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단위로 쪼갠 74개 '종합취약 격자'…KISTI 연구자 자문도 받아
주민들 삶의 터전 속 위험 정밀분석…"그늘막·살수차 등 최우선 투입"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에어컨 실외기 열기가 훅 끼치는 좁은 골목이나 그늘 한 뼘 없는 주택가 이면도로 등은 여름철 도심 속 폭염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기존의 폭염 대책이 1㎞ 안팎 수준 거시적 데이터나 행정동 단위의 다소 뭉뚱그려진 통계를 바탕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 대전 유성구가 주민들의 진짜 삶의 터전 속 위험을 정밀하게 담아낸 '폭염 지도'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행정당국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는 관내 전역을 가로세로 100m 단위 격자로 잘게 세분화해 폭염 취약 지점을 핀포인트로 집어낸 지도 모델을 구현했다.
이 지도는 크게 3겹의 데이터를 포갰다.
먼저 '기후노출도'는 온도·습도·체감온도 같은 기존 기상청 자료에 더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지표면온도, 토지피복도(나무나 아스팔트 등 지형지물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해 놓은 공간정보), 녹지·하천 접근성을 결합해 산출했다.
여기에 '대상자 민감도'를 얹어냈는데, 노약자나 영유아 같은 현재의 단순 연령별 구분이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고독사 위험군 같은 복지 취약계층의 실제 거주 분포를 반영했다.
마지막으로 무더위쉼터, 그늘막 쉼터, 쿨링포그 설치 현황 등 현재 구정이 갖춘 대응 인프라를 반영해 '적응능력'을 계산했다.
이에 더해 유성구는 폭염에 따른 위험 유형을 두 갈래로 분류한 이원화 분석을 진행했다.
'취약계층 밀집형'은 고온 노출에 온열질환 고위험군 인구, 40년 넘은 노후 저층 건축물, 대피시설 접근성 요소 등 미세한 변수를 넣었고, '보행 노출 위험형'은 시간대별 유동 인구, 대중교통 이용률, 그늘막·쿨링포그·버스정류장 차양 시설 현황을 중심으로 보행자 위험을 짚었다.
위험도를 1∼5등급 수치로 살핀 결과 '취약계층 밀집형'과 '보행노출 위험형' 두 지수 모두에서 5등급에 든 100m 격자는 74곳으로 도출됐다.
이 74개의 격자가 유성구에서 가장 먼저 손대야 할 '종합취약지역'인 셈이다.
연합뉴스가 직접 이 지도를 확인해보니 기존에는 잡히지 않던 골목길 단위의 미세한 온도 차이와 위험 요소가 세부 격자 구축을 통해 드러났다.
예컨대 특정 지역은 오후 시간대 많은 유동 인구에 노출돼 있으나, 큰길 주변이 아니어서 야외 대응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도는 기초지자체 실정에 맞춘 초정밀성과 복합 데이터를 융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성구 미래정책팀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연구자로부터 정책 자문을 받는 등 직원들이 6∼8주가량 작업해 얻은 성과"라며 "구정 정책이라든지 토지피복도 같은 현장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게 이 지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유성구는 폭염지도를 기반으로 동별 살수차 노선 선정, 그늘막 설치 대상지 발굴, 취약지역 관리 등 생활 밀착형 대응 정책 수립에 활용할 예정이다.
예산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취약한 곳부터' 자원을 배치할 수 있는 구체적 잣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례로 폭염 취약지로 분석된 한 대학가 원룸촌에 지난 4일 시범적으로 살수차를 보낸 구는 관련 부서 내 이미 계획된 폭염 대응 활동을 정비하며 지도 활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폭염은 같은 지역 안에서도 생활 공간에 따라 위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세밀한 분석과 맞춤형 대응으로 취약 지역을 먼저 돌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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