변호사는 “상속채무가 있는 사건에서는 생전 증여와 사망 당시 재산, 채무를 먼저 하나의 표로 정리해야 한다”며 “계산도 하지 않은 채 상속부터 포기하면 유류분으로 되찾을 수 있었던 권리까지 함께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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