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로 가는 다양한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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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로 가는 다양한 경로

더리더 2026-08-06 09:53: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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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가 만드는 지방정치]


민선 9기 지방정부에는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다. 하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으로 대표되는 초광역화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자치회 법제화로 대표되는 근린화의 흐름이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9기의 지방정치는 이 두 가지 흐름을 어떻게 조화시키면서 공존의 묘를 찾을 수 있느냐가 최대의 화두가 될 것이다.

새로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행정구역 단위를 과감하게 넘어서는 초광역 단위의 행정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그것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5극3특 국가균형성장’으로 집약된 것도 타당한 처방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광역권의 거점 중심 성장이 아래의 작은 단위까지 파급·확산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시선은 자연히 가장 가까운 근린 공동체로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법」에서는 그 단위를 읍·면·동으로 보고 있으며,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의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주민자치회는 이미 2013년부터 도입되긴 했지만 시범실시라는 한계를 지녔던 것인데, 올해 4월 정식으로 법제화된 것이다.

법제화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는 법률에서 규정한 사항 이외에 ‘주민자치회의 구성·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있다. 그런데 법률에서는 주민자치회가 읍·면·동의 주민들로 구성되고, 지방자치단체 사무의 일부를 수탁할 수 있으며,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지닌다는 정도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기능을 수행하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는 사실상 조례에 포괄적으로 위임돼 있는 상태이다. 이로써 주민자치로 가는 다양한 경로가 폭넓게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전국의 16개 광역의회와 227개 기초의회가 만들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그 경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지 실현을 담보할 수는 없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1,463개 읍·면·동에서 시범사업으로 주민자치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지만, 그 형태가 천편일률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안」을 따라서 자신들의 조례를 만든 데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결국 주민자치회 법제화 이후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문제는 지방의회의 후속 조치, 즉 조례 제정이다. 시범실시 단계에서 행정안전부는 ‘표준’ 조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모범답안’을 강제했지만, 이제 명칭자체도 ‘참고’ 조례로 바뀌었다. 지방의회들은 행안부의 조례안을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고, 말 그대로 참고만 해도 충분하다.

오히려 행안부도 주민자치회가 획일화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주민자치의 핵심적인 가치가 바로 다양성과 자율성이기 때문이다. 도시 지역에 있는 ‘동’과 시골 지역에 위치한 ‘면’의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 지리적 환경과 주민의 수는 물론 산업과 사회 구조, 인간관계의 형태가 전국의 읍·면·동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주민자치가 다양한 경로를 걸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은 조례 제정권을 가진 지방의회의 몫으로 남겨졌다. 그런 만큼 조례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조례가 어떻게 제정되느냐에 따라 주민자치회 위원들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게 할 수도 있고, 읍·면·동보다 더 작은 단위인 통·리에서부터 주민들의 자치조직이 활성화되도록 제도를 디자인해낼 수도 있다.

지방의회들의 역량은 여기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낼 것이다. 중앙의 지침을 그대로 따르거나 옆 동네의 조례를 비슷하게 모방하는 정도로는 주민들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달 후, 10월 15일이면 주민자치회가 법적 근거를 갖추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두 달간 우리 지방정치는 제대로 된 주민자치회 조례를 만드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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