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너를, 사랑을 찾는 이야기.
<이런 엿같은 사랑> 안에서 배우 정해인과 하영이 찾아낸 달콤하고도 끈적한 사랑.
하영 화이트 셔츠와 톱, 스커트, 레이어드한 팬츠 모두 Nehera, 웨지 힐 슈즈 EENK.
지금,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을 떠올릴 때 불현듯 떠오르는 하나의 장면이 있다면요?
하영 분명하게 딱 한 순간이 떠올라요. 거의 모든 출연진이 다 같이 비를 맞으면서 촬영하던 날이었어요. 극 중 한 인물이 ‘은새'(하영)와 ‘태하'(정해인)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는 신이 있는데,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좀 울컥해요.
정해인 저는 첫 촬영이랑 마지막 촬영이 기억에 남아요. 첫 촬영 때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안 한 척을 하려 애쓴 기억이 있고, 마지막 촬영 때는 기분이 좀 묘했어요.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나 잘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러 마음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하영 공교롭게도 마지막 촬영이 드라마의 마지막 신이었어요. 그래서 정말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지 않았나 싶어요.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울었을 것 같은데요?
하영 저는 진짜 펑펑 울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안 우는 거예요. 아하하.
정해인 난 집에 가서 울었어. 다 같이 울면 너무 눈물 파티니까.(웃음)
하영 맞아. 저희가 100회차 조금 넘게 찍었는데, 한 80회차부터는 다들 이별을 예감한 사람들처럼 조금만 건드려도 울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마지막 날이 되니 저만 운 거죠.
정해인 그런데 그 모습조차 은새 같다 싶었어.
하영 펑펑 우는 모습이?
정해인 나는 이 악물고 끝까지 참았는데, 태하가 그러잖아. 참았다가 아무도 안 볼 때 혼자 울고. 반면에 은새는 왈칵 쏟아내는 편이고. 극 중 캐릭터처럼 저희도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맞이한 것 같아요.
하영 자카드 실크 톱과 카프리 팬츠, 슈즈 모두 Cholé, 이어링 Hei.
<이런 엿같은 사랑>, 근래에 접한 작품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제목이 아닌가 싶어요.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정해인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가제 아닌가? 바뀌겠지, 그랬어요. 그런데 끝내 밀어붙이시더라고요.(웃음) 결과적으로는 만족해요. 우리의 이야기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제목이라 생각하고요.
하영 저는 단번에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엿같은’이라는 표현이 좋지 않은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달달하고 끈끈하게 붙어 있다는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잖아요. 이런 중의적인 의미를 이야기 안에서 이런저런 상황으로 잘 녹여내거든요. 아마 드라마를 보고 나면 얼마나 좋은 제목인지 알게 될 거예요.
이토록 강렬한 제목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요.
정해인 은새라는 인물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뻔하게 여길 수 있는 기억상실에 걸린 사람이라는 소재를 새롭게 그려낸 작품이에요.
하영 그래서 무엇을 찾아가는지를 생각해보면, 결국은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어요. 늘 가까이에 있지만 몰랐던 사랑을 알게 되고, 받아들이면서 또 어느 지점에 가서는 사랑을 줄 수도 있게 되는 거죠.
정해인 하영 배우의 말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 지 않나 싶어요. 맞아요. 결국은 사람과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예요.
제목을 보고 조금은 예상했는데,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죠?
정해인 맞아요. 다만 로맨틱 코미디로만 점철된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래서 더 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로맨틱 코미디인 듯하지만, 그 안에 멜로도 있고 누아르도 있고, 심지어 스릴러적인 부분도 있어요. 또 어떤 면에서는 가족 이야기이자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고요.
하영 처음에는 로코의 성격이 뚜렷이 느껴지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여러 다른 장르로 변모해요. 개인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엄청난 팬으로서 부담감이 컸어요. 재미있으면서도 사랑스러워야 하잖아요. 그게 아주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막상 이야기 안으로 들어와보니, 다른 장르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어서 생각보다 편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해인 로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정통 멜로적인 부분도 꽤 있는데, 하영 배우가 멜로 연기를 할 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크게 느껴지거든요. 그 부분도 놓치지 말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멜로 하느라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웃음)
하영 열심히 울었어요. 사람 때문에 울고, 햇빛이 따가워서 운 적도 있고. 아무튼 은새는 이런 저런 이유로 눈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기억상실에 걸린 검사 ‘고은새’, 그의 남자친구라 주장하는 복싱 코치 ‘장태하’.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유형의 인물이에요.
정해인 물론 배우가 캐릭터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본인이 가진 에너지와 캐릭터가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 점에서 하영 배우는 처음부터 은새와 잘 어울릴 거라 직감했어요. 은새라는 캐릭터가 지적인 모먼트가 있으면서 통통 튀는 면모도 드러나야 하는데, 하영 배우가 실제로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거든요. 촬영 전부터 잘 맞아떨어질 것 같았는데,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서 더 좋았어요.
하영 저는 반대였어요. 태하를 생각했을 때, 선배님이 그동안 맡은 캐릭터와 결이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보지 못한 선배님의 면모를 볼 수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실제로 촬영하면서 그 예상치를 뛰어넘는 순간을 꽤 자주 마주했어요. 한번은 “오빠가 맡은 캐릭터 중에 태하가 제일 멋있는 사람인 것 같아”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태하가 선하면서도 강단 있고 되게 멋진 사람인데, 촬영할수록 선배님이 태하 그 자체다 싶었거든요.
캐릭터 밖으로 나와, 작품을 함께 하며 발견한 서로의 면모도 얘기해본다면요?
정해인 개인적으로 고마웠던 점이 있어요. 제가 내향적인 데 비해, 하영 배우는 밝고 외향적인 에너지가 있어요. 연기 외에도 주연배우로서 분위기를 이끌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챙겨주더라고요. 제가 그 덕을 많이 본 것 같아요.
하영 선배님이 너무 좋게 얘기해주셨는데, 사실은 첫 주연이라 정신없이 따라가기에 급급한 순간도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늘 선배님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챙겨주는데, 또 그걸 얘기를 잘 안 해요. 울 때도 집에 가서 혼자 우는 것처럼요.(웃음) 늘 아무도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고선 금세 해결해버려요. 그 모습을 보면서 진짜 시야가 넓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함께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공개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았어요. 맡은 역할을 다 해낸 뒤 공개를 기다리는 이 시간에는 어떤 마음이 드나요?
정해인 진짜 너무 떨려요. 좋은 시나리오로, 좋은 배우들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있지만, 각자의 감상이라는 게 있으니 그만큼의 떨림이 동반될 수밖에 없어요. 이 긴장감은 배우의 숙명이라 생각하지만, 매번 쉽지 않네요.(웃음)
하영 저는 촬영이 끝났을 때보다 릴리즈됐을 때 진짜 작품을 떠나보내는 느낌이 들어서 무섭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아주 많은 생각과 감정이 스치더라고요. 분명히 두렵지만 한편으론 얼른 세상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넷플릭스 작품의 장점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두 분은 어디서 누구와 <이런 엿같은 사랑>을 감상할 계획인가요?
하영 일단 집에서 TV로 한 번 정주행을 하고, 이후에는 생각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볼 것 같아요. 같이 볼 사람은 그때그때 다를 것 같은데, 거의 혼자 보지 않을까 싶어요.
정해인 내가 출연한 작품을 누군가와 같이 보는 게 좀 민망하고 부끄럽지. 저도 혼자 조용히 보는 걸 좋아해요. 특히 로맨스물은 부모님이나 친한 친구와 같이 보는 게 쉽지 않습니다.(웃음)
작품이 공개됐을 때 기록도 물론 중요하지만, 배우가 느끼는 성취감은 또 다른 지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듣는다면 지금의 긴장감이 만족감으로 바뀔까요?
정해인 이런 거죠. 식당에 갔더니, 어떤 분이 오셔서…
하영 “이게 누구야. 은새 아니야~ 은새, 손은 괜찮아?” 이런 거죠.(웃음)
정해인 맞아. 그런 말을 들을 때 제일 뿌듯하고 뭔가 보상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죠.
하영 배우에겐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이 최고의 성취이지 않나 싶어요. 작품 밖에서 은새로 불리는 순간을 맞닥뜨리면 말할 수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하영 블랙 레이스 쇼트 슬리브 톱과 스커트 모두 Mark 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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