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AI 이야기로 가득한 요즘이다. 거리에 나서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는데, 모두의 관심은 이미 인간 노동자가 사라진 미래에 쏠려 있는 것만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 AI 다음은 로보틱스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아직은 몸이 상하도록 고된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사람과 사람이 끊임없이 만나야만 하는 일이 많이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돌봄이다.
임금노동으로 이루어지는 돌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는 노인 돌봄이다. 2025년 12월 말 기준, 123만 5045명의 노인이 장기요양보험 급여 대상자로 인정받았고, 한 해 동안 건강보험공단과 서비스 이용자가 합쳐 17조 6840억 원을 장기요양서비스에 지출했다. 전국 2만 9734개의 장기요양기관에서 65만 4034명의 요양보호사가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다른 장기요양요원과 함께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일을 해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2022년 1월 기준 활동 중인 장기요양요원의 93.9%는 여성, 62.9%는 60세 이상의 고령이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는 역시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문제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이 분명한 만큼, 양질의 돌봄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재정 관리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급여비용을 일정 수준 높이면 노동자의 후생과 서비스 이용자의 건강이 정확히 얼마나 좋아지는지 이야기하는 대신, 얼마의 천문학적인 재정이 소모된다며 논의를 일축하는 식이다. 경제학자들 역시 노동자의 처우가 서비스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연구는 이러한 질문을 다룬 드문 사례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을 활용해 노동자의 임금이 높아질 때 주거형 장기요양시설의 서비스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논문 바로가기 : 노동자의 소득, 서비스 질, 그리고 기업의 수익성 - 요양시설과 최저임금 개혁으로부터 증거).
최저임금 인상이 돌봄 서비스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론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임금이 오르면 더 뛰어난 노동자가 유입되고, 기존 노동자의 근속 기간과 숙련도가 높아지며, 서비스 이용자를 더욱 세심하게 돌볼 동기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기업이 고용을 줄이면 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저자가 데이터를 활용한 경험 연구에 나선 이유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최저임금 수준이 다르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높은 주의 돌봄 서비스 질이 더 좋다고 해서, 그 차이를 모두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주마다 최저임금 외에도 경제 여건, 인구구조 등 수많은 차이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인접해 있지만 다른 주에 속한 카운티(county, 지방자치단체)를 비교했다. 주 경계를 사이에 두고 접해 있어 생활권과 특성이 비슷한 두 지역 중 한쪽에서만 갑작스러운 최저임금 변화가 발생할 때 돌봄 서비스의 질도 두 지역에서 서로 다르게 변화한다면, 그 차이를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장기요양시설 이용자의 건강을 실제로 개선했으며, 이는 돌봄 서비스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장기요양시설 점검에서 적발된 규정 위반 건수는 2%(점검당 0.1건) 감소했다. 돌봄 서비스 질의 대표적인 지표인 욕창 발생률도 1.7% 줄었다. 무엇보다 장기요양시설 내 사망률이 3.1~3.2% 감소해, 연간 약 1만 5000명의 예방 가능한 사망을 막았다.
이러한 효과는 숙련된 돌봄 노동자가 시설에 더 오래 남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미국 장기요양시설의 핵심 돌봄 인력인 간호조무사의 근로 소득은 1.1~2.0% 증가했다. 근로조건이 나아지면서 이직과 퇴직이 줄었고, 최소 3개월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가 늘어나 평균 근속 기간도 길어졌다.
그렇다면 요양시설이 높아진 인건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은 없었을까?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은 저임금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고, 상대적으로 숙련된 노동자나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장기요양시설에서는 간호조무사 고용이 줄어들지도 않았고, 이들을 간호사로 대체하지도 않았다. 대신 의료급여(Medicaid)의 지원을 받는 이용자보다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이용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고, 이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늘어난 인건비의 일부를 전가했다.
다만 장기요양시설에서 노동 비용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 규모는 제한적이었다. 최저임금이 10% 오를 경우 병상 100개 규모의 시설은 의료급여 이용자를 평균 0.3명 덜 받고, 자부담 이용자에게는 하루 5.9달러를 더 청구하는 정도에 그쳤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이 장기요양시설의 폐업을 늘렸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요컨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용자의 건강이 개선된 것은 저임금 노동자를 숙련 인력으로 대체했거나, 시설이 더 건강한 이용자만 선별해 받았거나, 생산성이 높은 시설만 살아남은 결과가 아니었다.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재정을 아끼는 일 자체가 정책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장기요양보험이 존재하는 이유는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미래를 그리는 동안에도, 노인의 몸을 씻기고 식사를 돕고 곁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 손에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는 일이 중요한 건강 정책이라는 점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
*서지정보
Ruffini, K. (2024). Worker earnings, service quality, and firm profitability: Evidence from nursing homes and minimum wage reforms.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106(6), 1477-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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